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승국 신부님_ 존재한다는 것을 하느님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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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887 최원석 [wsjesus] 스크랩 2026-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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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예수님께서 인류 구원 사업의 완수를 위해 친히 지고 가셨고, 그 위에 못박히신 거룩한 십자가 죽음을 묵상하고 경배하며 감사드리는 날, 성 십자가 현양 축일입니다.
메시아로 오신 예수님께서 강력한 군사력이나 놀라운 리더십이나 카리스마를 통해서가 아니라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치는 십자가 죽음을 통해 인류를 구원하셨다는 것, 오늘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참으로 큽니다.
예수님의 승리는 힘이나 권세, 무력이나 묘수가 아니라 낮아짐과 작아짐을 통해서 완성되었습니다. 오늘 하루만큼이라도 무심히 지나치던 십자가를 좀 더 유심히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그 앞에 머물러 그분이 십자가 죽음을 통해서 남겨주신 교훈을 마음에 깊이 새겼으면 좋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짊어졌던 그 십자가는 오늘 우리에게도 다양한 얼굴로 다가옵니다. 여러 유형의 십자가들이 있는데, 어떤 십자가가 제일 무겁고 견디기 힘드신가요?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이 안 되는 약점이나 결핍일 수도 있습니다. 수십 년간 끝도 없이 반복되어온 끈질긴 악습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면 지긋지긋한 가난이나 혹독한 병고일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영원하지 않고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두려움일 수도 있습니다.
참으로 다양한 형태의 십자가들이 우리네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때로 우리를 깊은 나락으로 떨어트립니다. 여러 십자가 중에 정말이지 특별한 십자가가 하나 있는데, 그것은 존재로서의 십자가 인 듯합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우리는 너 나할 것 없이 나와 다른 존재로 인한 고통에 지속적으로 노출됩니다. 괴로워하고 분노하기보다 왜 주님께서는 하필 이렇게 나와 맞지 않은 존재를 내게로 보내주셨는지, 진지하고도 근원적인 성찰이 필요합니다. 분명히 그 존재가 내게로 온 주님의 뜻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와 철저하게도 다른 그를 통해 내 인생의 그릇을 넓혀보라는 주님이 초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못할 그를 통해 내 영적 시야를 확장시켜보라는 주님의 부르심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주님께서는 나의 넘침으로 그의 부족함을 채워주라고 인연을 맺어주신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 시대 탁월한 영성가 윌리엄 그림 신부님의 존재에 대한 성찰이 제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나는 하느님에게 사랑받고 있다. 그 사랑의 증거는 바로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사랑도, 존재도 스스로 얻어낸 것이 아니다. 살아오면서 혐오스러운 일들을 저질렀다. 그럼에도 나는 존재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신다는 증거다. 내가 죄를 짓더라도 하느님께서는 나를 사랑하시고 용서하신다. 내가 도망치려 해도 하느님께서는 나와 함께 가신다. 내가 죽는다 해도 그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끝내지 못한다. 하느님의 사랑에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존재 가치 판단은 인간이 아니라 전적으로 하느님의 몫이다. 각자 의견이나 삶의 방식이 다르다 해도, 존재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사랑을 충만히 받고 있다는 증거이다.”(윌리엄 그림 신부, 글로벌 칼럼, 가톨릭 신문 참조)
양승국 스테파노, 살레시오회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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