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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양승국 신부님_제가 생각할 때 분명 아니지만, 스승님께서 그리 말씀하시니...

191653 최원석 [wsjesus] 스크랩 10:54

 

바로 눈앞이 바닷가다보니 낚시를 자주 하는 편입니다.

낚싯대를 챙길 때는, 혹시라도 오늘 폭풍 입질을 받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항상 가슴이 설렙니다.

조급한 마음에 미끼를 안 가져가거나, 찌를 안 가져가서 되돌아온 적도 한 두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정작 현실은?

정반대가 대부분입니다.

입질 대박을 체험하는 경우는 희박합니다.

어떤 날은 비가 와서, 어떤 날은 바람이 터져서, 어떤 날은 조류가 심해서...백방으로 노력해보지만 물고기 얼굴도 못보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갈릴래아 호숫가에서 고기잡이를 업으로 삼고 살아가던 시몬도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어쩌다 운이 좋으면 선창 가득 잡아올린 물고기를 가득 싣고 콧노래를 부르며 항구로 돌아왔을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백방으로 노력해도 어획고가 없어 우울할 때도 많았을 것입니다. 

 

시몬이 예수님의 제자로 발탁된 그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물때가 영 아니었던지, 밤새 호수 여기저기를 다니면서 그물을 쳐봤지만, 그 날따라 단 한 마리도 못 잡았습니다.

새벽녘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여긴 그는 쓰라린 가슴을 안고 호숫가로 나왔습니다. 

 

시몬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초췌하고 피곤한 얼굴의 베드로를 유심히 보시고 그의 배에 오르신 다음, 그에게 이르셨습니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루카 5,4) 

 

시몬의 대응이 참으로 흥미롭습니다.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단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루카 5,5) 

 

시몬의 순명 정신이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제가 생각할 때 분명히 아닙니다.

그러나 스승님께서 말씀하시니 그럼 말씀대로 해보겠습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치라는 예수님의 단호한 명령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제 새 하늘 새 땅이 도래했으니, 지금까지 시몬이 고수해왔던 기존의 낡은 인생관이나 가치관, 고리타분한 행동양식이나 사고방식을 모두 등 뒤로 던져 버리라는 권고입니다. 

 

새로운 포도주이신 예수님을 받아 들이기 위해 말끔히 자신을 비워내라는 당부입니다.

주님의 사도로 거듭나기 위해 옹기장이 손에 든 진흙처럼 겸손해지라는 부탁입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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