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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미사 (백) 2026년 11월 4일 (수)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일자기 소유를 다 버리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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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

192849 박영희 [cornelia2] 스크랩 10:14

[연중 제31주간 수요일, 성 가롤로 보로메오 주교 기념] 루카 14,25-33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곤충·갑각류 같은 절지동물이나 파충류·양서류가 성장하거나 몸을 정비하기 위해 오래된 껍질이나 피부를 벗는 것을 ‘탈피’라고 합니다. 탈피를 하는 이유는 ‘새로 태어나기 위함’입니다. 기존의 몸을 재생하고 치유하느라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차라리 그것을 완전히 벗어버리고 새로 시작하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그러질 못합니다. 살다보면 여러가지 상처들을 받게 되는데, 때로는 그것을 끌어안은 채로 어떻게든 치유해보려 애쓰는 것보다 차라리 과거의 상처를 끊어버리는 게, 아프고 힘든 기억들을 흘려버리고 새로 시작하는게 더 나을 때가 있는데 자존심이라는 이유로, 미련이라는 핑계로 그러지 못하는 겁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내 안에 나를 살리시고 다시 태어나게 하시는 분이 계심을 믿어야 합니다. 그분은 바로 매일 성체를 통해, 그리고 성령을 통해 우리 안에 들어오셔서 함께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오직 그분만이 나를 치유하시고 다시 태어나게 하시어 온전히 살게 하십니다.

 

이 점을 굳게 믿으면 당신을 따르기 위해 심지어 가족까지 미워하라는 오늘의 복음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족을 미워하라는 것은 가족을 사랑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신앙이라는 이유로 서로 대립하고 배척하라는 것이 아니라, 아무리 가족이라고 해도 나를 온전히 살게 하시는 주님보다 더 사랑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주님을 내 삶의 가장 앞자리에 모신 채,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사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인간관계에 얽매이고 집착하면 온전히 사랑할 자유를 잃고 자꾸만 상대방을 구속하거나 소유하려고 듭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제대로 사랑할 수 없지요. 그래서 예수님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가족에 대한 집착마저 끊어버리고 당신을 온전히 사랑하라고 하십니다. 그래야 이웃과 형제를 제대로 사랑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 사랑은 맹목적으로 혹은 감정적으로 달려드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사랑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주님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서는 먼저 나 자신의 부족함과 약함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는 계획을 세워서 실행해야 하지요. 그래야 사랑이 ‘작심삼일’로 끝나지 않고 꾸준히, 끝까지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점이 바로 ‘탑을 세우는 사람의 비유’에서 나타납니다. 한편, 주님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내가 사랑하는 주님을 위해 내가 가진 전부를, 심지어 나 자신을 온전히 내려놓을 수 있는 의지와 결단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그분을 사랑하는 과정에서 겪는 고통과 시련들을 잘 극복하고 한결같이 주님을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이 ‘평화협정을 청하는 임금의 비유’에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두가지 메시지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 말씀이 됩니다. “누구든지 제 십자가를 짊어지고 내 뒤를 따라오지 않는 사람은 내 제자가 될 수 없다.” 십자가는 주님을 위해,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내가 감당할 수 있고 또 감당해야 할 모든 것을 가리키지요. 박해시대에는 목숨을 바치는 것이 십자가였다면,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오늘날의 십자가는 ‘자기 소유를 다 버리는 것’입니다. 주님을 위해 자기 소유를 다 버릴 수 있다면, 그분 뜻을 따르기 위해 내 뜻과 고집을 다 내려놓을 수 있다면 온전히 그분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고, 주님을 통해서 주님 안에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습니다. 

 

* 함승수 신부님 강론 말씀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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