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승수 신부님 [연중 제28주간 수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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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456 박영희 [cornelia2] 스크랩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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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8주간 수요일] 루카 11,42-46 "불행하여라, 너희 바리사이들아! 너희가 박하와 운향과 모든 채소는 십일조를 내면서,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은 아랑곳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유다인들의 핵심적 종교 의무인 ‘십일조’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말씀하시면서, 우리가 하느님께서 주신 계명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켜야하는지까지 알려 주십니다. 신명기를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 ‘십일조’라는 전통이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시작되었는지가 모세의 입을 통해 이렇게 언급되고 있지요. “너희는 세 해마다 끝에, 그해에 난 소출의 십분의 일을 모두 가져다가 너희 성안에 저장해 두어라. 그러면 너희 성안에서, 너희와 함께 받을 몫도 상속 재산도 없는 레위인과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가 와서 배불리 먹게 될 것이다. 그러면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가 하는 모든 일에 복을 내리실 것이다(신명 14,27-29).”
십일조의 목적은 개인적으로 실천하는 극기나 고행과는 다릅니다. 극기나 고행이 욕망을 절제하고 덕행을 실천함으로써 ‘나’라는 개인이 ‘성화’되기 위해 하는 일이라면, 십일조는 공동체가 절제와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가난한 이들을 먹이기 위해, 즉 하느님께서 그들에게 주신 소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바리사이들은 그런 ‘사랑’과 ‘자비’의 실천이라는 십일조의 근본정신은 망각한 채, 자신의 거룩함과 의로움을 남들 앞에서 과시하기 위해 십일조를 냈습니다. 그래서 굳이 십일조를 내지 않아도 되는 박하나 운향 같은 향신료와 채소들까지 깐깐하게 챙겼지요. 자신들은 그런 작은 것 하나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신실하고 열성적인 신앙인임을 드러내려고 그런 겁니다. 그러면서 정작 형편이 가난하여 십일조를 제대로 내지 못하는 형제들을 비난하고 단죄했으니, 겉으로만 십일조를 잘 지키는 척 하는 ‘위선자’들이라고 비난 받아도 마땅하지요.
그들이 그런 위선에 빠진 것은 자기를 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남들 눈에 자기가 율법을 잘 안지키는 것처럼 보이면 어쩌나 하는 건 신경쓰면서, 어떻게 해야 하느님 뜻을 잘 따를 수 있을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율법 조항의 내용을 어기지 않기 위해서는 열심히 노력하면서, 정작 그 율법에 담긴 근본정신은, 하느님께서 그것을 지키라고 하신 이유와 목적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랬기에 마음 속에 사랑이라는 열매를 맺지 못하고 겉으로만 그럴 듯해 보이는 ‘쭉정이’가 되고 말았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그들에게 십일조의 의미를 제대로 알려 주십니다. 눈에 보이는 행동이나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의로움’과 ‘하느님 사랑’이라는 율법의 근본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라고 하십니다. 사람들의 눈을 의식하며 그들이 볼 때만 잘 하는 ‘척’ 하지 말고, 언제 어디서나 함께 계시며 지켜보시는 하느님의 현존을 의식하며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꾸준히, 최선을 다해 노력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야만 그들 자신 뿐만 아니라 그들을 보고 따르는 이들 모두가 ‘회개’와 ‘사랑의 실천’이라는 열매를 충실히 맺어 구원받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시대에는 그런 역할이 바리사이나 율법학자 같은 종교 지도자들에게 맡겨졌다면, 지금 이 시대에는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에게 ‘신앙의 모범’이 되어야 할 중요한 소명이 맡겨졌음을 기억합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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