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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녹) 2026년 10월 24일 (토)연중 제29주간 토요일너희도 회개하지 않으면 모두 멸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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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연중 제30 주일

192623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04:33

달라스 지역의 집들은 가끔 ‘기초(Foundation)’가 내려앉는 문제가 생긴다고 합니다. 달라스 지역의 땅에는 점토 성분이 많아서 비가 많이 오면 팽창하고, 가뭄이 계속되면 수축하면서 집의 기초가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얼마 전 수녀원 건물의 벽에도 금이 간 것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벽에 생긴 작은 균열처럼 보였지만 몇 곳에 검사를 의뢰해 보니 집의 기초가 조금 내려앉았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교우들에게 물어보니 달라스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라며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그대로 둘 수는 없어서 견적을 받고 기초를 보강하는 공사를 하였습니다. 벽에 생긴 금을 페인트로 가린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벽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기초’를 튼튼하게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집의 기초를 말씀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그대로 실천하는 사람은 자기 집을 바위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비가 내리고 강물이 밀려오고 바람이 불어도 그 집은 무너지지 않습니다. 반대로 말씀을 듣고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모래 위에 집을 지은 사람과 같습니다. 평소에는 두 집이 별로 달라 보이지 않습니다. 날씨가 좋을 때는 바위 위에 지은 집도, 모래 위에 지은 집도 멀쩡해 보입니다. 그러나 폭풍이 닥치면 차이가 드러납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일이 잘될 때는 누구나 감사하고 기쁘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질병이 찾아오고, 경제적인 어려움이 생기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를 받고, 기도가 응답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 우리의 신앙이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가 드러납니다.

 

오늘 복음에서 율법 교사가 예수님께 묻습니다. “스승님, 율법에서 가장 큰 계명은 무엇입니까” 예수님께서는 두 가지를 말씀하십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십니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결국 우리의 신앙을 받치는 가장 단단한 기초는 ‘사랑’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오늘 제1독서에서도 하느님께서는 이방인을 억압하지 말고, 과부와 고아를 괴롭히지 말며, 가난한 이들에게 자비를 베풀라고 하십니다. 하느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고통받는 이웃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은 서로 떨어져 있는 두 계명이 아니라 하나의 기초를 이루는 두 기둥입니다.

 

그렇다면 사랑이라는 기초를 어떻게 튼튼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저는 여섯 가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는 경청입니다. 사랑은 말하는 것보다 먼저 듣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을 끊지 않고, 판단하지 않고, 그 사람의 기쁨과 아픔을 들어주는 것이 사랑의 시작입니다. 둘째는 함께함입니다. 어려움을 당한 사람에게 반드시 훌륭한 답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셋째는 실천입니다. 사랑은 마음속의 좋은 생각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배고픈 사람에게 음식을 주고, 외로운 사람에게 전화하고, 아픈 사람을 찾아가며, 어려운 사람에게 손을 내밀 때 사랑은 비로소 몸을 갖게 됩니다.

 

넷째는 상대방 중심입니다. 우리는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때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상대방을 사랑하려고 합니다. 그러나 참된 사랑은 “내가 무엇을 해 주고 싶은가”보다 “저 사람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가”를 묻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사람들을 한 가지 방식으로 대하지 않으셨습니다. 눈먼 이에게는 눈을 뜨게 해 주셨고, 굶주린 이에게는 먹을 것을 주셨으며, 죄지은 이에게는 용서를 베푸셨고, 슬퍼하는 이와는 함께 눈물을 흘리셨습니다. 다섯째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감정만으로 사랑하려 하면 쉽게 지치고 흔들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에 뿌리를 내리면 사랑의 기준이 분명해집니다.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예수님의 이 말씀이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이며 방법입니다. 마지막 여섯째는 기도입니다. 우리가 사랑하기 어려운 사람까지 사랑하려면 우리의 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기도는 내 마음을 바꾸고, 상대방을 하느님의 눈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수녀원 건물에 금이 갔을 때 금이 간 벽만 바라보지 않고 그 밑에 있는 기초를 살펴보았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렇습니다. 부부 사이에 금이 가고, 부모와 자녀 사이에 금이 가고, 공동체 안에 갈등이 생기고, 이웃과 관계가 어려워질 때 겉으로 드러난 문제만 고치려고 해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더 깊은 곳에 있는 사랑의 기초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나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는가 어려울 때 함께하고 있는가 사랑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하고 있는가 하느님의 말씀을 삶의 기준으로 삼고 있는가 그리고 그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있는가 이 여섯 가지가 튼튼하다면 우리 사랑의 집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계명을 다시 들려주십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여라.” 우리의 삶을 사랑이라는 바위 위에 세울 수 있기를 바랍니다.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고 삶의 폭풍이 찾아오더라도, 하느님께 대한 사랑과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세운 우리의 집은 굳건히 서 있을 것입니다.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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