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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연중 제26주간 수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

192204 박영희 [cornelia2] 스크랩 2026-09-30

[연중 제26주간 수요일, 성 예로니모 사제 학자 기념] 루카 9,57-62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우리를 구원에로, 참된 행복으로 이끄시는 예수님의 부르심에 대해 묵상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일을 함께 할 ‘일꾼’을 부르심에 있어 능력이나 조건을 따지지 않으십니다. 아무리 철저히 준비하고 노력해도 우리 힘만으로는 부족함을 잘 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 지 다 아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의 부족함을 알아서 충만하게 채워주시리라고 믿으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능력이나 조건보다 당신께 대한 믿음을, 하느님 뜻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따를 겸손과 순명을 더 중요하게 여기시지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제발로 ‘당신을 따르겠다’며 나서는 이를 굳이 만류하시는 이유가 이해됩니다. 예수님은 그가 마음에 안들어서 거부하시는 게 아니지요. 당신을 향한 그의 믿음이 아직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에, 당신 뒤를 따라 십자가의 길을 걸어야 할 그의 각오에 아직 날이 제대로 서있지 않기에 그를 단련하시려는 겁니다. 예수님께 대한 그의 믿음이 설익었다는 점은 그가 그분을 부르는 호칭에서 드러납니다. 그는 예수님을 ‘스승님’이라고 부르지요. 이는 예수님의 말씀과 가르침을 머리로 이해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뜻입니다. 그 말씀을 마음에 새기고 곱씹으며 그것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한편 그는 예수님께서 ‘어디로 가시든지 따르겠다’고 말합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어디로 가고자 하시는지 그 정확한 목적지를 제대로 모른다는 뜻입니다. 그런 상태로는 예수님을 따르는 과정에서 주어지는 고통과 시련들을 감당할 수 없기에, 예수님은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보금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는 말씀을 통해 그로 하여금 당신을 따른다는 게 무슨 뜻이며 어떤 것까지 각오해야 하는지를 깊이 숙고하게 하십니다.

 

그리고는 “나를 따라라”라며 다른 이를 부르시는데, 그는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달라고 청하지요. 예수님을 따를 마음은 가지고 있었는데, 당장 자신이 처리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그에게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라고 말씀하십니다. 이는 당신을 따르려면 인간의 기본적 도리마저 져버려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주님을 따르려면 그분 말씀에 즉시 순명하는 ‘즉각성’이 필요하다는 뜻이지요. 돌아가신 부모님의 장사를 지내는 건 인간의 관점에서 분명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하느님의 관점에서도 중요한지, 구원을 위해 가장 시급한 일인지를 묻는다면 상황이 달라지지요. 예수님은 우리가 이 세상에서 하는 그 어떤 일보다 하느님의 뜻을 따르는 것이 더 중요하고 시급함을 강조하시려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필요한 두번째 자세는 ‘집중과 몰입’입니다. 예수님 말씀에만 온전히 집중하지 않으면, 내가 집착하고 걱정하는 세상 것들에 마음이 갈라지면 그분을 제대로 따르기란 불가능하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쟁기에 손을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고 말씀하십니다. 우리를 구원으로 이끄는 믿음이라는 쟁기에 손을 얹었으면 내가 나아가야 할 최종 목적지인 ‘하느님 나라’만 봐야지 다른 것들에 마음을 빼앗겨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한쪽 발은 세상에, 다른 쪽 발은 예수님께 ‘양다리’를 걸친 채로는 구원의 여정을 제대로 걸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구원의 여정을 끝까지 제대로 걷기 위해서는 예수님 뜻에 완전히 ‘올인’하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 함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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