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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연중 제31주간 목요일

192840 조재형 [umbrella] 스크랩 04:53

병자성사를 다녀왔습니다. 한국에서 임상시험 대상자로 선정되어 치유의 희망을 품고 미국에 온 부부였습니다. 대세를 받았던 두 분은 보례를 받고 성체를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자매님의 간 수치가 너무 높아 임상시험 약을 사용할 수 없었고, 비자 기간도 얼마 남지 않아 결국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기대했던 치료를 받지 못했으니 얼마나 아쉽고 힘들었겠습니까 그런데 두 분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비록 임상 치료는 받지 못하고 돌아가지만, 한국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환대를 받았습니다.” 치료의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사랑의 문은 활짝 열렸습니다.

 

본당 교우들은 아픈 자매님과 그 곁을 지키는 형제님을 정성껏 돌보았습니다. 자매님이 아플 때마다 병원으로 모시고 가서 입원 절차를 도왔고, 형제님이 간호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일을 나누어 맡았습니다. 병실에는 떡과 수박 주스, 과일과 밥과 반찬이 놓여 있었습니다. 저는 가끔 병자성사를 위해 찾아갔지만, 교우들은 매일 병실을 찾았습니다. 복음서의 여인들이 자신들의 재산으로 예수님과 제자들을 도우며 하느님 나라의 일에 함께했던 것처럼, 우리 교우들도 말이 아니라 따뜻한 정성과 사랑으로 복음을 선포했습니다. 병은 고치지 못했어도 외로움을 덜어 주었고, 고통을 없애지는 못했어도 그 십자가를 함께 들어 주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잃어버린 양 한 마리를 찾아 나서는 목자와 잃어버린 은전 한 닢을 찾는 여인의 비유를 들려주십니다. 목자는 아흔아홉 마리를 광야에 남겨 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를 찾을 때까지 찾아다닙니다. 여인도 등불을 켜고 집 안을 쓸며 은전을 찾을 때까지 샅샅이 살핍니다. 하느님께는 고통받는 한 사람, 외로운 한 사람, 길을 잃은 한 사람이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 교우들이 병실을 찾아가 정성을 나눈 것은 바로 그 하느님의 마음을 보여준 것입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우리는 당신을 잊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서도 당신을 끝까지 사랑하십니다.” 그분들의 손길과 음식과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렇게 복음을 전하고 있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계속의 영성’입니다. 가난한 과부가 불의한 재판관에게 포기하지 않고 청했듯이, 우리는 어려움 속에서도 기도와 사랑을 멈추지 말아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쉼표를 찍으신 곳에 우리가 함부로 마침표를 찍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가 바라는 방식으로 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임상시험은 중단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부부는 신앙의 공동체를 만났고, 성체를 모셨으며, 이웃의 따뜻한 사랑을 체험했습니다. 하느님의 은총은 때로 우리가 기대한 치유와는 다른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그러므로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기도하고, 사랑하고, 봉사하는 일을 꾸준히 계속해야 합니다.

 

깨어 있다는 것도 바로 이러한 마음입니다. 커다란 댐도 작은 틈으로 물이 새기 시작하면 무너질 수 있듯이, 우리의 신앙도 작은 무관심과 냉담에서 흔들릴 수 있습니다. 직책과 직분, 능력과 재능만으로는 신앙을 지킬 수 없습니다. 깨어 있는 사람은 세상의 성공만을 바라보지 않고, 지금 내 곁에서 아파하는 사람을 바라봅니다. 또한 깨어 있음은 회개하는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예수님을 만난 뒤 자신에게 이롭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을 그리스도 때문에 해로운 것으로 여겼습니다. 회개란 단지 잘못을 뉘우치는 데 그치지 않고, 나 자신을 중심에 두던 삶에서 벗어나 그리스도와 이웃을 중심에 모시는 삶으로 돌아서는 것입니다.

 

우리가 모든 병을 고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픈 이의 손을 잡아 줄 수는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눈물을 흘리는 이의 곁을 지켜줄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그 작은 사랑을 통해 길을 잃은 사람은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오고, 낯선 땅에서 외로웠던 사람은 교회가 자신의 가족임을 느끼게 됩니다. 고통받는 한 사람을 외면하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결과가 보이지 않아도 기도와 사랑을 계속하면 좋겠습니다. 회개하는 마음으로 주님과 이웃에게 돌아가면 좋겠습니다. “나와 함께 기뻐해 주십시오. 잃었던 내 양을 찾았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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