우리들의 묵상ㅣ체험
- [묵상시] 피로 남긴 사랑의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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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20 윤홍선 [hsyoonrda] 스크랩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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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 남긴 사랑의 찬가윤홍선Ⅰ. 순교의 유언날카로운 마지막 감각이살결에 닿아도그들의 영혼만은끝내 상처를 입지 않는다.지상위에 가누던허물어진 몸은찰나의 계절을 지나가는거푸집일 뿐,마침내 가슴속에 타오르던단 하나의 사랑을 향해조용히 숨을 바친다.가장 깊은 아픔 너머로피어나는 영원한 사랑,비명 대신가슴 깊이 차오르는승리의 침묵.죽음이 그들을 거두는 것이 아니라그들이 사랑을 향해기꺼이 나아가는 것이기에,이 수난의 마지막 순간은세상에 남기는가장 아름다운 유언이 된다.“주님,저희의 목숨을 받으소서.”Ⅱ. 빛으로 남은 향기어둠이 스스로를 태워새벽을 부르고,씨앗이 침묵의 땅 밑에서제 껍질을 깨뜨리듯,그들의 영혼은가장 깊은 아픔 속에서자신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이미 알고 있다.거친 바람에 흩날리는 촛농처럼육신은 붉은 눈물을 흘리며스러져가지만,그 촛불이 향하는 곳은바람이 아니라어둠 너머의 사랑의 빛이다.바다는 파도를 부수어백사장에 바치고,향나무는 자신을 찍는도끼날에 향을 묻히듯,가장 깊은 상처를 베어 문 자리에마침내가장 짙은 사랑의 향기가퍼져 나간다.스스로 부서짐으로써완성을 이루는 것,제 몸을 녹여누군가의 길이 되어 주는 것.그것은 스러지는 것이 아니라단 하나의 사랑을 위해영원 속으로걸어 들어가는거룩한 이행이다.그들이 흘린 피는더 이상 피로만 머물지 않는다.어둠을 밀어내는희망의 불꽃으로,닫힌 문틈을 넘어서는아득한 향으로 살아나오늘, 우리를다시 그 빛으로 부른다.Ⅲ. 살아 있는 기억오래된 핏자국 위로다시 풀잎이 자라고,굳어 버린 땅의 침묵을 깨며작은 뿌리 하나가어둠을 뚫고 내려간다.유물로 남은 이름들이바람의 결을 타고 돌아와식어 가는 가슴의 온도를 되살린다.편안함에 익숙해진 손끝이차가운 바람을 피할 때,문득 손바닥에 새겨지는작은 흉터 하나.그것은끝나지 않은 질문이며아직 꺼지지 않은 불씨다.우리가 잊고 있던그 모든 눈물이오늘, 이 길 위에서다시 붉은 꽃으로 필 수 있을까.바람은 여전히 거칠고밤은 깊어 가지만,발끝에 닿는 어둠의 무게를 느끼며우리는 다시그 낯선 빛을 향해한 걸음을 내딛는다.흘러간 시간의 깊이만큼더 깊이 뿌리내리는묵묵한 서약 하나를 새기며.그들이 피로 지킨 사랑을이제 우리의 삶으로이어 가겠다는 서약.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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