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중 제28주간 토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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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06 박영희 [cornelia2] 스크랩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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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28주간 토요일, 안티오키아의 성 이냐시오 주교 순교자 기념] 루카 12,8-12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는 자는,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인간이 걸리는 감염병 중에 치사율이 거의 100%에 이르는 치명적인 병이 있습니다. 바로 ‘공수병’입니다. 흔히 ‘광견병’이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이 병은, 개에게 물려 그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다양한 증상들이 나타나는데 그중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물 공포증’입니다. 물에 가까이 다가가면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온 몸에 경련을 일으키는 거부반응이 나타나는데, 그로 인해 물을 제대로 마시지 못해 탈수로 죽게 되는 겁니다. 물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오히려 물을 마셔야만 살 수 있지만, 물이 자신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의식에 강하게 사로잡혀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지요.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이 언급하시는 “성령을 모독하는” 사람이 바로 이와 비슷합니다. 주님의 뜻이 내가 원하고 바라는 바와 다르면 아쉽고 서운한 마음에 그분을 거스르는 말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성령을 모독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지요. ‘모독’이란 거룩하고 소중한 가치를 깎아내리고 욕되게 하는 행위입니다. 즉 하느님께서 나를 사랑하셔서, 나의 참된 행복을 바라시며 하시는 일들이 나에게 큰 피해를 입힌다고 여겨 그분께서 하시는 말씀에 귀를 막고 그분 뜻을 일부러 거스르는 겁니다. 그것이 성령을 통해 나에게 은총을 베푸시는 하느님 사랑을 모독하는 일이며, 그런 일을 하면 절대 용서받지 못한다는 것이지요. 하느님께서 심기가 불편하셔서 용서하지 않으신다는 뜻이 아닙니다. 물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공수병에 걸린 사람이 죽는 것처럼, 하느님과 그분 사랑에 대한 피해의식 때문에 의심병에 걸린 사람이 죽게 되는 겁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토록 위험한 ‘의심병’에 걸리지 않을 수 있을까요? 예수님은 그 방법에 대해 이렇게 설명하십니다.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 주님을 안다고 증언하는 것은 말로만 그분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는 것이 아닙니다. 손해를 보거나 희생을 겪게 되더라도 주님을 아는 사람, 즉 그분과 깊은 사랑의 친교를 맺은 사람으로써, 주님께서 바라시는 뜻을 따르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는 뜻이지요. 우리 신앙의 선조들이 그렇게 했습니다. 혹독한 박해의 상황 속에서, ‘하느님을 모른다’는 한 마디만 하면 살 수 있었는데도 그분을 향한 믿음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하느님, 나를 사랑하는 그분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리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예수님은 이어서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사람들 앞에서 나를 모른다고 하는 자는, 사람의 아들도 하느님의 천사들 앞에서 그를 모른다고 할 것이다.” 이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종말의 때에 우리가 당신께 한 그대로 복수하시겠다는 ‘엄포’가 아닙니다. 당신과 맺은 소중한 관계가 어떤 식으로 끊어지는지 그 ‘원인’을 알려주시며, 그렇게 되게 하지 말라고 간곡하게 ‘권고’하시는 겁니다. 둘 중 어느 한쪽이라도 인연의 끈을 놓아버리면 영영 멀어지고 단절되는 것이 ‘관계’이지요. 그런데 주님과의 관계가 그렇게 단절되면 누구 손해일까요? 당연히 구원도, 영원한 생명도, 참된 행복도 누리지 못하게 되는 우리 손해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무 생각이 없고 오히려 주님께서 안타까워하시며 전전긍긍하십니다. 그만큼 우리를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그런 주님의 진심을 생각한다면 그분과 연결된 믿음의 끈, 사랑의 끈, 희망의 끈을 놓치지 말고 꽉 붙들어야겠습니다.
* 함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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