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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묵상ㅣ체험
함승수 신부님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192917 박영희 [cornelia2] 스크랩 2026-11-07

[연중 제31주간 토요일] 루카 16,9ㄴ-15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개 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쓴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돈을 벌 때는 직업의 귀천이나 고생스러운 정도를 가리지 않고, 억척스럽고 부지런하게 번다는 뜻입니다. 번 돈을 사용할 때는 헛된 곳에 함부로 낭비하지 않고, 가치 있고 보람 있는 곳에 신중하게 쓴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정승 같이 벌어서 개같이 쓰려는’ 사람들이 많아서 큰 일입니다. 돈을 벌 때에는 고생하지 않고 쉽고 편하게 벌려고 하고, 돈을 사용할 때에는 남들 앞에서 자기 부를 과시하며 더 큰 쾌락을 누리기 위해 펑펑 쓰는 이들이 많은 겁니다. 오늘 복음은 예수님께서 그런 우리들에게 주시는 메시지입니다.

 

오늘 복음은 어제 들었던 ‘불의한 집사의 비유’의 핵심 주제이자 결론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도입부에서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시지요.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이 말씀에서 우리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바로 ‘불의한 재물’이라는 개념입니다. 우리는 이 세상의 재물이 ‘가치중립적’임을, 즉 재물 그 자체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으며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알고 있지요. 그런데 예수님이 재물을 두고 ‘불의하다’고 말씀하시니 헷갈리는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재물을 불의하다고 하시는 건 재물 자체가 윤리, 도덕적으로 나쁘다고 부정적으로 평가하시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하늘나라에서 누리게 될 참되고 영원한 기쁨에 비해서, 이 세상에서 재물을 가지고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유한하고 불완전함을 대조적으로 표현하신 것이지요.

 

그런데 이 세상의 재물을 가지고도 완전하고 충만한 기쁨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눈 앞의 즐거움을 쫓지 않고 멀리, 길게 보는 것입니다. 당장 얻을 수 있는 작은 이익을 탐하기보다, 나중에 하느님 나라에서 참된 행복을 누리게 될 그 때를 희망하며 하느님 뜻에 맞는 ‘큰 그림’을 보는 것입니다. 하늘나라에 만기가 아주 늦게 돌아오는 ‘적금’을 드는 셈이지요. 이에 대해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불의한 재물로 친구들을 만들어라. 그래서 재물이 없어질 때에 그들이 너희를 영원한 거처로 맞아들이게 하여라.” 눈앞의 이익이나 쾌락을 얻기 위해 재물을 사용하면 잠깐 타버리고 마는 폭죽처럼 금새 사라질 뿐이지만, 함께 살아가는 이웃의 소중한 생명과 존엄을 위해 재물을 사용하면 그 이웃이 나의 참된 행복을 위해 기도해주는 소중한 ‘친구’가 되어준다는 것입니다. 그런 친구들을 많이 만들수록 내가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확률도 높아지겠지요. 하느님은 혼자 자신을 위해 바치는 기도보다, 여럿이 마음을 모아 다른 이를 위해 드리는 기도를 가납(嘉納)하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어차피 한 번 쓰고 사라질 재물이라면 개처럼 쓰고나서 후회하지말고 정승처럼 지혜롭게 잘 써야겠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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