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4월 19일 (금)
(백) 부활 제3주간 금요일 내 살은 참된 양식이고 내 피는 참된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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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전국 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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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뉴스 [goodnews] 쪽지 캡슐

2020-11-27 ㅣ No.2363

 

2021년 전국 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서울대교구 

춘천교구

대전교구

인천교구

수원교구

원주교구

의정부교구

대구대교구

부산교구

청주교구

마산교구

안동교구 

광주대교구

전주교구

제주교구

군종교구

 

 

 

[서울대교구]

“새로운 시대, 새로운 복음화”
-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교구 공동체 -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마르 16,15)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성령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기를 기도합니다.

지금까지 우리 교구는 신앙의 기초를 다지며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복음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특히 지난 두 해 동안 ‘복음의 기쁨을 선포하는 교회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가정과 본당 공동체를 중심으로 힘써 온 것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2021년에는 그동안 맺은 열매들을 바탕으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교구 공동체’를 가꾸는 데에 교구의 모든 신자들과 본당 및 기관이 힘을 모아 주기를 부탁드립니다.

 주님께서는 오늘도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마르 16,15)1)고 말씀하십니다. 세례받은 우리 모두는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 선교사입니다. 주님께서는 우리가 체험한 복음의 기쁨을 우리의 가정과 본당 공동체를 넘어 세상 곳곳에 전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지구촌 곳곳이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뿐 아니라 세상살이도 커다란 위기 속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우리 모두는 복음이 가져다주는 큰 기쁨과 행복을 새로운 방식으로 온 세상에 증거해야 합니다. 올 한해 가정과 본당 그리고 세상 안에서, 우리뿐만 아니라 아직 그리스도를 모르는 많은 이들에게도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선교적 교구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노력합시다. 이에 교구가 지향해야 할 참다운 선교적 자세를 믿음, 희망, 사랑의 향주덕에 비추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믿음의 공동체’입니다.

교구는 하느님께 믿음을 두는 공동체입니다. 우리는 구원으로 이끄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신앙을 선물로 받은 믿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이 믿음을 개인적 차원을 뛰어넘어 공동체를 통하여, 공동체와 함께, 공동체 안에서 성장시켜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스스로 하느님 말씀을 묵상하고, 기도하며, 교회의 가르침을 공부하고, 또한 미사 안에서 예수 그리스

도와 온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사랑을 실천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매일의 삶 속에서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시는 사랑을 우리는 알게 되었고 또 믿게 되었습니다”2)라고 고백하며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은 교구 공동체를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전하는 ‘믿음의 공동체’로 더욱 변화시켜 참된 선교 사명을 수행하도록 이끌어 줄 것입니다.

(2)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희망의 공동체’입니다.

교구는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공동체입니다. 오늘날 악의 세력은 점점 하느님의 뜻보다는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가치가 더 중요한 것처럼 우리를 유혹합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한 우리 안의 두려움과 불안은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저는 모든 이들에게 하느님만이 우리의 희망임을 외치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집트에서의 노예살이로부터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시키셨고, 엘리야로부터 세례자 요한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예언자들을 통해 당신이 언제나 함께하고 계심을 알려주셨습니다. 그리고 때가 차자 하느님께서는 외아드님 예수 그리스도를 이 세상에 보내시어 우리에게 부활에 이르는 참된 생명의 길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항상 함께하시는 임마누엘 하느님’께 희망을 두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진정한 선교사는 자신의 선교 사명 가운데 예수님께서 언제나 함께 살고 계시다는 것을 깨닫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3) 하느님께서는 오늘 “내가 너와 함께 있겠다”(탈출 3,12)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께 희망을 둘 때 교구 공동체는 참된 ‘희망의 공동체’가 되어 지치지 않는 선교 열정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3) 교구는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사랑의 공동체’입니다.

 교구는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하는 공동체입니다. 한 마음 한 몸이 되어 사랑의 공동체를 이룬 첫 신자 공동체의 생활은 온 백성에게 호감을 얻었기에 날마다 구원받을 이들이 늘어났습니다(사도 2,42-47 참조). 우리도 하느님께로부터 전해 받은 사랑을 공동체와 더불어 충실히 살아감으로써 그리스도를 모르는 모든 이들에게 복음을 증거할 수 있습니다. 안드레아가 형인 베드로에게 “우리는 메시아를 만났소”(요한 1,41)라며 기쁨에 차서 복음을 전한 것처럼, 가장 먼저 자신의 가까운 이들부터 복음을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복음을 전한다는 것은 말로만이 아니라, 온 삶으로 전해야 합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을 통하여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1요한 4,16)라고 세상에 보여주어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자기 자신의 이해와 관심에만 갇혀 있을 때, 더 이상 다른 이들을 위한 자리가 없어 가난한 이들이 들어오지 못”4)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므로 교구 안에서, 특히 코로나19로 더욱 힘든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복음의 기쁨을 전해야겠습니다. 교구 안에서뿐 아니라 우리나라, 더 나아가 세상 모든 곳에도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그러므로 국내 선교에 대한 관심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선교를 하고 있는 수많은 이들과 그들이 함께하는 현지의 어려운 이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전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이러한 우리의 노력을 통해 그리스도를 삶의 자리와 처지에로 모셔가는 교구 공동체는 ‘사랑의 공동체’로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할 것입니다.

 사제 여러분, 교구장 주교인 저와 일치하는 가운데 “선교를 핵심으로 하는 사목”5)에 더욱 힘을 기울여 주십시오. 200년 전 이 땅에 탄생하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두 사제의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 복음화를 위한 사목적 열정을 본받는 삶을 살아갑시다. 여러분이 동반하고 있는 본당과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은 여러분 안에서 착한 목자이신 주님을 보고 싶어 합니다. 그러므로 ‘주님의 마음과 눈길, 그리고 발걸음은 어디를 향하실까? 주님의 손길은 어떻게 어루만지실까?’를 묻고 실천합시다. 주님을 본받아 ‘찾아가는 사목’, ‘함께하는 사목’을 실현하는 선교사가 됩시다!

남녀 봉헌 생활자 여러분, 여러분의 고유한 신분을 통하여 선교에 더욱 충실하여 주십시오. 여러분의 기도는 복음화를 지향하고 실현하려는 교구 공동체에 큰 힘이 됩니다. 아울러 기도생활과 더불어 하느님과 공동체로부터 받은 사랑을 고유한 활동을 통하여 증거하는 삶을 살아주십시오. 각자의 소임의 자리에서 기도하며 일하는 사랑의 선교사가 됩시다!

 신자 여러분, 가정을 비롯한 학교, 직장, 각종 모임, 본당과 지역, 그리고 세상 안에서 복음의 기쁨을 증거하는 ‘그리스도인답게’ 살아가 주십시오. 여러분이 생활하는 모든 곳은 평신도 사도직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의 자리입니다. 그러므로 복음화의 사명에 충실할 수 있도록 개인 및 공동체 차원에서 신앙 성숙을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 주십시오. 코로나19로 신앙생활과 세상살이의 어려움이 크겠지만 ‘신앙의 끈’을 간직하고, 이어주고, 전하는 선교사가 됩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사도 바오로는 “내가 복음을 선포하지 않는다면 나는 참으로 불행할 것입니다”(1코린 9,16)라고 복음 선포의 사명을 일깨워주십니다. 교회는 세상 안에서 살아가지만 세상과 구별된 공동체이어야 합니다. 우리 주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마태 5,14.16)고 말씀하십니다. 올 한 해 동안 하느님께 ‘믿음과 희망과 사랑’을 두는 새로운 복음화의 여정을 살아갑시다. 이러한 ‘복음화되어 복음화하는 교구 공동체’로서의 노력은 2031년에 맞이하게 될 ‘교구 설정 200주년’의 마중물이 될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믿고 증언한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이 땅에 복음의 빛을 전하신 한국의 순교자들,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1) 이 말씀은 조선대목구 초대 대목구장 브뤼기에르 주교의 사목표어 이기도 합니다.
2) 교황 베네딕토 16세,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1항.
3) 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266항 참조.
4) 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2항.
5) 교황 프란치스코, 「복음의 기쁨」, 35항.

2020년 대림절에
천주교 서울대교구
교구장 염수정 안드레아 추기경

 

 

  

[춘천교구]

 


     


 
 

 

 

 

 

 

  

[대전교구]

"신앙과 삶이 하나되어 모두 한 형제로 걸어가는 공동체"

 

 

주님 안에 사랑하는 사제, 수도자, 형제자매 여러분!

1. 2019년 말에 발생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이하 코로나19)가 공동의 집인 지구를 덮치면서, 우리는 혼란과 두려움 속에서 지난해를 살았습니다. 이 땅에 가톨릭 신앙이 전파된 이래 처음으로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는 경험을 하였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전염병과 함께 기존에 살아왔던 많은 방식이 정지되면서, 그동안 우리가 만들어 온 삶의 양식을 되돌아보도록 요청받았습니다. 또한, 지난해 길었던 장마와 무더위는 기후변화를 넘어서 기후위기가 심각함을 드러내었고, 공동의 집인 지구의 울부짖음에 더는 침묵할 수 없도록 인간 삶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 어둠 속에서 빛과 새로운 길을 찾고 걸어가는 희년


2. 시대의 변화를 요청받는 이때, 한국천주교회는 2020년 대림 제1주일부터 1년을 “성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희년”으로 선포하였습니다. 유네스코(UNESCO)는 2019년 11월 14일 탄생 200주년을 맞는 김대건 신부님을 2021년 세계기념인물로 선정하였습니다. 유네스코는 인류가 추구하는 보편적 가치를 드러낸 김대건 신부님의 삶과 업적을 높이 평가하였습니다. 김 신부님은 신분 질서가 엄격한 사회 속에서 모든 사람이 하느님 앞에 존엄하고 평등하며,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그리스도교의 신앙 가치를 조선에 전파하셨습니다. 그리고 조선전도를 제작하여 유럽에 조선을 알리는 데에 이바지하셨습니다.


3. 희년을 맞이하면서 200년 전 김대건 신부님께서 사셨던 삶의 자리를 되돌아봅시다. 1784년 이승훈의 세례로 태동된 한국천주교회는 1801년 신유박해 때 많은 신자가 순교하거나 유배를 당하였습니다. 1817년 인도에서 발병한 콜레라가 세계를 휩쓸며 중국을 통해 1821년에 조선 전체에 퍼지기 시작하면서 10만이 넘는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생명을 잃었습니다. 당시 조선의 의료체계는 전염병에 무지하였고, 당쟁으로 인하여 정치적 불안감이 엄습하였으며, 봉건 계급 사회는 변화를 요구받던 시기였습니다. 백성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지고, 민심이 흉흉하던 어려운 시기에, 조용한 시골 솔뫼의 한 신앙 가정공동체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하였습니다.


4. 변화를 요청받았던 시기, 우리 선조들은 그리스도교 신앙 안에서 그 길을 찾았고, 그 길은 여러 사람에게 전파되어 교회를 이루며 퍼져나갔습니다. 우리의 신앙 선조들은 그리스도교 진리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하였고, 그 신앙은 한국의 첫 사제인 김대건 신부님께 이어졌습니다. 15세의 소년 김대건은 신학생으로 선발되어 마카오에 가서 프랑스 선교사들로부터 철학과 신학, 과학기술과 항해술, 의술 등을 배웁니다. 사제가 되어 조선에 입국한 후 전염병과 사회 부조리로 힘겹게 살고 있던 백성들의 생명을 살리고자 모든 노력을 다하셨으며 마지막으로 자신을 산 제물로 순교를 통해 하느님께 봉헌합니다.


◆ 신앙과 삶이 하나되는 교구 공동체


5. 김대건 신부님 탄생 당시의 시대 배경과 오늘날의 상황이 비슷하다는 사실은 희년을 지내게 되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합니다. 전염병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 새로운 삶의 질서에 대한 요구는 우리에게 주어진 희년 속에서 새로운 탄생을 위하여 순교의 영성이 바탕이 되어야 함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합니다.


6.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 신앙 선조들에게 신앙과 삶은 언제나 하나였습니다. 배운 바를 믿고, 믿는 바를 삶으로 옮긴 것이 우리 신앙 선조들의 삶이었습니다. 근래에 개최하였던 교구 시노드 과정에서 평신도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신앙과 구체적인 삶의 괴리라고 답한 것을 기억합니다. 믿는 바를 구체적인 삶으로 옮기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나만의 힘으로 가능한 일도 아닙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주어져야 하며, 우리의 간절함이 마주할 때 가능합니다. 희년을 살아가면서 김대건 신부님과 우리 신앙 선조들로부터 그 길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7. 신앙과 삶의 일치를 위해 우리 교구 희년의 부제인 ‘피어라, 순교자의 꽃들아’의 의미를 되새겨봅시다. 이 표현 안에는 ‘탄생’과 ‘십자가, 죽음’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습니다. 새로운 생명을 피우기 위해 반드시 희생, 고통, 봉헌을 담고 있는 십자가를 통한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우리 신앙의 본질입니다. 참된 사랑의 열매는 이 여정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은 죽음을 불사하고 신앙을 지키려 했던 공동체가 있었기에 가능하였고, 김대건 신부님 역시 순교의 토대 위에 자신이 받은 소중한 생명을 또 다른 생명을 피우기 위해 바치셨습니다. 희년을 지내면서 우리 모두 각자의 삶 속에서 꽃을 피우기 위해 어떤 죽음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성찰하고, 구체적인 삶을 만들어 가길 희망합니다.


◆ 함께 한 형제로 걸어가는 여정


8.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함께 신음하는 이 때, 지난 10월 4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새로운 사회 회칙 「모든 형제들」(Fratelli tutti)을 발표하셨습니다. 「모든 형제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전 지구적 혼란 속에서 우리가 걸어가야 하는 길을 제시합니다. 위기 속에서 우리는 두 경향을 보게 됩니다. 하나는 이기주의와 배타주의를 토대로 하는 양극화 현상이고, 다른 하나는 상호협력과 연대를 통해 새로운 길에 동참하려는 움직임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치료제를 놓고 국가 이기주의를 내세우는 나라들이 있는가 하면, 치료제는 공공재가 되어야 한다며 공생의 길을 걸으려는 나라들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형제애와 사회적 우애’를 바탕으로 이 고난을 함께 이겨내자고 제안하십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인류 모두가 한 가족이고 형제라는 인식을 키워야 합니다. 모두가 같은 배에 타고 있으며 세계화되고 상호 연결된 세상 속에서 우리는 ‘홀로’가 아닌 서로 연대하고 협력하며, 형제애를 나누며‘함께’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9. 이미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5년에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이 위기를 경고하셨고,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강조하셨습니다. 전염병과 기후위기는 어느 한 사람, 어느 한 국가에 의해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이 서로 연결되어 우리 자신이 인식하지 못한 상황 속에서 점점 가속화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가장 고통을 받는 사람들은 가난한 이들이고, 소리조차 낼 수 없는 대자연의 작은 생명들입니다. 원인이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이었으니, 그 해결책도 우리 모두 함께 바꾸지 않으면 불가능합니다.


10. 우리 선조들의 신앙과 삶이 일치하였듯이, 형제애는 말로만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모든 사람의 존엄성과 모든 피조물의 소중함을 중심에 두고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끊임없는 회심을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착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서로 가까이 다가가도록 편견과 개인적 이익을 극복합시다. 우리에게는 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특별히 고통받는 이들과 피조물들을 우리의 형제요, 가족으로 품는 공동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마음으로 올해는 창조질서 보존을 위한 구체적 실천들이 사목 현장에서 이루어지길 강력히 권고합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모두가 한 형제로 함께 걸어가면서, 특별히 가난한 이들을 위한 관심과 배려, 나눔을 더욱 실천해 주시길 당부드립니다.


◆ 교구 사목 실천 방향


11. 첫째,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시노드적 방식으로 살아갑시다. 김대건 신부님과 신앙 선조들의 삶을 기억하고 우리의 삶으로 옮기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희년 준비위원회를 거쳐 진행위원회를 구성하였습니다. 희년 진행위원회는 모든 것을 결정하고 지침을 제시하기보다, 희년을 잘 보내기 위한 큰 방향을 제시할 것입니다. 그 방향을 토대로 교구의 본당, 기관, 교회 운동과 단체 등은 자발적으로 희년을 어떻게 보낼지 그 구성원들과 함께 논의하여 구체적 실천들을 마련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지내게 될 희년은 단순한 행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코로나19와 기후위기로 인하여 새로운 삶의 방식을 요구받는 오늘날, 교구 공동체에 새로운 탄생을 피우는 출발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19로 기존의 교회 활동들이 위축된 가운데, 신앙생활의 소중함을 체험하기도 하였지만, 소홀해진 것들도 많습니다. 희년을 잘 보내기 위한 각 공동체 하느님 백성들의 자발적 참여로 새롭게 탄생하는 교구 공동체를 만들어 갑시다.


12. 둘째, 김대건 신부님과 신앙 선조들의 신앙을 우리의 삶과 실천으로 기념합시다. 희년을 잘 보내기 위해 기본적으로 김대건 신부님과 신앙 선조들의 신앙을 배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읽고, 듣고, 배우고, 나눈 것들을 체험하기 위해 그분들의 삶의 자리를 순례하는 것은 희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이끌어 줍니다. 희년 진행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서적 리스트와 특강 및 성지순례 등 도움이 되는 자료들을 제공할 것입니다. 제공되는 자료들을 토대로 교구 하느님 백성이 희년을 잘 보낼 수 있도록 사목적 실천들을 마련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3. 셋째, 가정교회의 활성화를 위해 각 가정 안에서 신앙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김대건 신부님의 탄생과 사제직을 통한 삶의 봉헌은 가정의 신앙적 토대 위에서 자라났습니다. 가정은 가장 기초적이고 소중한 신앙 공동체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동체 미사가 중단되는 경험을 통해 가정 교회의 소중함을 더 깊이 깨달았습니다. 각 가정 안의 신앙적 토대는 우리 일상의 소중한 밑거름이 됩니다. 희년을 보내면서 각 가정이 함께 기도와 말씀 나누기 등을 통해 서로의 삶에 힘을 불어넣어 줍시다.


14. 넷째, 기후위기에 대응하여 생태적 회심을 통한 새로운 삶의 질서를 만들어 갑시다. 코로나19와 지난해 길었던 장마와 무더위는 우리에게 지구의 울부짖음을 외면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더는 미룰 수 없는 심각한 상황이 공동의 집인 지구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우선 생태적 회심을 통해 우리의 쓰고 버리는 소비문화에 대해 성찰하고 반성합시다. 이를 토대로 창조질서의 보존을 위한 구체적인 실천들(탄소저감 운동, 재생 가능한 에너지와 물품 사용, 먹거리 문화 바꾸기, 대중교통 활용과 걷기 등)을 각 가정, 본당, 기관 등에서 마련하여 실천합시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은 더는 미룰 수 없는 당장 실천해야 할 긴박한 사안임을 명심합시다. 우리 모두 공동의 집을 살리는 생명의 문화를 만들어 갑시다.

저는 이미 6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생태 보존을 위한 회칙 「찬미받으소서」가 발표되었을 때, 각 본당의 사목평의회에 생태환경분과를 설치할 것을 당부하였습니다. 올해 신청사가 출범하면서 교구청에 사회복음화국을 신설합니다. 사회복음화국의 중요한 사목 방향 중 하나는 창조질서 보존을 위한 전 교구적 실천을 독려하고, 각 본당과 기관의 해당 분과와 함께 논의하면서 구체적 실천들을 마련하는 일입니다. 교구의 모든 본당 사목평의회에 ‘생태환경분과’를 ‘사회복음화분과’로 개편하고, 아직 마련되지 않은 본당들은 설치해 주시기 바랍니다.


15. 다섯째, 가난한 이들을 통하여 우리 자신이 복음화되는 교구 공동체를 만들어 갑시다. 교회는 그 출발부터 늘 가난한 이들과 함께하였습니다. 형제애로, 겸손하고 너그러운 봉사로, 정의로, 가난한 이를 향한 자비로(「복음의 기쁨」, 194항 참조) 그들과 함께했습니다. 이는 가난한 사람이 되시어 언제나 가난한 이들과 버림받은 이들 곁에 계신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의 믿음(「복음의 기쁨」, 186항 참조)을 토대로 한 실천이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더욱 고통받는 이들은 다름 아닌 가난한 이들입니다. 저는 2년전 사목교서에서 가난한 이들을 돕는 복지예산 5%를 매년 1%씩 늘려달라고 간곡히 당부하였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각 본당과 기관의 재정 상황이 녹록치 않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위기 상황 속에서 교회가 사용하는 재화는 우선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향해야 함을 기억합시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는 각 본당 예산의 7%를 사회복지 예산으로 배정하고 집행하여 가난한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길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 개발될 코로나19 백신을 가난한 이들, 가난한 나라와 함께 나누는 운동을 전개할 것입니다.


16. 여섯째,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합시다. 지난 3년 동안 남북관계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대와 희망과 함께 더 큰 인내를 요구하는 시간을 보내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회칙 「모든 형제들」에서 2017년 한국 주교회의가 발표한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한국천주교회의 호소문”을 인용하셨습니다. “진정한 평화는 민족의 화해와 공동발전을 추구하는 대화를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노력으로 달성될 수 있습니다.” 평화를 만들어 가는 여정은 인내를 요구합니다. 지속적인 대화로 신뢰를 쌓아가면서, 작은 일부터 시작하여 다각도로 노력해야 합니다. 이 여정을 위해 용서와 화해는 기본입니다. 올해도 한반도 주변의 상황은 다양한 변수로 가득할 것입니다. 하지만 혼란 속에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길은 바로 참된 평화가 이 땅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각자의 자리에서 노력하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기도는 평화 정착을 위한 소중한 토대라는 것을 잊지 말고, 매일 저녁 9시에 한반도 평화를 위한 기도에 동참하며, 성모님께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계속 전구해 주시길 청합시다.


17. 하느님의 은총과 교구 하느님 백성들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세종시에 교구청 신청사가 완공되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희년을 맞이하여 솔뫼 복합문화센터(성 김대건 기념관)도 마무리되었습니다. 또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을 기념하고 청년들의 복음화를 위한 공간인 “청년문화센터”(해미 Wake-up Center)도 순조롭게 건설되고 있습니다. 힘든 일이었지만 교구 하느님 백성 모두의 기도와 협력 속에서 완성되어감에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새로운 공간들은 새로운 시대의 교구 복음화와 세상 속에 사랑과 생명의 문화가 퍼져나가는 데 이바지할 것입니다. 지속적인 관심과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18. 사랑하는 교구의 사제, 수도자, 평신도 형제자매님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전례 없는 도전을 직면하면서,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음을 마음 깊이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 도전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소중한 기회로 삼읍시다. 슬픔 속에서 참된 기쁨을, 절망 속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이 도전에 직면하여 서로 한 형제로, 함께 친교를 나누며 참여하고, 복음을 선포하며 새로운 길을 만들어나갑시다. 희년을 맞아 하느님의 크신 자비와 은총으로 우리 교구를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는 공동체로 만들어 갑시다.

대전교구의 주보이신 루르드의 성모님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중개로 희년을 좋으신 하느님께 맡겨드립니다.

고맙습니다.

 

천주강생 2020년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대전교구 교구장 주교
유흥식 라자로

  

  

[인천교구]

 

기억과 감사의 해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하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신명 8,2)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있고 힘이 있다’(참조 히브 4,12).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사도 바오로의 이 고백을 체험하고 느꼈던 성서의 해를 보냈습니다. 주님의 말씀 안에서 살고자 노력한 우리 모두의 삶에 하느님의 은총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기도합니다. 비록 성서의 해는 끝났지만, 주님의 말씀은 영원히 우리와 함께 해야 함을 깊이 마음에 새기며

주님이 주신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2021년은 교구 설정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1961년 9개 본당, 59개의 공소, 그리고 23,169명의 신자로 시작된 인천교구는 교구 설정 60주년을 맞이하며 129개 본당, 약 53만명의 공동체로 성장하였습니다. 그리고 교구사제도 351명으로 많아졌습니다. 교구가 시작되면서 인천교구 관할 지역에서 복음 전파의 사명을 훌륭히 수행해 주셨던 故 나 굴리엘모 주교님과 메리놀 선교사제들 그리고 골롬반 선교사제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인천교구에서 봉사해 주신 모든 외국인 선교사제들, 수도자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아울러 오늘에 이르기까지 하느님을 위하여, 교회를 위하여 봉사해 주신 故 최기산 보니파시오 주교님, 모든 사제들, 수도자들, 평신도 지도자들 그리고 교구 신자 모두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2021년은 우리나라의 최초의 사제이자 한국 성직자들의 수호자이신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한국 천주교회는 2020년 11월 29일(대림 제1주일)부터 2021년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 한국 천주교회 차원의 희년으로 지내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유네스코(UNESCO)가 2021년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기념의 해’로 지정하였기에, 교회 내, 외적

으로 더욱 뜻깊은 해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교구 설정 60주년을 기념하면서, 또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보내면서 우리는 지난 시간의 기억을 되살려 보아야겠습니다. ‘순교자의 피는 신앙의 씨앗입니다’(테르툴리아누스 교부)라는 말처럼, 한국 천주교회는 순교자들의 신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인 최초의 사제였던 성 김대건 신부님은 짧은 사목기간 동안 열성을 다해 복음전파에 힘쓰셨고, 체포 후에는 권력과 재물의 유혹에도 끝까지 신앙을 지키다 순교하셨습니다. 이런 순교신앙의 뿌리는 인천에도 있습니다. 1838년, 정 바오로를 비롯한 50명 이상의 신자들이 있었는데, 인천지역에서 일어난 박해로 인해 뿔뿔이 흩어졌지만, 그중에 12명이 신앙을 증거하며 옥에 갇히기도 하였다는 문헌적 증언이 있습니다. 또한 1839년 기해박해 때 부평에서 태어난 성 김성임 마르타와 인천지역 양반 출신 복자 심조이 바르바라가 순교하였습니다. 인천교구는 성인품과 복자품에 오르지 못하였지만 신앙의 자유가 허락되기 전까지 여러 박해 때 신앙을 증거하다 순교한 많은 순교자들을 제물진두, 갑곶성지, 진무영 성지, 일만위 순교 동산에서 기리고 있습니다. 인천지역에서의 신앙의 뿌리는 이렇게 순교자들의 신앙에서 시작되어, 1961년 인천교구가 설정되면서 더욱 크게 성장하게 되었고, 6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 많은 열매를 맺으며 약 53만명의 신자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그러므로 주님께서 이루어주신 모든 것들을 기억하며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과거의 시간을 기억한다는 것은 이렇게 과거의 은총을 기억하고 고이 간직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과거를 생각하는 것에만 머무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듯, ‘기억의 지킴이가 되는 것이란, 성장시켜 주시는 분은 하느님이시라는 것을 깨닫고, 동시에 성장은 과거처럼 현재에도 고난을 이겨내며 끊임없이 일하는 그러한 노력의 열매임을 깨닫는 것’입니다(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 한국 주교단 만남). 과거에 있었던 신앙의 위협이 박해의 모습으로 드러났다면, 현대를 살아가는 지금, 또 다른 형태로 신앙을 위협하고 왜곡하는 모든 고통을 순교신앙으로 극복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스라엘 백성을 죽음의 땅에서 생명의 땅으로 이끌어 주신 하느님을 자신의 동족들에게 일깨워 주면서 모세는 “주 너희 하느님께서 너희를 인도해 주신 모든 길을 기억하여라.”(신명 8,2)라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모세는 말합니다. ‘주 너희 하느님을 잊지 않도록 하여라’(참조 신명 8,14) 성경은 하느님이 인간에게 무엇을 해주셨는지 늘 기억하게 합니다. 이는 현재의 우리 삶 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기도한다는 것, 그것은 하느님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과거를 기억하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우리도 우리가 지나온 길을 돌이켜 보면서, 주 우리 하느님께서 우리를 인도해 주신 모든 길을 기억합니다. ‘뒤돌아보니 모든 것이 은총이었네’라는 말처럼, 우리 교구 안에 역사하신 하느님의 손길, 우리 각자 모두를 이끌어 주신 하느님의 역사하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이런 의미에서 미사성제를 ‘감사의 전례’라 부르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고 싶습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라는 말씀처럼, 미사성제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해주셨다는 것을 기억하며 감사하게 됩니다.

 

교구 설정 60주년을 기념하면서, 또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지내면서, 다음의 세가지를 살아가는 일 년이 되시기를 희망합니다.

 

첫 번째, 순교자들의 영성을 깊이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이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합니다. 신자들에게는 순교자들의 신앙을 본받기 위한 모든 노력을 말합니다. 그리고 사제들에게는 성 김대건 신부님의 모습을 본받기 위해 노력하며 사제영성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그 영성을 삶으로 실천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양한 모습의 순교가 있겠지만, 특별히 저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꼭 실천해야 할 순교가 ‘녹색순교’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는 기후의 변화로 인한 환경의 변화, 그리고 기후 위기를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생태환경 보호를 위한 ‘녹색순교’의 깊은 의미를 알고 행동하는 실천이 필요합니다. 생태환경의 보호는 곧 하느님 창조질서의 복원이기에, 앞으로 사목서한을 통해 이 의미를 더 구체적이며 실천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알려드리겠습니다.


두 번째, 과거를 정리하는 일에 노력을 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교구 60년을 시작하면서 교구는 ‘인천교구 역사관’ 준공을 앞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교구의 역사를 문서 목록화하는 작업도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역사 정리는 교구만의 일이 아닙니다. 모든 본당, 단체, 기관 등 교구 내 모든 곳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일입니다.

 

세 번째, 모두가 ‘감사의 전례’인 미사에 적극 참여하면서, 매사에 주님께 감사하며, 감사의 의미를 깊이 새기는 한 해가 되시기를 바랍니다.

“주님, 제 마음 다하여 찬송하며, 당신의 기적들을 낱낱이 이야기하렵니다. 지극히 높으신 분이시여, 저는 당신 안에서 기뻐하고 즐거워하며, 당신 이름에 찬미 노래 바칩니다.”(시편 9,2-3) 이는 하느님께서 하신 일들을 기억하며 바치는 시편의 기도입니다. 하느님이 이끌어 주신 각자 모두의 삶, 그것을 기억하고 돌아보는일. 이것이 감사의 시작입니다. 미사성제는 ‘감사의 전례’입니다. 미사성제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이 우리를 구원해주셨다는 것을 기억하며 감사하게 됩니다. 그러기에 감사의 가장 궁극적 행위는 미사성제의 참여에 있습니다. 미사성제를 통한 주님과의 만남이야말로, ‘나를 구원해주신 주님의 사랑’을 가장 깊게 느끼는 순간이며 이 성사를 통해 우리를 감사의 삶으로 인도해 주기 때문입니다.

 

전례력으로 새해를 맞으며 희년을 시작합니다. 그러나 2020년을 보내며 우리 모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힘든 나날을 보냈음을 또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런 어려움이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고통 속에 있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겠습니다. 이 또한 지나갈 것임을 알고 있기에, 하느님 안에서 희망을 찾아봅니다. 분명 하느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선으로 이끄실 것입니다.

 

인천교구 신자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이 충만하기를 기도합니다. 아울러 교구 주보이신 바다의 별이신 성모 마리아께 우리 모두의 발걸음을 당신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길로 인도해 주시도록 전구를 청합시다.

 

주님의 사랑을 기억하며

천주교 인천교구장 정신철 요한 세례자 주교

  

  

[수원교구]

 

2021∼2023년 수원교구 교구장 사목교서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Ⅰ. 들어가는 말

 

불확실성의 시대

1. 지금 인류는 코로나19 감염병과 그 여파로 큰 시련을 겪고 있습니다. 바이러스의 세계적 창궐은 평범했던 인류의 일상을 멈추게 했고, 사랑하는 가족을 앗아갔습니다. 지구촌 공동체는 슬픔과 두려움 속에서 이 위기가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하며 감염병의 확산 방지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감염병의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우리 사회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종교 전방위에 걸쳐서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특히 환경파괴로 인한 기후 위기, 식량 위기, 질병 위기, 경제 위기는 우리 인간 생명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치적 위기까지 가세하여 국내 문제는 물론, 국가와 국가 사이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은 우리의 미래를 불안과 두려움으로 몰아가게 합니다.


생활양식과 소통방식의 변화

2.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점진적으로 영역을 넓혀가던 비대면 방식의 소통문화가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산하며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던 대면 문화의 영역들이 비대면 문화로 영역을 옮겨가며 오히려 외연을 확장하고 있습니다. 서로 대면할 수 없기에 차선으로 선택한 비대면 방식이 도리어 사람들의 긍정적인 호응을 얻으면서 서서히 사회의 주류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굳이 직접 만나지 않아도 상호 간의 소통이 가능하다는 것을 체험한 사람들은 이제 대면과 비대면 두 개의 방식을 동시에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3. 이러한 변화는 우리 교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동안 교회의 운영방식은 대면 중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 감염병의 예방을 위해 수개월에 걸친 미사 중단과 이에 따른 대안으로 제시된 TV, 인터넷 방송 미사 시청은 신자들의 미사 참례 의무에 대한 인식에 변화를 초래하였습니다. 이어서 다시 시작한 미사 이외에 모든 집회와 활동을 금지한 사목 조치는 신자들의 신앙생활 방식을 공동체 중심에서 개인의 일상 중심으로 바꾸게 하였습니다. 또한, 사제와 신자 그리고 신자와 신자 사이의 소통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비대면 방식의 접근들은 교회 안의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 교회는 불확실하게 전개되는 사회현실과 비대면으로 전개되는 소통문화를 바라보면서 지금 이 시대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최선의 대책은 무엇인지 고민하며 그 적절한 대응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Ⅱ. 도전과 대응

 

가난한 이들

4. 코로나19로 위축된 세계 경제는 사회적 약자인 가난한 이들을 심각한 곤경에 빠지게 하였습니다. 이들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의식주만이라도 해결하고자 안간힘을 쓰지만 이미 이기적이며 자기방어적이 되어버린 사람들에게서 자비를 기대하기란 어려운 현실입니다. 특히 질병에 취약한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겪는 가난은 생명의 위기와 직결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위기의 때에 교회는 모든 역량을 모아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가진 것을 나누어 이들이 최소한의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비단 사회복지 차원의 나눔뿐만 아니라, 교회의 지체들 모두가 살아 있는 ‘그리스도의 신비체’(에페 4,16)로서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가난한 이들을 돌보아야 합니다. 저는 우리 신자들의 마음 안에 가난한 이들을 향한 자비로운 주님의 연민이 가득하기를 희망합니다. 가난한 이를 위한 우선적인 선택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교회의 중차대한 과제입니다. 이는 복음화의 중요하고 본질적인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힘든 위기의 때에 교회가 본연의 모습을 살아야만 비로소 주님의 복음이 참되게 선포될 것입니다.


가정

5. 코로나19로 사람들이 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정에 머무르면서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와 일치가 중요한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역설적이게도 감염병의 위기가 가져다준 사회적 거리두기는 해체 위기에 놓인 가정 공동체를 다시 돌아보게 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미 교회가 여러 가르침을 통해 강조해 왔던 가족 구성원의 유대와 일치, 부모와 자녀의 대화, 가정 안에서의 신앙 전수 등이 갖는 중요한 의미가 자연스럽게 재조명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신자들이 가정 안에서 서로 일치하고 나누며 하느님을 발견하는 사랑의 공동체를 이루어 나갈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야 합니다. 특히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일상 안에서 꾸준히 신앙 실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격려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영상 등 다양한 비대면 매체를 활용한 교육 자료와 안내서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고, 신자들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는 일도 필요할 것입니다.


영유아·초등학교 저학년

6. 교회는 전통적으로 유아세례를 통하여 부모의 신앙을 자녀에게 전수하도록 가르쳐 왔습니다. 이는 영유아기의 아이들에게 미치는 부모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영유아기는 생활 습관 및 인성 교육의 초기 단계로서, 부모의 가르침이나 모범을 통해 기본적인 도덕성을 배우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이 시기 자녀들이 부모로부터 배우는 신앙과 가치관은 향후 이들의 그리스도교적 가치관 형성에 기초가 됩니다. 그런데 지금의 젊은 부모들은 신앙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며 자녀의 유아세례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영유아기 자녀들의 교육에는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부모의 신앙 교육이 영유아기 자녀의 인성발달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를 연구하고 가르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과정에 눈높이를 맞춘 다양한 신앙교육 콘텐츠를 개발하여 젊은 부모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초등학교 고학년·청소년

7.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빚어진 일련의 상황들은 미래를 준비하는 청소년들에게도 커다란 불안으로 다가왔습니다. 학교 운영 방식의 다변화로 학생들은 학업에 차질을 빚었고 이는 진학과 취업에 대한 불안으로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사회경제의 위축으로 말미암은 대규모 실업과 장기불황은 청소년들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만들었습니다. 미래를 꿈꾸고 희망으로 가득해야 하는 청소년들이 지금 마주하고 있는 불안한 상황을 교회 구성원 모두는 함께 이해하고 공감하며 특별한 배려를 위한 구체적 실천에 힘써야 합니다. 마치 경쟁에서 뒤진 사회의 천덕꾸러기로 내쳐진 듯한 소외감을 교회 안에서까지 느끼게 한다면 남아있는 청소년들마저 교회를 등지고 떠나갈 것입니다.


8. 오늘의 청소년들은 ‘신인류’, ‘포노사피엔스’ 등으로 정의될 만큼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를 지닌 세대입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성장기에 드러나는 발달적 특성과 더불어 이들만이 지닌 고유한 시대적 특성을 동시에 고려한 사목이 필요합니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다양한 체험과 활동을 통해 올바른 가치관을 기르며 신앙의 감수성을 성장시켜 나갑니다. 이 시기에 배우는 신앙의 기본습관과 사회활동에 참여함으로써 형성되는 이웃사랑의 가치관은 이들이 교회의 미래 주역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청소년들이 함께 모여 소통하고 교류하며 그들만의 문화(새로운 대면, 비대면의 소통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자기 주도적 신앙생활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역량을 갖추도록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대리구와 지구에서는 ‘청소년들을 위한 소통과 교류의 장(대면과 비대면)’을 마련하여 제공하고 돌봄으로써 이들 사이에서 진행되는 ‘또래 학습’을 통해 신앙의 기본습관(기도)과 이웃사랑의 가치관(희생과 나눔)을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할 것입니다.


사제·수도자 양성

9. 이미 한국 사회의 문제로 대두된 저출산의 기류는 심각한 인구 감소 위기와 함께 교회의 사제 성소에도 적신호를 알리고 있습니다. 청소년 시기에 겪는 심리적 불안과 혼란한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현실에서 바른 인성을 지닌 신앙인, 나아가 사제 성소를 지망하는 청소년을 양성하는 일은 커다란 난제임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성소를 지망하는 청소년이 갈수록 줄어든다고 해서 인성과 지성 그리고 건강을 두루 겸비한 예비신학생을 발굴하고 양성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어려운 여건일수록 성소를 식별하고 선발하는데 더욱 분발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 그 어느 때보다 인성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시기입니다. 사랑과 존중으로 충만한 가정환경과 부모 자녀의 돈독한 신뢰 속에 성장한 청소년들을 선발하여 사제로 양성할 수 있도록 세심한 주의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청소년들에게 수도 성소가 지니는 가치와 의미를 알리고 인도하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습니다. 수도자들은 수도 성소의 삶이 매력적으로 비추어질 수 있도록 청소년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함께 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청년

10. 전반적으로 청년기에 있는 이들은 학업, 취업, 연애, 결혼이라는 인생의 중대사 앞에서 고민하고 선택하며 자신의 인생행로를 개척해 나갑니다. 짧은 시기에 겪는 다양한 선택과 결정은 곧바로 자신의 미래와 직결되는 것이기에 이들이 마주하는 혼란과 불안은 복합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에 있는 청년들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이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청년들이 다양한 선택의 순간 앞에서 겪는 갈등과 고민을 털어놓고 나누며, 친절한 도움과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지구와 본당에서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 깊은 신앙 그리고 후덕한 인품을 겸비한 상담가들을 발굴하고 양성하여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동시에 대리구에서는 기존의 청년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더욱 강화하고 확대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지구 청년 사목을 지원해야 할 것입니다.


소공동체

11. 우리 교구는 지난 2001년 교구 시노두스 결과를 바탕으로 ‘소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이는 작은 신앙인 공동체 안에서 가장 이상적인 교회의 모습을 살아갈 수 있다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은 아직도 유효합니다. 다만 방법적인 측면에서 더욱 다양하고 유연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로 부각하는 비대면 방식의 소통문화는 우리에게 소공동체 모임의 운영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함을 일깨우고 있습니다. 기존의 구역, 반을 중심으로 한 소공동체는 이미 효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단지 조직의 구성과 운영, 그리고 관리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방식을 고집한다면 다가오는 세상의 도전에 대처할 수 없습니다. 사목 일선에 있는 사제들은 신자들이 스스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소공동체를 조직하고 이들을 사랑으로 돌보아야 합니다. 교구는 일선 사목 사제들이 유연하게 대응하며 소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이미 신자들은 각종 친교 모임이나 동호회 활동, 혹은 신심 활동 등을 통해서 자신의 신앙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교구는 신자들이 자연스럽게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공동체와 교회가 규정하는 소공동체 사이에 존재하는 교회론적 의미 차이를 명확하게 규명하고 가능한 접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함으로써 일선 사목에 있는 사제들에게 도움을 주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노인

12.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노인들이 자신의 생을 돌아보며 의미 있게 정리하고, 자아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 일은 아주 중요합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였고, 특히 우리 교회는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사목 정책의 수립과 시행은 시급한 과제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이미 우리 교구는 노인 사목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노인대학을 중심으로 한 본당 노인 사목의 활성화를 도모해 왔습니다. 노인대학연합회를 결성하여 봉사자를 양성하고 교육하며 본당에서의 노인 사목이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갖추었습니다. 아울러 은빛 여정을 대표로 한 ‘노인 성경 프로그램’의 운영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비록 아직 교구 내 모든 본당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지속해서 발전해 나가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또 그렇게 노력해 나가기를 희망합니다.


13. 한편으로 노인은 현저하게 활동성이 저하되는 생애주기 특성상, 동적인 활동을 추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정적인 성향이 더 강하게 드러나는 시기입니다. 따라서 노인은 기도와 묵상을 통한 내면의 성찰과 영적인 성장을 도모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며, 하느님과의 일치 안에서 자신의 삶을 의미 있게 마무리하고자 하는 열망을 지니고 있습니다. 조용히 앉아서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 안에서 하느님을 체험하는 관상의 여정은 노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의미 있게 해 줍니다. 또한, 노인에게서 보이는 성숙한 신앙의 모습은 본당 공동체 구성원들에게 모범이 되고 길잡이가 되어 줄 것입니다. 그러므로 노년의 시기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관상의 기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는 사목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 교구는 노인들을 위한 기도학교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다양한 노인 피정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충만한 은총 안에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도록 도울 것입니다.


생명/ 환경

14.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은 우리에게 환경파괴의 심각성을 다시 일깨웠습니다. 인류의 교만과 탐욕으로 말미암은 자원의 무분별한 남용과 착취는 지구의 생태환경을 심각하게 훼손시켰습니다. 그 결과로 지금 인류는 전례 없는 생명의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만일 우리가 회개하여 환경을 다시 살리지 않으면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는 돌이킬 수 없는 위험에 직면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긴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환경실천 운동을 전개해야 합니다. 이미 2015년에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함으로써 인류에게 환경의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인간의 기술 관료적 패러다임이 가져온 자원의 남용과 착취가 어떤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지 지금 인류는 코로나19를 통해 혹독하게 경험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 더 큰 시련이 닥쳐올 것이라는 경고의 목소리가 높다는 것입니다.


15. 때마침 교황청에서는 지난 2020년 6월 18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생태회칙 「찬미받으소서」 반포 5주년을 맞아 본당 및 교회 기관이 활용할 ‘사용자 지침’을 발표하였습니다. 이 지침에는 환경보호를 위한 구체적인 대책과 실행법이 들어있습니다. 이 지침은 소중한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친환경 정책의 실천과 더불어, 가난한 이들을 돌보고 가정과 생명을 보호하는 정책들이 시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교구 내 모든 본당과 기관, 단체에서는 이 지침을 바탕으로 가능한 실행방안을 모색하고 구체적으로 실천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환경실천은 반드시 해야 하는 이웃사랑의 의무입니다. 환경을 지키고, 가정을 지키고, 생명을 지키는 것은 그 어떤 이유로도 양보할 수 없는 최우선의 가치입니다.


16.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제기되는 ‘생명의 조작 가능성’은 창조주 하느님의 질서를 파괴하고 인간의 존엄을 위협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습니다. 유전자, 신경과학, 인공지능 등의 기술발전과 유기체인 인간을 기능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결합하여 새로운 고부가가치 사업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생명의 존엄이 갖는 배타적인 가치가 유용성과 수익성 때문에 왜곡되거나 배척되는 상황이 공공연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은 생명을 거스르고, 하느님의 정의를 거스르는 온갖 형태의 불의에 맞서 생명의 가치를 수호하고, 인간의 존엄을 수호하는 데 항상 깨어있어야 할 것입니다.


Ⅲ. 사목 정책의 기본 방향


가난한 이들을 위한 우선적 선택

17. 주님께서 보여주신 가난한 이들을 향한 연민과 사랑은 그리스도인이라면 누구나 본받아야 하는 계명입니다. 교회는 언제나 가난을 지향해 왔으며(마태 5,3; 마태 25), 가난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교회의 당연한 사명입니다. 더구나 코로나19로 직면한 심각한 경제 위기 앞에서 교회가 가난한 이들을 살피고 돌보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앞으로 교구가 진행하는 모든 사목 정책의 방향은 기본적으로 가난한 이들을 향합니다. 뒤이어 제시한 ‘유기적 협력 사목’이나 ‘지구 중심 사목’ 등의 정책 방향들도 모두 가난한 이들을 우선적으로 돌보기 위한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님의 복음을 선포하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가난하고 억눌린 이들에게 해방을 선포하는 것보다 더 큰 복음은 없습니다(루카 4,18).


유기적 협력 사목

18. 우리 교구가 지향하는 사목은 ‘유기적 협력 사목’입니다. 이는 교회의 각 구성원이 서로 소통함으로써 공동체를 살피고, 아픈 곳을 찾아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치유함으로써 생명의 활력을 도모하는 것입니다. 마치 우리 몸이 통증을 느끼면 다른 지체들이 즉시 반응하여 통증을 없애려 집중하듯이, 그리스도의 신비체인 교회도 살아 있는 유기체처럼 움직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저 내 본당, 내 단체, 내 구역 등 자기가 속한 곳에만 관심을 두고 다른 지체들은 돌보지 않는다면 살아 있는 유기체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살아 있는 공동체는 구성원의 아픔에 민감합니다. 서로 하나로 일치하고 있기에 구성원의 아픔이 곧 자신의 아픔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므로 교구 구성원 모두는 유기적 협력 사목을 통해 신자들이 무엇에 아파하고 걱정하는지 민감하게 살피고, 그중에서 가장 아픈 곳을 찾아 치유하는 데 공동체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지구 중심 사목

19. 우리 교구는 지난 2018년 대리구 제도를 개편하면서 ‘지구 중심 사목’을 전개하기로 방향을 설정하였습니다. 이는 교구 내 21개 지구가 갖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사목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교구나 대리구에서 정한 사목 정책을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해서는 각기 처한 본당의 상황이나 여건에 따라 제각각 그 방법을 달리 적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청소년, 청년, 노인 분야의 사목 정책에 있어서 곤란을 겪는 본당이 있습니다. 때로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다른 여력을 갖지 못하는 본당도 있습니다. 이들 본당이 사목의 활력을 얻기 위해서는 이웃한 본당 간의 유기적 협력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유기적 협력이 가능하도록 조직을 구성한 것이 지구 체제입니다. 이미 교구는 지구장 본당을 지정하여 지구 내 소속 본당들과의 소통과 나눔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하였습니다. 각 지구 내 본당은 지구장을 중심으로 서로 협력하여 함께 하는 사목을 전개함으로써 활력이 넘쳐나기를 희망합니다.


Ⅳ. 사목 실천 목표


일상 중심의 신앙 실천

20. 우리 교회 구성원의 대다수는 보편사제직에 참여하는 평신도입니다. 평신도는 자신의 일상생활에서 사제직을 수행하도록 소명받은 사람들입니다. “신자들은 자신의 왕다운 사제직의 힘으로 성찬의 봉헌에 참여하며, 여러 가지 성사를 받고 기도하고 감사를 드리며 거룩한 삶을 증언하고 극기와 사랑을 실천함으로써 사제직을 수행” 합니다. 그러므로 평신도는 어떤 처지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자신의 일상에서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기쁜 소식을 전할 소명이 있습니다.


21. 코로나19 이후로 집회 중심의 활동이 현저하게 제한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의 활동은 크게 위축되었습니다. 집회를 통한 전례와 성사 중심의 신앙생활을 전개해왔던 교회로서는 새로운 활로를 모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앞으로 신자들의 신앙생활은 대면보다는 비대면 위주로 전개될 것입니다. 비록 상황이 호전되어 다시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간다고 하여도 비대면을 선호하는 문화적 경향은 지속될 것입니다. 따라서 이 기회에 교구와 대리구는 신자들이 자신의 일상에서 꾸준히 신앙을 실천해 나가는 습관을 기르도록 교육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특히 매일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말씀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습관화하도록 이끌고, 정해진 시간에 기도하며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을 돌보는 삶을 살아가도록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 밖에도 가정 성경 필사, 가정 성지 순례, 가정 기도 등 가족 구성원이 함께하는 신앙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안내하고 독려하는 노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자기주도적 신앙 실천

22. 신앙의 여정은 완덕을 지향합니다. 이는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 완전하신 것처럼 너희도 완전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태 5,48)라는 주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입니다. 우리는 각자의 소명과 능력에 따라 서로 다른 방법과 정도로 완덕을 향해 나아갑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애주기에 맞는 인생의 여정이 있듯이, 신앙도 생애주기에 따른 완덕의 여정이 함께 합니다. 처음에는 하느님을 만나게 되고, 하느님과 대화하며, 하느님의 사랑을 체험합니다. 그리고 점점 믿음이 강해지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실천하고 나아가 하느님과의 일치를 추구하며 내면의 성화와 완덕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므로 신자들은 자신이 신앙의 생애주기에 어디쯤 있는지 스스로 진단하고 성찰하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이를 안내하지 않고,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길을 잃고 방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는 신자들이 자신의 신앙 여정을 스스로 진단하고 안내받음으로써 자기주도적으로 신앙의 온전한 성숙을 향해 나아가도록 인도해야 할 것입니다.


통합 소통환경 구축

23. 이를 위해서는 교구 차원에서 지원하는 ‘통합 소통환경’이 필요합니다. 교구는 홍보국을 중심으로 사제와 신자, 신자와 신자, 교구와 본당, 본당과 본당, 단체와 단체, 신자와 단체 등 교구 내 모든 지체가 서로 소통할 수 있는 통합 소통환경을 구축해 나갈 것입니다. 아직은 미비한 점이 많지만 점차로 완성된 형태로 성장하리라 전망합니다. 여기에서 신자들은 대면과 비대면 모두를 망라한 종합 신앙 정보를 얻고 소통하면서 복음의 기쁨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Ⅴ. 사목 실천과제


청소년국

24. <영유아․초등부 저학년>

교구․대리구 : 부모의 신앙교육이 영유아기 자녀의 인성발달에 미치는 긍정적인 효과 연구, 영유아의 성장과 발달과정에 눈높이를 맞춘 신앙교육 콘텐츠 개발, 초등부 저학년을 위한 신앙교육 콘텐츠 개발

지구․본당 : 영유아 자녀를 둔 부모교육, 영유아 자녀와 함께 하는 미사, 영유아 부모 소공동체 운영, 각종 행사 기획


25. <초등부 고학년․청소년>

교구․대리구 : 초등부 고학년을 위한 신앙교육 콘텐츠 개발, 청소년을 위한 신앙생활 기본 습관 안내 앱 개발, 본당․지구에서 실천 가능한 또래 학습 프로그램 기획(학업, 취미, 운동, 사회봉사, 성지 순례 등), 청소년 피정 프로그램 개발, 청소년들을 위한 사이버 공간 마련(전담 사제의 적극적 개입 필요)

지구․본당 : 사춘기 자녀를 둔 부모교육, 초등부 고학년 및 청소년들로 구성된 소공동체 운영, 각종 동아리 활성화 모색, 특화된 청소년 미사 기획 및 운영, 지역사회와 연계한 위기 청소년 돌봄 센터 운영, 지구 차원의 청소년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사회봉사, 피정, 성지 순례, 축제, 콘서트, 운동회 등), 지구 차원의 청소년 기금 조성(긴급 지원, 장학금 등)


26. <청년>

교구․대리구 : 기존 청년 교육 프로그램 강화, 청년들을 위한 사이버 공간 마련, 20대 30대 40대를 위한 신앙생활 가이드 앱 개발 및 알림 서비스 제공

지구․본당 : 청년 세대로 구성된 소공동체 운영, 청년 미사 활성화 방안 모색, 지역사회와 연계한 위기 청년 돌봄 센터 운영, 각종 청년 동아리 활성화, 취업 및 결혼 전문 상담소 운영, 교구 차원의 청년 프로그램에 적극적 참여, 지구 차원의 청년기금 조성(긴급 지원, 장학금 등)


복음화국

27. <가정>

교구․대리구 : 일상에서 실천 가능한 신앙생활 가이드, 부모 자녀 관계 교육 자료, 가정 폭력 예방 교육 자료, 가족과 함께 하는 성경 및 기도 프로그램 제공, 성지 순례 안내, 사회봉사 안내, 환경실천 안내, 기타 이웃사랑 실천 가이드

지구․본당 : 교구․대리구에서 제공하는 자료와 프로그램 활용 및 교육, 지역사회와 연대한 위기 가정 돌봄, 가족과 함께 하는 미사


28. <소공동체>

교구․대리구 : 생애주기에 따른 자기주도적 신앙생활 로드맵 구축 및 안내 서비스 제공, 다양한 소공동체 모델 개발, 소공동체 교육 자료 발간(영상물)

지구․본당 : 자기주도적 신앙생활 교육 및 홍보, 다양한 소공동체 운영, 모범 소공동체 홍보 및 포상, 지구 및 본당 차원의 소공동체 활성화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축제, 운동회, 나눔터, 성지 순례 등)


29. <노인>

교구․대리구 : 노인대학 활성화 방안 연구, 노인대학 봉사자 양성 및 교육, 노인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 개발, 노인을 위한 기도학교 프로그램 개발 및 운영

지구․본당 : 지구 차원의 노인대학연합회 결성, 노인들로 구성된 소공동체 운영,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 기획 운영(성지 순례, 피정, 기도학교, 축제, 경로잔치 등), 각종 노인 동아리 활성화, 지역사회와 연계한 긴급 돌봄 센터, 노인 기금 조성, 지구 차원의 사회복지 전문가, 심리상담 전문가 양성 및 본당 지원


사회복음화국

30. <가난한 이들: 다양한 특수 사목>

교구 : 본당 사회복지분과 활동 지침 교육, 전문 봉사자 양성, 긴급 지원 활동, 다양한 특수 사목 지원

지구․본당 : 사회복지분과, 소공동체, 단체, 지역사회 등과 연계한 다양한 위기 가정 지원 활동 전개, 무료 급식소 운영, 나눔 장터 운영, 충분한 예산 배정 및 운영


31. <생명․환경>

교구 : 교황청 ‘사용자 지침’ 교육 및 홍보, 본당에서 활용 가능한 홍보 영상 제작, 구체적 실천 방안 모색, 모범 사례 홍보 및 포상

본당 : 환경실천 교육 및 실행, 생명 교육, 생명 수호 운동 전개


성직자국, 성소국

32. <사제․수도자 양성>

성직자국 : 중견 사제 연수 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사제 피정 및 연수 프로그램 강화

성소국 : 예비신학생 인성교육 프로그램 강화, 수도 성소 모임 활성화 모색


홍보국

33. <통합 소통환경 구축>

신앙생활 종합 서비스 플랫폼 개발, 양방향 신앙 정보 네트워크 구축


Ⅵ. 나오는 말


그리스도 안에서 일치

34. 교회는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여 일치를 이루는 신비체입니다(에페 4,16). 각각의 지체는 나름의 고유한 역할을 통해서 교회를 윤택하고 풍요롭게 합니다. 하지만 그 어느 한 지체도 그리스도를 떠나서는 살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리스도와 한 몸이기 때문입니다(1코린 12,12~31). 그리스도와 한 몸으로 일치를 이룬다는 것은 서로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소통한다는 것이며, 소통한다는 것은 서로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나누며 치유하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가 공동체의 아픈 곳을 느끼고, 어루만지며, 위로하여, 치유하는 살아 있는 교회, 사랑하는 교회, 그래서 그리스도 안에 일치를 이루는 교회로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교회의 어머니 복되신 동정 마리아

35. 교회의 어머니이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서는 항상 우리를 위해 전구하십니다.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위기를 맞이한 인류를 위해 기도하시는 성모님의 성심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에 기대어 계십니다(요한 19,25~27).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신 주님께 당신 사랑의 힘으로 다시 인류를 구원해 달라고 기도하십니다. 또한, 성모님은 교회의 안녕과 평화를 위해서 기도하십니다. 지금이 바로 회개의 때이기에, 교회가 다시 예수성심에서 흘러나오는 피와 물의 원천으로 돌아가 사랑의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성모님 곁에 꿇어앉아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 저는 사목교서를 마치며 교구민 모두에게 우리 교구의 복음화를 위하여 자비로우신 주님께 한마음으로 기도해 주실 것을 제안합니다.


 

수원교구 복음화를 위한 기도


   ○ 만민의 임금이신 주님,

      죽음으로 진리를 증언한 선조들을 통하여

      이 땅에 구원의 빛을 밝혀주셨으니 감사하나이다.

   ● 수원교구 복음화를 위해 기도하오니

      사랑으로 협력하고 나눔으로써

      주님 안에 일치하며 살게 하소서.

   ◎ 이제 저희도 선조들의 믿음을 본받아

      힘차게 복음을 전하는 일꾼이 되어

      온 민족의 복음화를 이루게 하소서.

      또한, 세계를 밝히는 등불이 되어

      인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하게 하소서. 아멘.

   ○ 수원교구의 주보이신 평화의 모후여,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2020년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
수원교구장 이용훈 마티아 주교

 

   

[원주교구]

“하느님께서 너의 기도를 들어주셨고 너의 자선을 기억하고 계시다.”

(사도 10,31)

 

 

♱ 찬미예수님,
 

사랑하는 원주 교구의 교우, 수도자, 성직자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

 

하느님은 우리의 절대적 희망이십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우리에게서 이 희망을 앗아갈 수 없습니다. 지 난 한 해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아직도 그 어려움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 는 좌절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절대적 희망이신 하느님 으로부터 비롯되는 작은 희망들을 바라보며 또 한 해를 시작합니다. 2021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과 최 양업 토마스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두 신부님이야말로 강도만난 사람처럼 신앙과 영성에 헐떡이는 조선의 백성을 위한 착한 사마리아인이었습니 다. 우리 모두 환난과 핍박 속에서도 신앙을 지키고 우 리에게 전해주신 신앙의 선조들을 기억하며, 기념하고, 이 신앙을 굳건히 지키고 후손들에게 전해줄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우리 그리스도교 신앙인들은 특히 사순절 기간 동안 세 가지 훈련을 합니다. 기도와 자선과 단식입니다. 기도 는 하느님과의 관계를 위해서, 자선은 이웃과의 관계를 위해서, 그리고 단식은 나 자신과의 관계를 위해서 필요 한 훈련입니다. 마태오 복음에서 전하고 있는 이 훈련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준 것입니다. 하느님과의 관계를 위해 ‘기도의 해’였던 작년에 이어 올해는 이웃 과의 관계를 위해서 ‘자선의 해’를 선포합니다.

 

우리가 가족의 한 사람으로, 교회의 한 사람으로, 사 회의 한 사람으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 밝고 건강하 게 살기 위해서는 이웃과의 관계가 중요합니다. 세상은 홀로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야 하 는 곳입니다. 이웃과의 관계는 갈등이 불가피하겠지만, 대화하며 해결을 시도할 때, 그리고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눌 때, 그 공동체는 행복한 공동체가 됩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네 마음을 다하고 네 목숨을 다 하고, 네 정신을 다하여 주 너의 하느님을 사랑해야한 다.”(마태 22,37)는 첫째 계명에 이어 “네 이웃을 너 자 신처럼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9)는 둘째 계명을 주셨습 니다. 우리에게는 사랑하고 싶은 이웃들이 있습니다. 그 들을 사랑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사랑하고 싶은 사람들일지라도 초지일관하여 끝까지, 그리고 자 신의 몸처럼 사랑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 주위에는 사랑하고 싶지 않은 이웃들도 많습니다. 우리 는 사랑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을 이웃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복음에서도 율법교사는 자신의 정당함을 드러내고 싶 어서 예수님께 되묻습니다. “누가 내 이웃입니까?” 그래 서 예수님은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 니다.(루카 10,30-35) 예수님은 대화를 통하여 율법학자에 게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착한 사람이 이웃이었다는 답 을 율법학자 자신으로부터 얻어냈습니다. 초주검이 되 어버린 사람을 버려두지 않고 가엾은 마음으로 상처를 치료해주고 병원에 데려가 치료비까지 부담해준 고마운 사마리아 사람은 분명 강도를 만난 그 사람에게는 자신 의 몸처럼 사랑해야할 이웃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에 게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우리에게는 착한 사마리아 사람 이상으로 고마운 이웃들이 많습니다. 배고플 때마 다 음식을 제공해주고, 아플 때마다 병원에 데려가 주 고, 공부를 잘하지 못했는데도 학교에 보내며 등록금을 부담해준 ‘내 몸처럼 사랑해야할 이웃’이 있습니다. 그 런 부모님만큼은 아니어도 오늘의 내가 될 수 있기 위해 도움을 준 많은 이웃들도 있습니다

 

예수님의 ‘착한 사마리아인’의 이야기는 또 다른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줍니다.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착한 사마리아인’이 이웃이었다면,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그 강도를 만난 사람 역시 이웃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는 그의 이웃인데, 그는 나의 이웃이 아닐 수 없기 때문입 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는 더 많은 이웃들이 있는 셈입 니다. 이처럼 착한 사마리아인의 자선은 강도를 만난 사 람과 이웃이 되게 하였습니다. 미움은 우리의 이웃과 원 수가 되게 하지만, 자선은 우리 서로는 물론 원수마저 이웃이 되게 합니다. 사실 당시 사마리아인과 유다인들 은 서로를 원수처럼 여겼습니다.

 

우리가 자선을 베풀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하 느님의 자비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매정한 종’5 자선의 해 의 이야기도 들려주셨습니다.(마태 18,23-35 참조) 임금에게 만 탈렌트를 빚진 자가 그 빚을 모두 탕감 받았지만, 자 신에게 500 데나리온 빚진 동료에게는 모든 빚을 갚도 록 감옥에 가두기까지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임금은 말합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 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마태 18,33) 아주 당연한 논리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논리를 우리 자 신에게 적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하느님 께 대단히 큰 빚을 탕감 받은 사람들입니다. 곧 하느님 의 자비를 입고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 사실을 우리는 잘 깨닫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우리 이웃들 에게 자비를 베풀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게 되면, 하느님으로부터 입은 자비를 깨닫게 되면, 우리도 우리 이웃에게 자비와 자선을 베푸는 일이 쉬워 질 것입니다.

 

우리가 자선을 베풀어야 하는 둘째 이유는 바로 우리 들의 행복 때문입니다. 자선은 사랑의 행위요, 자비의 행위입니다. 우리는 홀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홀로 행 복할 수 없습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도 다른 사람을 필요 로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이웃과 함께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필요한 황금률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남 이 너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우리가 싫어하는 사람은 잘난 체하는 사람뿐만 아니 라, 무엇보다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입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사람은 겸손한 사람, 그리 고 무엇보다도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는 사람입니다. 자 신의 것을 이웃에게 나누는 사람입니다. 하느님께서도 우리가 싫어하는 이기적인 사람을 싫어하시고, 우리가 좋아하는 겸손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을 좋아 하십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진 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 은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 ... 내 아버지께 복을 받은 이들아, 와서, 세 상 창조 때부터 너희를 위하여 준비된 나라를 차지하여 라.”(마태 25,34. 40)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행복한 사회 가 되어야 합니다. 행복한 사회, 인간다운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이기주의와 약육강식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합니다. 고인이 되신 김수환 추기경님이 남기신 글이 있 습니다.

 

“...우리는 어수룩한 사람을 얕잡아보고 ‘저 사람은 내 밥이야!’라는 말을 합니다. 그런데 예수 그리스도는 당 신을 한없이 낮추고 비워 우리 모두에게 ‘밥’이 되셨습 니다. 그분은 십자가 죽음으로 당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 셨습니다. 현대인들은 오늘도 ‘나는 결코 너의 밥이 될 수 없다.’며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그 뿐 아니라 타인 을 ‘내 밥’으로 삼기 위해 혈안이 돼있습니다. 그러나 진 정 인간다운 사회가 되려면 타인에게 밥이 되어주는 사 람이 많아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배고픈 사람에게 먹 을 것을 주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눠서 지려는 마음도 밥이 되어주 는 것입니다. 나눌 것이 없다면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 로도 그들에게 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 가 이기주의와 약육강식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의 [하늘나라에서 온 편지]에서)

 

우리는 “나눌 것이 없다면 함께 울어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밥이 될 수 있다.”는 말씀과 우리들에게는 나 눌 것이 많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는 자선할 수 있는 많은 선물들이 있습니다. 돈보다 귀 한 마음, 옷보다 귀한 미소, 집보다 귀한 사랑, 빵보다 귀한 친절, 권력보다 귀한 정직, 어떤 물건보다 귀한 칭 찬이 있습니다.

 

천국과 지옥에 관한 많은 비유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지옥은 팔보다 긴 젓가락으로 음식을 자기 입에 넣으려 는 사람들의 모임이고, 천국은 그 긴 젓가락으로 상대 방에게 음식을 먹여 주는 사람들의 모임이라는 이야기 를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서로를 위해서 자선을 베풀 때 이 땅은 천국이 됩니다. 자기 밖에 모를 때 이 땅은 지옥이 됩니다. 이 땅에 천국을 세울 것인지, 아니 면 이 땅을 지옥으로 만들 것인지는 바로 우리의 선택에 있습니다.

 

지혜 문학에 속하는 토빗기는 아들에게 남긴 유언으 로 토빗기 전체를 요약합니다. “얘야, 무슨 일이든 조심 해서 하고, 어떠한 행동이든 교육을 받은 사람답게 하 여라. 네가 싫어하는 일은 아무에게도 하지 마라. 술은 취하도록 마시지 말고, 취한 채 너의 길을 걷는 일이 없 도록 하여라. 배고픈 이에게 먹을 것을 나누어주고, 헐 벗은 이들에게 입을 것을 나누어 주어라. 너에게 남는 것은 다 자선으로 베풀고, 자선을 베풀 때에는 아까워 하지 마라.”(토빗 4,14-16)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처럼 이 땅에, 우리 원주교구에, 우리 본당 공동체에 이루어지기 위해 서 귀담아 들어야 할 충고가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도 이 시대의 착한 사마리아인이 됩시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 의 위로와 평화를 기도합니다. 



2020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원주교구 조규만 바실리오 주교

 

   

[의정부교구]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환난을 겪을 때마다 위로해 주시어,

우리도 그분에게서 받은 위로로, 온갖 환난을 겪는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게 하십니다.”(2코린 1,4)

 

 

 1. 머리말

지난해에는 한국 사회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19 감염증의 확산으로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어

려움을 경험하였습니다. 세계적으로 4천만 명이 넘는 확진자와 110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2020년 10

월 20일 현재) 발생하는 팬데믹의 상황 속에서, 국경이 폐쇄되기도 하고 도시 안에서의 이동이 통제되기

도 하였으며,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기도 하였습니다. 그 결과로 우리 삶의 반경이 좁아졌을 뿐

아니라 우리의 몸과 마음도 움츠러들어, 우리 삶의 모든 분야인 사회, 경제, 교육, 이웃 관계와 서민들의 생

업에도 큰 지장을 초래하였습니다. 대부분 사람의 삶이 어려워졌지만, 특히 사회적 약자들의 삶은 더욱 심

각해졌습니다. 고통과 어려움을 겪는 모든 분에게 주님의 위로를 전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중심으로 하는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교회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

었습니다. 특히 초기에 코로나19에 대한 정보와 방역에 대한 의식이 부족한 때에 특정 종파를 통한 확산이

일어남에 따라 교회가 감염병 확산의 온상처럼 인식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한국 천주교회는 교구별로 신속하게 미사 중단을 결정하였고 이에 따른 상실감과 혼란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를 우리 자신과 사회를 위한 사랑의 실천이자 희생으로 여겨 교회에 대한 신뢰와 자긍심을 갖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미사와 다른 성사들, 그리고 각종 교육과 모임을 못하는 상황이 장기화함에 따라 신앙 생활이 어려워지고, 아쉽지만 그 대안으로 교회 TV 방송이나 온라인 미사, 온라인 강의 및 모임 등이 활용되었습니다. 미사가 재개된 후에는 본당의 신부님들과 봉사자들, 그리고 모든 신자들의 협조와 철저한 방역 실천을 통해 미사를 통한 감염이 전혀 없도록 유지하는 성과를 내어, 안전한 성사생활이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신자들에 따라서는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개인적인 사정이 있거나 가족들의 만류 때문에, 또 때로는 방송 또는 온라인 미사에 익숙해져서 가장 풍요로운 은총을 만날 수 있는 성당에서의 전례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회는 모든 이가 성찬례와 성사생활의 은총과 기쁨을 기억하고 다시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것입니다.

 

또한 교회는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감염의 장기화와 2차 대유행을 충분히 경계하고 이후에도 또 다른 전염병이 다시 확산될 가능성도 예측하면서 이를 대비한 사목적인 역량을 키우고, 특히 영적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취약계층에 대한 사목적 배려를 마련하는 데에도 힘써야 하겠습니다.

 

사목교서를 작성하기 위해, 현장에서 코로나19를 체험하고 대응한 신부님들의 의견을 ‘지구사제모임’을 통해 들었으며 평신도와 수도자들의 의견을 모으는 ‘사목평의회’의 의견도 들었습니다.

신부님들의 의견 중에는 코로나19에 대한 사목적 대응에 관련된 내용이 많았고, 60% 이상의 신부님들이 2021년 사목교서의 중점사항으로 코로나19에 대한 사목적 대응이 포함되기를 원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코로나19로 변화된 신앙생활 속에서 신학적 성찰을 통한 위로와 비대면 시대에 적합한 신앙 활동에 대한 방안 마련, 가정 안에서의 신앙교육과 비대면 청소년사목 등에 대한 의견 등이 있었습니다.

 

2.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교회의 예언자적 소명을 실천합시다.


올해는 50일이 넘도록 큰비가 내렸습니다. 엄청난 양의 물질적 손실과 정신적 피해는 수재민들에게 많은 고통이 되었고, 농부들이 심은 작물들도 큰 타격을 입었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더욱 심각해진 경제위기와 실업난으로 가장 상처받기 쉬운 사회적 약자들, 인종차별로 인한 희생자들, 이주민과 난민들, 불안정한 비정규직 노동자들, 비대면 속에 대면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노동자들 그리고 노약자들, 이들 모두의 어깨에 힘겨운 멍에가 놓여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위해 교회가 할 일이 너무 많습니다. 물질적 도움은 물론,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도 함께 해주어야 하겠습니다. 혼자가 아니라‘함께’라는, 용기와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구원을 지향하는 신앙공동체가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을 보여 주어야 할 때입니다.

 

3. 성찬례(미사)와 성사생활의 기쁨을 다시 찾을 수 있도록 합시다.


비록 위급한 상황을 살아왔던 한해였지만, 성당에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없고,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주일 미사에도 참여하지 못했던 경험은 신자들에게 대단히 큰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하느님이야말로 이 세상을 의미 있게 살아갈 수 있게 해주시는 유일한 분이시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성찬례와 성사의 힘으로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십자가의 희생 제사에 참여하지 않고서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주님의 식탁에 모여, 천상 양식 안에 몸과 피, 영혼과 신성으로 현존하시는 부활하신 그리스도를 받아 모시어, 이 지상 순례의 기쁨과 어려움 중에 힘을 얻습니다.’(교황청 경신성사성 서신, 「기쁘게 성찬례로 돌아갑시다」)

교회의 성사와 전례를 담당하는 교황청 ‘경신성사성’에서는 주일미사나 전례에 대한 새로운 마음을 일깨우기 위해 “기쁘게 성찬례로 돌아갑시”라는 서한을 발표했습니다. 그 서한에서 “상황이 가능해진다면, 서둘러 정상적인 그리스도인 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라고 하며 새삼 전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레헌장 10항)임을 강조하였습니다.

주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수 없습니다. 사목자들은 바이러스의 확산으로부터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원칙을 준수하면서, 신자들을 다시 ‘성찬례’에 초대해 힘을 북돋아 주어야 합니다.

여기에 덧붙여, 그동안 할 수 없었던 예비자교리나 견진교리와 혼인교리뿐 아니라, 고해 성사나 첫영성체를 비롯한 각종 성사생활을 멈추지 않도록 사목자들이 지혜로운 방법을 찾아 실행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여야겠습니다.

 

4. 공동합의성의 정신을 구현하는 사목


2020년 교구 사제단은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연수를 하였습니다. 교회는 하나의 합창단처럼 하느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리려고 부름받은 회중이며, 모든 것을 지니고 있는 조화로운 실재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공동합의성은 하느님 백성 전체가 교회의 삶과 사명에 관련되고 참여하는 것을 일컫기에 교회의 생활방식과 활동방식의 고유한 특성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공동합의성을 주제로 하는 연수는 배움의 시간임과 동시에 사제들이 사목 현장에서 공동합의성을 구현하겠다는 다짐의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코로나19의 상황 속에서 살아야 하는 교회이기에, 다양한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이 함께 나누어져 좋은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공동합의성이 사목의 현장에서 구현되어야 할 것입니다.


5. ‘찬미받으소서’의 통합적 생태 영성을 사는 그리스도인의 정체성 확인


2020년은 모든 이의 삶에서 기후위기를 속속들이 체험하는 한 해였습니다. 화석연료에 기반한 현대의 생산과 소비, 폐기 문명은 더는 지속할 수 없기에, 코로나 19와 기후위기의 경고는 우리에게 ‘삶의 방식 전환’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습니다. 생태환경과 기후 문제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생명과 관계된 것이기에 중요성과 더불어 긴급성도 함께 요청하는 문제입니다.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에서 2020년 5월부터 2021년 5월까지 한 해를 ‘찬미받으소서’ 특별 기념의 해로 선포하고, 2022년부터는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온전히 지속 가능한 세계로 나가는 7년 여정을 통해 ‘찬미받으소서’ 행동 플랫폼(7개 영역과 7가지 목표: 사목을 돕기 위한 구체적 제언 ‘사회사목국’ 참조)을 출범하자고 요청하였습니다. 이에 발맞춰 우리 교구도 ‘찬미받으소서’ 행동 플랫폼에 대한 7년 여정의 작은 발걸음을 내딛고자 합니다. 본당과 가정에서도 ‘생태적 회심’을 통해 즐거운 마음으로 ‘모든 피조물을 위한 은총의 희년’이 되기를 바랍니다.

 

6. 나는 천주교 신자임을 증거하는 해


한국천주교회는 2021년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지내게 됩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모진 박해를 겪는 신자들에게 용기를 내어 육체적인 고통을 이겨 내고 순교의 영광을 누리자고 옥중에서도 서신을 보내어 격려해 주셨습니다.

김대건 신부님은 스무 번째 옥중편지에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라고 묻는 관장의 질문에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라고 용감히 대답하셨습니다. 죽음의 두려움을 떨쳐버리고 천주교 신자임을 용감하게 고백하신 김대건 신부님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이 땅에서, 우리 각자가 짊어지고 있는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신자임’을 증거하도록 초대하셨습니다.

 

가공할 무기를 서로에게 들이대고 있는 비극적 분단의 상황, 전 지구적 생태계 파괴와 재앙과 같은 기후변화, 생명의 존엄성을 위협하는 현대세계에서, 우리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낼 커다란 사명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이 땅과 하늘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고 모든 생명체를 더욱 번성케 하여 후손에게 물려주고자 투신하는 내가 바로 천주교 신자요!”라고 당당히 세상에 외칠 수 있어야겠습니다.


2020년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의정부 교구장 이기헌 베드로 주교 

 

 

  

[대구대교구]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하느님 말씀을 따라"

 

 친애하는 교구민 여러분에게 하느님께서 풍성히 강복하시길 빕니다.


 우리 교구는 2000년 대희년을 앞두고 ‘제1차 교구 시노드’를 개최하였으며, 10여년 전에는 교구 설정 100주년을 맞이하면서 ‘제2차 교구 시노드’를 개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간은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맞으며 ‘새로운 서약, 새로운 희망’이라는 모토를 내걸고 초대 교구장이셨던 안세화 드망즈 주교님께서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도움을 청했던 원의와 정신으로 다시 새롭게 살아가고자 하였습니다. 이 모든 노력들은 이 땅에서 하느님의 뜻을 실천하여 복음화를 이루고자 하는 시도들이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성모당 봉헌 100주년을 기념하는 마지막 해인 ‘치유의 해’에 우리는 전대미문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로 고통을 받았으며 신자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경험하면서 신앙생활의 위기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때문에 고통과 죽음의 위협을 받았지만 한편으로는 결국 하느님께서 우리를 치유해 주시고 구원해 주신다는 은혜를 느낀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는 세상과 함께 오늘날 교회도 큰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신영세자가 감소할 뿐 아니라, 주일미사 참례자, 주일학교 학생과 청년들, 그리고 성소지원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반면 냉담 신자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는 교회의 어려움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때문에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급격한 가치관의 변화, 부와 정보의 편중, 개인 이기주의와 물질 만능주의, 계층·세대·지역 간의 갈등과 관계 해체, 환경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위협받고 있는 이 시대에 교회의 역할은 더욱 크게 요청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 현실과 미래에 대한 걱정은 사실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개인주의적인 가치관과 문화, 물질의 소유와 성공에 대한 욕망이 지배하는 오늘날 이 시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은 교회가 초대교회때부터 복음적 가치관으로 이겨내야만 했던 도전들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현상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더욱 매진해야 할 것입니다. “복음은 끊임없이 우리를 기쁨으로 초대”(복음의 기쁨 5항)할 것이라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다시 새롭게 살고자 노력한다면 그 “신앙의 기쁨이 더디지만 분명하게”(복음의 기쁨 6항) 지역사회를 복음화하게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래서 교구 설정 120주년을 바라보면서 2030년까지 ‘복음의 기쁨을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를 만들어가기 위해 말씀, 친교, 전례, 이웃사랑, 선교라는 다섯 가지 핵심가치를 매 2년씩 중점적으로 실천하며 살기를 제안합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계획 아래, 서로가 신뢰하고 소통하면서 살아갑시다. 각 대리구와 본당들도 교구의 장기 사목방향에 발맞추어 자신들만의 실천방안과 후속 조치를 찾아 모두 함께 이 길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 첫 번째 2년 동안(2021~2022년)은 ‘하느님 말씀을 따라’라는 주제로 살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예수님을 구세주 그리스도로 믿어 고백하고, 그분의 가르침을 따라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하느님이 주신 모든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보존하고 풍성하게 할지,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세상을 살아갈지 늘 고심해야 합니다. 이 모든 질문의 답은 바로 복음 말씀 안에 있습니다. 말씀으로 힘과 희망을 얻어 다시 일어서야 합니다. 신앙과 영성으로 나아가기 위해 그 기본인 성경을 가까이 하고, 알아듣는 교육과 양성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2년 동안 교구, 대리구, 본당 차원에서 무엇을 실천할지 고민하고, 교우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성 이윤일 요한과 한국의 모든 성인과 복자들이여, 저희와 저희 교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아멘.


2020년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
 천주교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부산교구]

‘신앙과 말씀의 해’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교구 공동체는 지난 2018년부터 3년에 걸쳐 ‘신망애를 통한 본당 공동체의 영적 쇄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믿음이 우리 삶의 바탕이며 하느님의 은총임을 확신했던 2018년 ‘믿음의 해’, 구원에 대한 희망을 품고 그 희망을 실천했던 2019년 ‘희망의 해’, 그리고 2020년 ‘사랑의 해’에는 이러한 믿음과 희망을 토대로 우리 안에 사랑의 열매를 맺고자 하였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2020년에 우리는 ‘고난의 여정’을 함께 걸어야만 했습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세계적 확산이 우리 삶을 고통스럽게 제한하면서, 일상생활 전반에 걸쳐 슬픔의 먹구름이 드리워졌습니다. 경제활동과 학업활동, 사회생활과 여가활동 등에서 우리는 한 번도 걸어보지 못한 길을 힘겹게 걸어왔습니다. 우리의 신앙생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기도 모임과 전교활동이 중지되었고, 교리교육과 공동체 행사가 취소되었으며, 급기야 성사 거행과 미사성제까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2020년 성주간과 성삼일, 그리고 주님 부활 대축일 역시 신앙 공동체가 함께 지내지 못했습니다.

 

 본당 공동체에서 기도와 성사 거행이 중단되고 성체를 모실 수 없는 슬픔 속에서도, 우리 교우들은 가정에서 성경을 읽고 기도했으며, 방송미사를 시청하고, 선행과 자선을 베풀면서 더욱 간절한 마음으로 신앙을 지켜왔습니다. 교우 여러분께 감사와 위로의 말씀을 전합니다. 또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함 속에서도 교우들을 돌보기 위해 묵묵히 애써주신 사제, 수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특별히 교구 사제단이 시작한 ‘코로나19 성금’ 모금 운동에 동참해주신 교구민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코로나19 성금’은 어려움에 처한 타 교구와 이주 노동자들을 비롯한 취약계층의 이웃들, 그리고 의료기관과 사회복지 공동모금회 등에 지원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고난의 여정’을 함께 걸어오면서 무심코 지나쳤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당연시한 사회활동과 여가활동, 그리고 신앙생활 등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도 절감하였습니다. 동시에 이 고난의 여정에서 ‘인간적 성장’과 ‘신앙적 성숙’의 은혜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온갖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시 일어설 것입니다. 물론 정상적인 일상으로의 복귀와 온전한 신앙생활의 회복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아있습니다. 여전히 본당 공동체의 신앙활동이 위축되고 성사의 은총을 누릴 기회도 제한될 것입니다. 하지만 이 위기를 기회로 삼아 개인과 가정을 중심으로 하느님의 말씀에 더욱 다가서도록 합시다. 2021년에는 다음과 같은 실천을 통해 하느님의 말씀을 생활화합시다.

 

첫째, 하느님의 말씀과 친밀해집시다.


 언어가 ‘정신의 숨쉬기’라면 성경은 ‘영혼의 숨쉬기’ 와 같습니다. 우리의 영혼이 살아 숨쉬도록 매일 성경을 접해야 합니다. 세상에는 좋은 책들도 많고 아름다운 말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말씀보다 더 위대한 것은 없습니다. 성경만이 영원한 생명의 길을 알려주기 때문입니다. “사실 하느님의 말씀은 살아 있고 힘이 있으며 어떤 쌍날칼보다도 더 날카롭습니다.”(히브4,12) 성경을 읽으면 읽을수록 우리의 삶은 반드시 변해

갑니다. 성경을 규칙적으로 읽는 분들은 성경이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다고 증언합니다. 신앙에 회의를 느끼며 무미건조하게 지내던 분들도 성경을 통해 은총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성경은 그리스도 예수님에 대한 믿음을 통하여 구원을 얻는 지혜를 그대에게 줄 수 있습니다.”(2티모 3,15-17)

 

둘째, 나자렛 성가정을 본받읍시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신앙생활의 중심축이 본당 공동체에서 가정 공동체로 이동하였지만, 가정에서의 기도생활은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모든 신앙인의 모범인 나자렛 성가정은 한마디로 예수님을 모신 가정이었습니다. 성가정의 신비는 예수님을 모셨다는 사실에 기초하고 있습니다. 이제 나자렛 성가정을 다시금 본받아 우리 가정 안에도 예수님을 모시도록 합시다. 촛불을 밝히고 가족들이 둘러앉아,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감사의 기도를 올리도록 합시다. 상상만 해도 뿌듯하고 행복하지 않습니까. 가족들이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것이 가정 안에 주님을 모시는 비결이요, 가족들이 함께 기도하는 것이 성가정을 이루는 비법입니다. 그리고 이것이야말로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는 가장 귀하고 소중한 유산(遺産)입니다.

 

셋째,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의 손길을 전합시다.


 하느님의 말씀을 읽고 듣고 쓰는 것만으로는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말씀을 실제로 행할 때 우리는 하느님의 말씀을 온전히 이해하게 되며, 또 하느님의 자녀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초대교회 때부터 기도와 단식과 자선을 중요한 덕행으로 제시하며 지켜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지금 우리 주위에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이웃이 더욱 많아졌습니다. 우리가 할 수만 있다면 도와야 할 이들에게 선행을 거절하지 말아야 합니다.(잠언 3,27)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께서 갚아주실 것입니다.(마태 6,4) 움켜쥔 손을 펼쳐 도움의 손길을 전할 때 우리는 결코 가난해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주님의 은총과 생명으로 충만해질 것입니다. 그런데 자선은 지금 하지 않으면 미래의 어느 날에도 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욕심은 항상 현재의 경제적 형편을 앞서달려가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성직자, 수도자, 교형 자매 여러분!


 그리스도인은 희망을 머금고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어떤 역경과 고통 속에서도 결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하느님께 더욱 다가서는 사람들입니다. 희망이 ‘천국의 무지개’라면 절망은 ‘지옥의 안개’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시련을 허락하시지만 동시에 시련을 이겨 낼 능력도 주십니다. “여러분에게 닥친 시련은 인간으로서 이겨

내지 못할 시련이 아닙니다. 그분께서는 여러분에게 능력 이상으로 시련을 겪게 하지 않으십니다. 그리고 시련과 함께 그것을 벗어날 길도 마련해 주십니다.”(1코린 10,13) 노아의 홍수 때 방주를 떠나 생기 있는 올리브 잎을 부리에 물고 돌아온 비둘기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성령의 비둘기가 새로운 희망의 선물을 안고 우리에게 날아올 것입니다. 그날을 고대하며 아직 남은 ‘고난의 여정’을 인내로이 걸어갑시다. 올 한해 하느님의 말씀으로 갑옷을 두르고 희망의 투구를 쓰고 주님을 향해 힘차게 나아갑시다.

 

“부산교구의 수호자

묵주기도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천주교 부산교구장 손삼석 요셉 주교

 

 

  

[청주교구]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사제를 본받는

교구 공동체의 해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지난 한 해 동안 교구에 풍성한 은혜를 내려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교구가 시노드 이후 지난 12년간 추진해온 중장기계획 실현에 함께 해주신 교구의 성직자, 수도자, 평신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021년은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사제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 뜻 깊은 해를 맞이하여 교구가 지난 40여 년 동안 시복을 추진해온 최양업 신부님의 삶과 신앙을 묵상하며 그분을 본받는 한 해를 살고자 합니다.

길 위의 사제 최양업 토마스
2. 우리는 최양업 신부님을 ‘땀의 증거자’요, ‘길 위의 사제’라고 부릅니다. 그분의 온 생애가 선교의 열정으로 가득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전국의 교우촌을 찾아 구만리 길을 걸으며 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성사를 주셨습니다. 단 한 명이라도 “그리스도의 양 무리에 들어오는”(도앙골, 1850년 10월 1일자 서한) 새 입교자들은 언제나 최양업 신부님의 큰 기쁨이었습니다. 1855년 배론에서 쓰신 최 신부님 서한에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새로운 형제들을 우리에게 보태 주시어 하느님 아버지의 밭에 풍년이 들었습니다. 저 혼자서 어른에게 세례성사를 집전한 숫자만 해도 자그마치 240명이나 되었습니다.” 
전승과 기록에 따르면, 최양업 신부님은 얼굴이 항상 그을리고, 갓끈 맨 자리는 완연히 하얗게 표가 났다고 합니다. “멀리 떨어진 지방들은 다 제가 순방합니다. 그래서 해마다 제가 다니는 거리는 7천리가 넘습니다. 저의 관할 구역이 넓어서 무려 다섯 도에 걸쳐 있고, 또 공소가 100개가 넘습니다”(안곡, 1859년 10월 12일자 서한).
‘코로나19’가 몰고 온 커다란 난관에 직면한 우리는 최양업 신부님의 모범을 따라, 사람을 만나러 길을 나서는 선교의 길을 걸어야 하겠습니다. 교회는 본성상 선교하는 교회이기 때문입니다(선교교령, 2항). 특히 본당 공동체는 그 지역에 사는 교회의 현존으로서, 길을 가다가 목마른 이들이 물을 마시러 오는 지성소이며, 지속적인 선교 활동의 중심지가 되어야 합니다(복음의 기쁨, 28항 참조).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교구는 본당과 함께 길 위의 사제 최양업 신부님을 본받아 본당이 참된 안식처가 되고, 지역사회에 복음을 전하는 자리가 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찾아가는 사목을 모색하고 전개할 것입니다.

희망의 사제 최양업 토마스
3. 최양업 신부님은 박해와 절망의 세상 한 가운데서도 용기와 희망을 잃지 않으신 참 사제이셨습니다. 1847년 중국 상해에서 쓰신 최양업 신부님 서한에 이런 말씀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아직도 희망을 잃지 않고 아직도 낙담하지 않으며, 여전히 하느님의 자비를 바라고, 하느님의 전능하시고 지극히 선하신 섭리에 온전히 의지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온 세상에 큰 두려움과 대혼란을 가져왔습니다. 기존의 삶이 무너지고, 삶의 근본이 흔들리는 경험 속에서 많은 이들이 낙심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를 두어 직접적인 접촉을 제한하는 ‘비대면’의 사회를 촉발시켰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사람이 얼마나 연약한지, 또 얼마나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분명하게 알게 해줬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일반알현, 2020년 8월 12일 참조). 비대면의 사회에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두기는 교회가 세상에서 구원의 복음을 전하는 사명을 수행하는 데에 큰 어려움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하느님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친밀한 만남과 진실한 통교의 희망을 결코 단념할 수 없습니다.
교구 공동체는 자비하신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고난의 시간을 헤쳐 나가고자 합니다. 성경은 고난 가운데서 하느님께 희망을 두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욥기 14,7; 시편 9,19; 119,116; 호세 12,7; 로마 4,18; 5,4; 12,12; 히브 10,23 참조). 교구는 본당과 함께, ‘코로나19’가 몰고 온 불안과 절망을 직시하며 절망의 어두운 시대에 희망을 심었던 최양업 신부님을 본받아 희망을 주는 사목을 모색하고 전개할 것입니다. 

사랑과 섬김의 사제 최양업 토마스
4. 최양업 신부님은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하셨습니다. “저는 교우촌을 두루 순방하는 중에 지독한 가난에 찌든 사람들의 비참하고 궁핍한 처지를 자주 목격하게 됩니다. 그럴 때마다 저들을 도와줄 능력이 도무지 없는 저의 초라한 꼴을 보고 한없이 가슴이 미어집니다.” 최양업 신부님께서 1850년 도앙골에서 쓰신 편지에 기록된 말씀입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주 예수님의 마음으로 헐벗고 굶주린 백성을 가엾게 여기시고(마르 6,34 참조) 그들을 위한 사랑과 섬김의 삶을 사셨습니다. 그분은 신분에 따라 사람을 차별대우하지 않으셨습니다(동골, 1854년 11월 4일; 불무골, 1857년 9월 15일 서한 참조). 또한 한자를 모르는 사람을 위하여 한글 기도서와 교리서를 편찬하셨고, 그들을 위하여 한글 천주가사를 만들어 보급하셨습니다. 스스로 모든 것을 비우시고 가난하게 되신 예수님처럼(필리 2,6-8 참조), 주님의 비천한 종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복음의 기쁨’을 나누며 사셨습니다.
‘코로나19’의 대 충격으로 우리 이웃에는 남모르게 고통을 받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우리 곁에는 삶이 죽음보다 더 두려운 분들도 있습니다. 교구는 본당과 함께, 교우들의 비참한 처지를 보시고 한없이 가슴이 미어지고 마음이 찢어지는 고통을 느끼셨던 최양업 신부님을 본받아, 연민의 정을 지니고 사랑과 섬김의 사목을 모색하고 전개할 것입니다.   

매괴 성모님께 도움을 청하며
5. 끝으로, 교구 공동체가 ‘가경자 최양업 토마스 신부님을 본받는 교구 공동체’가 될 수 있도록 우리의 도움이신 매괴 성모님의 전구를 청합니다. 아울러 2021년 최양업 사제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에 최 신부님이 시복되는 영광을 누릴 수 있도록 신자 여러분의 열렬한 기도를 청합니다.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교구 공동체, 그리고 지역사회에 하느님의 풍성한 은총이 가득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2020년 11월 29일
대림 제1주일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마산교구]

코로나 시기 하느님 대면하기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평안들 하시냐고 인사드리기가 민망할 정도로 우리 모두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이 듭니다.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이 감염사태를 어떻게든 벗어나 보려고 치료 방안과 백신(vaccine) 개발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생각보다 더디고 명료한 답이 아직은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가운데 교구 내 모든 본당들도 방역수칙에 따라 모임을 자제하고 마스크 쓰기, 손 씻기, 거리두기를 하며 조심스럽게 신앙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만남과 대면이 어려워지면서, 늘 활발했던 교회생활이 마치 지난날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어쩌면 이렇게 사그라들 것 같은 불안감마저 듭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사태는 이처럼 교회의 정체성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분명히 흔들리고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풍랑을 만난 제자들이 배 안에서 요동치며 주님께 부르짖었던 그 혼란이 지금 우리의 혼란이 되어 먼지 덮인 성경책을 뚫고 나와 우리 가슴 한복판에 명징하게 다가옵니다.

코로나 덕분에 격리와 비대면의 시간을 보내며 우리는 비로소 그리스도교 신자로서 결코 빼앗겨서는 안 되는 내면성(內面性)을 되찾고 하느님 앞에 서 있는 내적인간(內的人間 homo interior)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가 우리를 하느님 앞에 서 있게 합니다. 코로나가 꼭꼭 감추고 숨겨두었던 우리의 속 모습을 똑바로 보게 합니다. 그러므로 비록 코로나로 인해 혼란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이 상황을 통해 우리 내면에 켜켜이 쌓여 있는 부끄러운 마음의 빨래들이 그리스도께서 흘리신 십자가의 피로 깨끗이 씻겨지길 간절히 기도하게 됩니다.

사람은 닮아가는 존재입니다. 자녀는 부모를 닮아가고 제자는 스승을 닮아갑니다. 사랑하고 존경하면 닮아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매우 역설적이게도, 아주 싫고 매우 몹쓸 것이 다가오면 그것을 거부하고 싸우고 대결하는 가운데 자기도 몰래 그 몹쓸 것, 그 싫은 것을 닮아가게 됩니다. 영화 벤허(Ben-Hur)의 주인공 유다가 억울한 고초를 당하고 친구이자 원수인 멧살라를 응징하려 했을 때 약혼자 에스터가 이런 말을 합니다. “그토록 선하던 당신 얼굴에서 멧살라의 모습이 보여 두렵습니다.”

네가 그렇게 나온다면 나는 이렇게 간다는 식의 일대일대응은 결국 꼭같은 사람이 되게 합니다. 코로나와 맞서 싸우느라 되받고 치는 방법만을 강구하다 보면 결국 우리는 코로나 같은 인간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그러니까 대응하되 넘어서야 합니다. 넘어서서 하느님과 진정한 대결을 벌여야 합니다. 아브라함이 늘그막에 얻은 아들 이사악을 바쳐야 하는 현실 앞에서 그랬듯이, 야곱이 죽음을 앞두고 외나무다리에서 대결을 벌였듯이, 예수께서 겟세마니에서 피땀을 흘리시며 아버지께 기도하시며 그랬듯이 인간은 하느님과 정면승부를 겨루면서 다른 것이 아닌 하느님을 닮아가게 됩니다. 무한하신 분과 겨루면서 비로소 유한함을 넘어서게 되고, 거룩한 분을 대면하면서 속된 모습을 벗어나게 되고, 자비로우신 분께 간구하면서 죄스런 현실을 탈피하게 되는 것입니다. 

대림절과 함께 시작되는 2021년 새해는 첫 사제 안드레아 김대건 신부님, 두 번째 사제 토마스 최양업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천주를 믿는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문중에서도 동네에서도 내몰리고, 옥고와 고문과 죽음의 길을 걸었던 순교자들을 기억하면서 특별히 첫 두 분 신부님의 시리고 시렸던 짧은 생애를 되새겨 봅니다. 두 분 모두 열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사제가 되기 위해 마카오로 공부를 하러 떠났습니다. 먼저 사제가 되신 김대건 신부님은 13개월이라는 짧은 사제 생활 동안 박해 중에 있는 신자들을 다독이고 전교하며 새로운 선교사들이 들어올 길을 개척하시다가 붙잡히셔서 옥고를 겪으시다가 순교하셨습니다.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피의 꽃이 되어 돌아가신 것입니다. 최양업 신부님은 김대건 신부님보다 4년 정도 뒤에 사제품을 받으시고 1849년 12월에 압록강을 넘어 13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오셨습니다. 고국에 오자마자 신부님은 잠시도 쉬지 못한 채 교우촌을 방문하며 사목활동을 하셨습니다. 신부님께서는 1년에 7,000리 길을 걸으며 교우촌을 방문하여 성사를 집전하시고, 우리말 교리서와 기도서를 펴내시기도 하셨습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사목하시던 신부님께서는 사목생활 11년 5개월 마흔 살에 과로와 장티푸스로 쓰러지셔서 돌아가셨습니다.

무엇이 이분들로 하여금 이처럼 열정적으로, 목숨까지 내어놓으며 살게 했던 것입니까? 하느님의 말씀이 진리라는 확신이 있었기에, 하느님의 말씀으로 올바른 세상, 사람이 귀한 대접을 받는 새로운 세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목숨까지 바치는 초개와 같은 삶을 사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두 분 신부님을 비롯한 초기 우리 신앙 선조들은 내몰리면 내몰릴수록 자신들을 내모는 이들과 맞서 싸우기보다 더 깊이 자신의 내면을 파고들었습니다. 그 내면에 자리잡은 하느님의 말씀과 진리에 대한 갈구로 말씀을 읽고 또 읽고, 적고 또 적으며 하느님을 대면하였습니다. 그렇게 내면 깊숙이 들어가 하느님을 만남으로써 그들은 죽음을 넘어서는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국 천주교회가 시작된 후 얼마 되지 않아 주일 복음에 따른 묵상과 기도문을 제시한 「성경광익(聖經廣益)」과 전례력에 따라 축일과 성인공경에 관한 말씀과 묵상자료가 담긴 「성년광익(聖年廣益)」이 번역되어 나왔습니다. 이 두 책을 바탕으로 초대 신자들은 피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도 지금 여러 가지 시련에 내몰려 있습니다. 이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근원적인 길이 어디에 있는지를 두 분 신부님과 우리 신앙 선조들의 신앙 여정을 통해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안드레아 김대건 · 토마스 최양업 신부님의 탄생 200주년을 맞아 희년을 지내는 이때에 무엇보다도 그분들의 뒤를 잇고 있는 우리 한국 교회 사제들의 내면에 두 신부님의 처절하고도 열정적인 삶의 모습이 그대로 살아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하여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신자들이 우리 사제들의 모습에서 하느님의 위로를 얻고, 다시 희망을 갖게 되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는 낙심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외적 인간은 쇠퇴해 가더라도 우리의 내적 인간은 나날이 새로워집니다.”(2코린 4,16)


   

 

2021년을 준비하는 대림절에
교구장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

 

   

[안동교구]

“저는 믿나이다.”

<“당신이 천주교인이오?”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우리는 지금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1 지난 한 해, 전 세계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의 대유행이라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리고 그 어려움은 아직도 쉽사리 해결되지 않고 개인과 다양한 차원의 공동체에 지속해서 크나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감염증의 세계적인 대유행 속에서 우리는 생태계 문제, 불합리하고 부조리한 사회 구조, 자기중심적인 개인의식 구조와 같은 현대 사회의 민낯을 보기도 했습니다. 교회 역시 교회의 역할과 사목적 방법론 등에 대해 깊은 성찰을 하게 되었고, 새로운 길을 찾으려는 노력도 함께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에 교우 여러분께서도 적극적으로 함께 하시도록 초대하고 싶습니다.

 

신앙의 재발견


2 비대면으로 대표되는 감염증의 대유행 상황 속에서 우리 신자들이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신앙을 살아갈 것인가?”라는 문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신앙이란 무엇인가?’, ‘신앙인이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들을 하게 됩니다.


3 ‘신앙이란 무엇인가?’ 우선 신앙은 이론이 아니라 삶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입니다.”(갈라 5,6) 신앙이란 하느님의 초대에 대한 인간의 인격적인 응답입니다. 하느님께서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의 부르심에 온전히 자유롭게 전인적으로 응답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하느님을 새롭게 만나고 예수 그리스도를 새롭게 체험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리하여 신앙인의 삶이란 하느님을 우선적으로 선택하고 그분을 우리 삶의 첫 자리에 두며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이 보내신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며 그분과 하나 되어 사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예수님이 가지셨던 하느님께 대한 무한한 신뢰와 인간에 대한 한없는 사랑이 우리 신앙의 척도가 됩니다.

결국, 우리가 예수님의 말씀대로 충실히 살려고 노력할 때, 예수님처럼 살고 그분을 닮으려고 노력할 때 우리의 믿음은 더 커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신앙에 대한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설명을 함께 들어보고 싶습니다. “신앙은 그저 예수님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서 보시듯이 그분의 눈으로 사물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분께서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참여하는 것입니다.”(「신앙의 빛」 18항)

 

4 ‘신앙인이란 누구인가?’ 진정한 의미에서 신앙인이란 참 신앙을 살고 전하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더 나아가서 이 시대의 참 신앙인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신앙의 빛으로 시대의 징표를 읽으며 참 신앙을 재발견하고 끊임없이 새롭게 자기 신앙을 주체적으로 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5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21년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을 맞아, 2020년 11월 29일(대림 제1주일)부터 2021년 11월 27일(대림 제1주일 전날)까지를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으로 지냅니다. 이번 희년의 주제는 김대건 신부님께서 옥중 심문 때 받으셨던 질문인 동시에, 이 시대가 우리 신앙인 각자에게 던지는 질문이기도 한 “당신이 천주교인이오?”입니다. 이 질문은 ‘신앙인이란 누구인가?’라는 물음과 같은 질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성 김대건 신부님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그렇소. 나는 천주교인이오.” 놀라운 신앙 고백입니다. “저는 믿나이다.”(사도신경, 니케아-콘스탄티노플 신경)와 같은 확고한 고백입니다. 성 김대건 신부님과 함께 우리도 그렇게 자신 있게, 그리고 분명하게 대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여기서 오늘의 신앙인으로 사는 길이 될 것입니다. 성김대건 신부님의 삶이 ‘신앙인이란 누구인가?’라는 우리의 물음에 대한 길잡이가 되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6 이제 신자 개개인이 주어진 상황에 적응하며 자기 신앙을 재발견하고 스스로 신앙생활의 주체가 되어 신앙인의 삶을 다시 사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그동안 익숙해져 있던 제도적인 신앙생활은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습니다. 변화된 상황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주어진 일상 속에서 어떻게 신앙을 살아갈지 함께 고민하고 함께 노력하면 방법은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의 공동체가 “한마음 한뜻”(사도 4,32)이 되었듯이 본당에서 신자들과 사목자가 마음과 뜻을 모아 함께 노력하고 그 방법을 찾는다면 더 좋은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공동체의 재발견


7 코로나 사태는 감염증이라는 특성 때문에 때로는 이기적이고 편협된 사고로 타인을 배척하고 혐오하는 등 우리가 속해 있는 공동체에도 큰 위기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이는 꼭 공동체만이 아니라 구성원 개인의 삶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위협들은 반대로 공동체의 소중함도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전염병의 대유행은 우리가 다른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더구나 다른 사람과 대적해서는 살 수 없다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프란치스코 교황, UN 총회 연설, 2020.9.25.)


8 큰 모임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작은 공동체들을 중심으로 교회 모임이 바뀌게 되고, 특히 가족 중심의 가정 공동체 모임이 강조되는데 이것이 오히려 교회의 본모습을 재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천주교회가 이미 오래전부터 소공동체 운동을 펼쳐 왔지만 그렇게 성공적이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소공동체 운동을 벌이면서 본당의 소공동체들에서 교회의 본모습을 재발견하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작은 교회 운동으로까지 발전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구역·반모임 공동체나 가정 공동체 안에서 공동체의 의미를 재발

견하고 그 역할을 잘 살려 나가는 작은 교회 운동이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활성화되었으면 합니다. 초대교회와 옛 교우촌의 삶의 모습 그리고 우리 교구 사명 선언문의 정신이 녹아있는 건강한 작은 교회 운동이 활발하게 일어나면 좋겠습니다. 여러 가지 구체적인 작은 공동체 활성화 방안을 공동체 구성원들이 스스로 찾아 실천하도록 하면 공동체가 그만큼 더 역동성을 지닐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작은 공동체 활성화 방안을 코로나 시대를 위한 하나의 작은 교회 운동으로 제안하고자 합니다.

 

9 교회가 작은 교회 운동을 펼치면서 잊지 말아야 할 사항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먼저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것입니다. 어떠한 혼란 속에서도 교회가 가장 먼저 상처받은 사람, 아픈 사람, 고통받는 사람, 약한 사람, 궁핍한 사람 등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우선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돌보는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는 것입니다.(루카 15,25-37; 「모든 형제들」 제2장 참조)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자주 말씀하시는 야전병원으로서의 교회의 모습입니다. 우리가 지금 스스로 착한 사마리아인이 되어 관심을 가지고 가장 먼저 돌보고 함께할 사람들은 바로 코로나19로 상처받고 고통받으며 아파하는 사람들임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피조물 보호와 생태적 회심


10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입니다. 코로나19의 대유행은 지구 생태계가 한계점에 도달하여 울부짖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생태적 회개’는 현시대가 우리에게 절박하게 요청하는 시대적 징표이며, 피조물 안에서 울부짖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에 구체적으로 참여하는 사랑의 행동입니다.

기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생태적 회개가 단지 ‘환경보호’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교회의 모든 사목 분야에서 사랑의 복음을 실천하는 적극적인 신앙 행위로 승화되기를 기원합니다.”(한국 천주교 주교단 특별 사목교서,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 특별히 한국 교회는 내년부터 「찬미받으소서」가 제시하는 통합 생태론의 정신에 따라 보편 교회와 한마음으로 7년간의 생태적 희년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여 지속적으로 생태적 회개에 대한 미래 방향을 제시하고 함께 실천해 나갈 것입니다.

 

희년의 축복을 빕니다!


11 사랑하는 교우 여러분,

특별히 코로나 상황 속에서 성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으며 우리도 신부님의 모범을 본받아 삶과 행동으로 자신 있게 우리의 신앙을 고백합시다. “희년을 지내는 동안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마르 12,30) 하느님을 사랑하신 김대건 신부님의 영성을 우리 삶에 깊이 새깁시다. 하느님을 향한 사랑을 증거하신 순교자들의 길을 우리도 따라갑시다. 물질적 풍요에서 안정을 찾으려는 세상의 유혹을 거슬러, 성 김대건 신부님처럼, 모든 것의 원천이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불어넣어 주시는 사랑에 감응하며 감사와 자비의 삶을 살아갑시

다. 우리 각자가 지고 있는 십자가와 세상이 주는 십자가를 짊어지고, 예수 그리스도께서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심을(요한 14,6 참조) 세상에 증거하도록 일상에서부터 용기를 내어 실천해 갑시다. 우리의 확고한 신앙고백과 실천을 통하여 우리 이웃에게, 온 나라에, 온 세상에 희년의 기쁨이 넘쳐흐르도록 합시다.”(“희년 담화”참조)

 

  

 2020. 11. 29.  대림 제1주일
천주교 안동교구 교구장 권혁주 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광주대교구]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1. 인류의 빛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 속으로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주시는 그리스도께서는 참으로 인류의 빛이십니다. 지금 우리는 그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사태’라는 거센 풍랑 속에 놓여있습니다. 그 풍랑 속에서 인류가 겪는 질병과 고통, 슬픔과 고뇌는 곧 우리 그리스도인의 운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언제 엄습해올지 모르는 질병 앞에서 속수무책인 채 지쳐 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곤궁해졌습니다. 생계와 질병,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소리 없이 고통받는 사람들과의 연대가 긴박해졌습니다. 그야말로 지친 사람들에게 희망을, 고통당하는 사람들의 얼굴에 기쁨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질병, 고통, 죽음은 인간의 나약함을 경험하게 해 줍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삶을 그리고 악에서의 해방을 얼마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상기시켜줍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교에의 부르심, 곧 자신을 벗어나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을 향하여 나아가라는 초대는 그 자체로 나눔, 봉사, 전구 기도를 위한 기회가 됩니다.”


그렇습니다. 지금은 자기 자신만의 안위를 염려하거나 걱정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 시대의 모든 사람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과 공동운명체임을 새롭게 자각할 때입니다. 세상 사람들 한가운데 생명의 빛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세상 속으로 나아갈 때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 각자가 이웃을 위한 기쁜 소식이 될 때입니다.



2. 3개년 특별 전교의 해(2020~2022)


(1)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교회가 되는 길


우리 광주 대교구에서 선포하고 실시하는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교회가 세상 속에서 마땅히 수행해야 하는 ‘복음 선포 사명’을 우리 시대의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를 새롭게 묻고 확인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교회의 복음 선포 사명은 언제나 그렇듯, 시대의 징표와 구체적인 인간 현실을 고려하여 이루어지는 것이기에 코로나 상황에서 특별 전교의 해를 지내는 것은 시의적절한 응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지금이야말로 교회가 복음 선포의 열정을 새롭게 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기쁜 소식,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때이기 때문입니다.


(2) 하느님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교구 사목평의회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교회의 선교 열정을 새롭게 불러일으키고자 2019년 10월 한 달을 특별 전교의 달로 선포하신 프란치스코 교종의 지향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교구 사목평의회는, 우리 교구가 선교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 복음 선포의 열정을 새롭게 하자는 데 뜻을 모아,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특별 전교의 해로 선포해주시기를 교구장인 제게 청원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교구 사목평의회의 청원을 흔쾌히 받아들여 10월 특별 전교의 달 폐막미사 때(2019.10.31), ‘3개년 특별 전교의 해’(2020~2022)를 선포하였습니다.


이처럼 3개년 특별 전교의 해의 시작은 교회의 아름다운 공동합의성(Synodalitas-하느님의 백성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의 정신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특별 전교의 해를 지내는 동안 이 공동합의성의 정신이 보다 나은 교회를 위한 모든 논의와 실천의 과정에서 폭넓게 실현되고 충만하게 드러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보다 나은 교회를 위한 공동합의성의 정신은 또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하여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을 것입니다.

 

(3) 우리 모두가 선교하는 제자요 자비의 선교사로 사는 길


우리 교구의 어느 본당은 ‘선교란 자신이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 되는 것입니다.’라는 글귀를 써 놓았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선포하신(마르 1,14) 예수님과 그 복음의 기쁨을 체험한 본당공동체로부터 나온 글귀여서 큰 감동을 줍니다. 복음 선교란 세상에 파견된 그리스도인이 아름다운 한 송이 꽃이 되어 ‘그리스도의 향기’(2코린 1,15)를 내뿜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프란치스코 교종께서 ‘복음의 기쁨’에서 말씀하신 것도 그와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을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든 이에게 선포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새로운 의무를 강요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쁨을 나누는 사람, 아름다운 전망을 보여주는 사람, 그리고 풍요로운 잔치에 다른 이들을 초대하는 사람입니다. 교회가 성장하는 것은 개종 강요가 아니라 ‘매력’ 때문입니다.”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사랑을 만난 우리 그리스도인 모두가 ‘선교하는 제자’, ‘자비의 선교사’로 살아가기 위함입니다. 그렇기에 세상 사람들에게 복음을 선포하는 사명을 지닌 우리 스스로의 신앙을 살펴보는 일은 매우 요긴합니다. 우리는 삶의 현실에서 겪는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신앙의 기쁨과 평화를 간직하며 살고 있는지, 일상 속에서 복음의 기쁨과 사랑의 힘을 믿고 체험하며 살아가고 있는지, 복음의 힘이 우리의 가치관, 판단기준, 관심사, 사고방식, 생활양식에 깊이 스며들어 작용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4)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위한 실천 방향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우리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선교사로서 세상 속에서 복음의 기쁨과 희망을 선포하고, 하느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공동체를 이루고자 하는 여정입니다. 이 여정이 새로운 교회를 위한 풍요롭고 뜻깊은 과정이 되기 위해서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위한 기획위원회’가 마련한 다섯 가지 실천 방향을 교구민 모두가 공유할 수 있기를 제안합니다.


➀ 교구민 모두가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자비의 선교사로 살아간다.


교구민 모두가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자비의 선교사로 살아가는 것은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지내는 가장 본질적인 의미가 될 것입니다.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교구민 모두가 이 취지를 공유하고, ‘선교하는 제자요 자비의 선교사’라는 의식을 지니고 실행 주체가 되어야 그 목적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➁ 우리 시대의 징표 안에서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기 위하여 새로운 열정으로 새로운 표현,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


우리 시대의 상황, 특히 코로나 사태에 직면하여 그 징표들을 복음의 빛과 신앙의 눈으로 읽어내고 식별하여 복음화 사명을 수행하는 것은, 시대의 요청에 응답하고 역사와 함께하시는 하느님의 현존과 계획을 깨닫는 교회의 마땅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➂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를 지향한다.


세상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을 품고, 지역민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를 이루어가는 여정은 곧 이웃과 함께하는 교회의 본연의 모습을 이루어가는 여정입니다. 이는 개인과 지역의 경계를 넘어 모든 사람이 연대하는 ‘공동체성’ 회복의 소중한 체험이 될 것입니다.


➃ 생태환경을 살리는 교회를 지향한다.


복음 선포 사명은 인간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의 해방을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는’(로마 8,22) 지구를 살리는 일 또한 복음화를 위하여 반드시 해야 할 일입니다. ‘한국 천주교 주교단의 특별 사목 교서’가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어머니 지구의 울부짖음은 교회가 수행해야 할 복음화 사명과 사목 활동의 가장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임을 명백히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자연이라는 책은 하나이고, 나눌 수 없는 것으로 환경, 생명, 가정, 사회관계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연 훼손은 실제로 인간 공존을 실현하는 문화와 긴밀히 관련’되어 있고, 또한 ‘자연 보호, 가난한 이들을 위한 정의, 사회적 헌신, 내적 평화가 불가분의 유대를 맺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➄ 공동합의성의 정신을 바탕으로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의 나라를 향해 함께 걸어가는 여정이 되도록 한다.


교구민 모두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의 선교사로 살아가는 것이 3개년 특별 전교의 해의 목적이라면 공동합의성의 정신은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동반자 역할을 의미합니다. 공동합의성은 그 자체로 교회가 되어가는 길, 교회의 삶과 사명을 수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다양한 구성원이 함께 교회 현안을 공동으로 식별하고, 자유롭게 논의하며,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고 공유하는 과정은, 그 자체로 교회다움을 실현하는 행복한 여정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이 여정에서 성령의 현존을 체험하고, 교회의 풍요로움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5)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위한 슬로건: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


3개년 특별 전교의 해 기획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하여 교구민들의 응모를 받은 결과, ‘지친 세상에 기쁨과 희망을’이라는 슬로건이 최종 대상작으로 선정되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고통받는 세상 사람들에게 기쁨과 희망이 되자는 내용입니다. 이는 복음의 정신 그리고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 우리 시대의 상황과 요청을 반영하여 새롭게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슬로건은 3개년 특별 전교의 해가 진행되는 동안 우리가 함께 공유할 주제입니다. “기뻐하는 이들과 함께 기뻐하고 우는 이들과 함께 우는”(로마 12,15) 교회가 되는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따라서 본당과 지구, 그리고 교구는 이 슬로건에 초점을 두어 사목계획을 수립하고,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찾아 실천하기를 권고합니다.



3. 복음 선교 이야기: ‘낯선 이의 이웃’이 된 착한 사마리아인(루카 10,29-39)


착한 사마리아인 이야기는 복음 선교의 보편적인 의미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복음과 다름이 없는 사람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데 있어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께서는 성별, 나이, 혈연, 지연, 종교, 언어, 민족, 언어, 인종 등에 어떠한 차별도 두시지 않고 다만 인간의 구원을 위하여 일하셨습니다. 이방인, 병든 이, 공동체로부터 버려진 사람들, 심지어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마르 11,19)가 되고 이웃이 되어 주셨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이 꼭 그랬습니다. 그는 강도당하여 초주검이 된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이웃이 되었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강도당한 사람의 출신성분 그리고 문화적, 역사적, 종교적인 다름은 아무런 장벽이 되지 않았습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에게 그는, 다만 절실하고 긴급한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고통당하는 이웃이었을 따름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이야말로 예수 그리스도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복음이요 그의 구체적 실현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착한 사마리아인은 우리 시대 복음 선교 영성의 구체적인 표양이기도 합니다. ‘이웃에 대한 사랑이 곧 하느님을 만나는 길이며, 이웃에게 눈을 감으면 하느님도 볼 수 없다.’는 복음의 근본 가르침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착한 사마리아인처럼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루카 10,37)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은 오늘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과 영성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4. 3개년 특별 전교의 해: 기억과 실행의 시간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기억과 실행’의 시간입니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1코린 12,24)라는 말씀은 우리가 복음 선포의 사명을 수행하는 원천이요 동기입니다. 이 기간이야말로 인간을 위한 예수 그리스도의 무조건적인 사랑과 헌신을 기억하여, 이를 오늘의 세상 사람들을 위한 사랑과 헌신으로 실행할 때입니다.


- 기도는 특별 전교의 해를 위한 모든 계획과 활동의 원천이요 결실이 될 것입니다.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를 위한 교구 기도’와 ‘선교를 위한 기도’ 그리고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와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 이와 더불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 기도’, ‘최양업 토마스 신부 시복 시성 기도’(시복을 준비 중인 광주대교구 순교자들을 기억합시다)를 함께 바침으로써 복음 선교의 열정이 끊임없이 불타오르도록 합시다. 아울러 낯선 곳, 낮은 자리, 세상 한가운데에서 복음의 기쁨을 전하는 평신도, 수도자, 사제들을 기억하고 그분들의 사랑과 헌신에 그지없는 감사를 드립니다.


- 본당 및 각 공동체 차원에서 복음 선교에 대한 연수 내지는 피정을 계획하여 본당 고유의 목표 설정과 실행방안을 함께 논의하는 기회를 주도적으로 마련하기를 권고합니다. 교구민 모두가 자비의 선교사가 되는 과정을 통해서만 비로소 3개년 특별 전교의 해는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지금은 또한 실행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느님의 나라와 그분의 의로움을 찾는 길’(마태 6,33)은 다름 아닌 세상의 가장 작은 이들을 찾아 그들의 이웃,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이는 분명 세상 한가운데 살아계시는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는 길이며 또한 그분을 맞아들이는 일이 될 것입니다.(요한 1,11. 14 참조)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2020년 11월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광주대교구
교구장 김 희 중 히지노 대주교

 

   

[전주교구]

“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 (루카 22,19)

- 교구설정  100 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 -

 

 

  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하느님 우리 아버지와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은총과 평화가 여러분에게 내리기를 빕니다”(로마 1,7). 올해(2020년)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전 세계에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지금까지 바이러스에 감염된 환자는 이미 5천2백만 명을 넘어섰고, 무려 128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2020.11.13. 현재).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와 불안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은 이미 오래 전에 무너졌고, 대부분의 나라가 각종 모임과 행사를 통제하고 국경마저 봉쇄함으로써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영역에서 크나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우리 교회도 한동안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를 중단하는 아픔을 겪었고 지금도 많은 제약 속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교구의 방역지침에 기꺼이 협력해주신 여러분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 우리 모두 생태적 회개가 필요합니다.


 전대미문의 이러한 사태를 맞아 그 원인과 대책에 대한 성찰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항상 거론된 단골 주제는 지구환경이었습니다. 과연 인류는 그동안 성장과 발전을 지상과제로 삼아 지구를 무제한으로 개발하고 소비했습니다. 그 결과 기온이 상승하고 자원이 고갈되는 등 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져 코로나19 사태에 이르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코로나로 인해 잠시 산업 활동이 멈추자 지구환경이 개선되었습니다. 미세먼지가 사라져 푸른 하늘이 보이고, 세계 곳곳에서 보금자리를 빼앗겼던 야생동물들이 잇달아 출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인류가 지구온난화를 비롯하여 생태계 보호에 지금부터라도 적절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코로나보다 더 엄청난 파국에 이를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점을 예견이라도 하듯이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지난 2015년 회칙 『찬미받으소서』를 통해, 인간의 무책임한 이용과 남용으로 지구가 황폐해지고 울부짖고 있다고 안타까워하시면서 ‘생태적 회개’를 거듭 촉구하셨습니다. 그리고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는 이 회칙 반포 5주년인 올해를 ‘특별 기념의 해’(2020.5.24.-2021.5.24.)로 정하고, 2022년부터 7년 동안 생태적 회개를 구체적으로 실천하자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한국 천주교 주교단은 지난 추계 정기총회를 통해 『울부짖는 우리 어머니 지구 앞에서』라는 특별사목교서를 발표하며 모든 교구가 생태적 회개 활동에 적극 동참하기로 다짐했습니다.

따라서 우리 교구는 보편교회와 일치하여 앞으로 7년 동안 생태계 질서의 회복을 위한 여정에 적극 참여할 것입니다. 울부짖는 지구에 귀를 기울이며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하고 피조물들을 지키는 노력은 단순히 환경보호 차원의 일만은 아닙니다. 이는 시대의 긴급한 요청으로서 그리스도인이라면 당연히 실천해야 할, 신앙에 따른 사랑의 행동입니다.


 3. 우리 교구의 사목방향은 ‘성찬례’입니다.


 한편, 코로나 사태는 교회의 사목활동에 대해서도 진지한 성찰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방역으로 인해 교회활동이 제약을 받는 가운데, 교회는 신앙의 본질적인 요소를 성찰하며 코로나 이후의 사목 방향에 대해 거듭 고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 여정 중에 있습니다.

이미 우리 교구는 ‘교구설정 100주년을 향한 새로운 복음화’라는 중장기 계획에 따라 교회생활의 다섯 가지 핵심 요소를 순차적으로 묵상해 왔습니다. ‘하느님의 말씀’(2019년)과 ‘교회의 가르침’(2020년)에 이어 올해부터는 ‘성찬례’를 묵상하며 신앙 쇄신을 추진하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이는 공교롭게도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코로나로 인해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중단되었을 때 미사의 소중함을 더욱 깊이 깨달은 분들이 있었던 반면, 미사를 TV나 영상 미사로 대신하거나 다른 신앙행위로도 대체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들도 있어 성찬례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이 시급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올해에는 성찬례를 중심으로 우리의 신앙생활을 다지고 내적으로 성장하는 한해가 되기를 빕니다.


 4. 성찬례는 십자가의 희생 제사입니다.


 오늘날 모든 영역에서 수평적인 차원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에 그런지, 미사를 인간적 만남이나 형제애의 잔치로 한정하여 이해하는 경향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미사는 무엇보다도 수직적인 차원 곧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신 희생 제사입니다. 이 희생적 성격이 먼저 강조되어야 성찬례의 수평적 의미가 제대로 드러납니다.

예수님은 돌아가시기 전날 밤 제자들과 함께 최후의 만찬을 나누셨습니다. 이때 빵과 잔을 드시고 “이는 너희를 위하여 내어 줄 내 몸이다.”, “이는 너희를 위하여 흘릴 피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어서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루카 22,19-20)하고 성체성사를 제정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예수님은 실제로, 하느님 아버지의 뜻에 따라 모든 사람을 구원하시기 위해 십자가에서 돌아가셨습니다. 최후만찬 중에 말씀하신 대로,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몸을 내어주시고 당신의 피를 흘리신 것입니다. 따라서 십자가 사건은 예수님이 우리를 위하여 당신 자신을 하느님 아버지께 바치신 희생 제사입니다. 주님의 분부에 따라 교회는 이 희생 제사를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봉헌해 왔는데, 이것이 바로 성찬례 곧 미사입니다.

십자가의 이 희생 제사에는 놀라운 사랑의 신비가 담겨 있습니다. 먼저 하느님 아버지께서 모든 인간을 남김없이 구원하시려는, 그야말로 아무도 배제하지 않으시는 보편적인 사랑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 성부의 보편적인 사랑을 기꺼이 받아들이시면서 그 사랑의 “완전한 도구”(가톨릭교회 교리서, 609항)가 되신 예수님의 사랑이 계시됩니다. 바로 이러한 놀라운 사랑 때문에 십자가의 제사는 모든 제사들을 완성하고 뛰어넘는, 유일하고 결정적인 제사입니다. 이 희생 제사를 통하여 우리는 비로소 죄에서 벗어나 하느님과 화해하고 일치하게 되었습니다.

미사는 이러한 희생 제사를 단순히 기념(紀念)하는 것만이 아니라 실제로 재현(再現, 현재화)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바치신 희생 제사와 성찬의 희생 제사는 동일한 제사입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67항). 따라서 미사 안에서 구원의 중심 사건인 주님의 죽음과 부활이 실제로 현존하게 되며, “우리의 구원활동이 이루어집니다”(교회헌장, 3항). 미사를 봉헌할 때마다, 주님은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몸을 내어주시고 우리를 위하여 당신의 피를 흘리시기 때문입니다.


 5. 성찬례는 거룩한 친교의 잔치입니다.


 주님이 성찬례에서 당신 자신을 내어주시는 방식은 특히 빵과 포도주의 형상입니다. 빵과 포도주는 사제의 축성으로 주님의 몸과 피로 변화되어, 그리스도께서 그 안에 각각 온전히 현존하십니다. 이렇게 주님이 특별하게 현존하시는 이유는 우리를 참으로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신”(요한 13,1) 주님은 우리 가운데 영원히 머물러 있기를 원하십니다.

우리는 성찬례 안에서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먹고 마심으로써 주님과 내밀하게 결합하고 일치를 이룹니다. 그분과 참으로 하나가 됩니다. 우리는 주님 안에 머무르고, 주님도 우리 안에 머무르십니다(요한 6,56 참조). 그래서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가 아니라 주님의 힘으로 살게 되며, 나아가 장차 누릴 영원한 생명을 보증 받습니다.

그러므로 성찬례는 주님께서 당신 자신을 우리의 양식으로 내어 주시는 진정한 잔치입니다. 성찬례보다 주님과 더욱 긴밀하게 결합시키는 거룩한 친교의 잔치는 없습니다. 때문에 주님은 이 잔치에 우리를 거듭 초대하십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너희가 사람의 아들의 살을 먹지 않고 그의 피를 마시지 않으면, 너희는 생명을 얻지 못한다”(요한 6,53). 이것은 결코 비유적인 표현이 아닙니다. 주님의 말씀 그대로 “내 살은 참된 양식이며, 내 피는 참된 음료”(요한 6,55)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주님의 이 초대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부당하게 주님의 빵을 먹거나 그분의 잔을 마시는 자는 주님의 몸과 피에 죄를 짓게 되기”(1코린 11,27) 때문입니다. 고해성사를 통하여 우리는 마음을 정화해야 하고, 공복재를 통하여 우리의 몸을 깨끗이 준비해야 합니다. 합당한 준비를 갖출수록 거룩한 친교의 기쁨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6. 성찬례를 통하여 교회가 세워집니다.


 성찬례는 주님과의 친교만이 아니라 우리들 상호간에도 일치를 이루어줍니다. 그러기에 성찬례는 교회를 세우는 사랑의 잔치입니다.

교회는 글자 그대로 보면 ‘불러 모음’이란 뜻으로, 주님께서 불러 모으신 집회 혹은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바로 이러한 의미가 성찬례 안에서 그대로 실현됩니다. 벌써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성찬례를 위하여 제단 주위에 모이는데, 이는 그 자체로 교회의 현현(顯現)입니다. 성찬례를 통하여 교회가 형성됩니다.

나아가 성찬례는 교회를 구체화하고 더욱 자라나게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사 때 우리는 주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신앙으로 서로 더욱 굳건하게 하나가 됩니다. 그리고 성체를 받아 모심으로써 각각 그리스도와 더욱 긴밀하게 결합됩니다. 그 결과 그리스도와 결합된 교우들은 서로 깊은 일치를 이루어 하나의 몸이 됩니다. 곧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이룹니다. 이러한 신비를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강조합니다. “우리가 떼는 빵은 그리스도의 몸에 동참하는 것이 아닙니까? 빵이 하나이므로 우리는 여럿일지라도 한 몸입니다. 우리는 모두 한 빵을 함께 나누기 때문입니다”(1코린 10,16-17). 따라서 성찬례는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를 성장시키는 잔치입니다.


 7. 성찬례는 “그리스도교 생활 전체의 원천이며 정점”(교회 헌장, 11항)입니다.


 아울러 교회는 성찬례에서 자신의 생명을 얻습니다. 말하자면 성체 안에 현존하시는 그리스도에게서 양식을 얻고 그분으로부터 빛을 받습니다. 우리는 성찬례에 참여함으로써 “그리스도께서 당신을 내어 주시는 사랑에 동참하게 되며, 자신의 모든 생각과 행위에서 이와 같은 사랑을 살 수 있는 준비를 갖추게 되고 그러한 삶에 투신합니다”(진리의 광채, 107항). 이에 대한 구체적인 모습을 자캐오는 잘 보여줍니다. 그는 예수님을 자기 집에 모신 다음, 완전히 회심하여 자기 재산의 반을 가난한 이들에게 주고, 자기가 속인 적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네 곱절로 갚아 주기로 결심하였습니다(루카 19,1-10 참조).

주님은 분명 성찬례를 통하여 우리를 당신께 결합시키시고 우리를 길러주십니다. 이로써 우리는 서서히 신비롭게 변화되어 마침내 하느님 마음에 드는 영적 예배를 드리게 됩니다. 이 예배는 우리 홀로가 아니라 우리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함께 바치는 완전한 자기 봉헌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성찬례는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일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희생 제사입니다. “교우들의 삶, 노동, 고통, 기도 등은 그리스도의 그것들과 결합되고 그리스도의 온전한 봉헌과 결합되어, 이로써 새로운 가치를 얻게 됩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368항).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성찬례는 “교회의 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동시에 거기에서 교회의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전례 헌장, 10항)입니다. 과연 성찬례 안에는 교회의 모든 영적 선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곧 우리의 파스카이시며, 살아 있는 빵이신 그리스도께서 바로 그 안에 계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령으로 생명을 얻고 또 생명을 주는 당신 살로써 사람들에게 생명을 주십니다”(사제 생활 교령, 5항). 따라서 주님과 결합하여 생명을 누리는 우리는 이제 자신 안에 갇혀 있기보다는 인류를 위한 ‘성사’가 되고, 그리스도께서 이루신 구원의 표징이며 도구가 되고, 모든 이의 구원을 위한 세상의 빛과 소금(마태 5,13-16)이 됩니다.


 8. “주님의 만찬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이상과 같이 성찬례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 몇 가지만을 보아도, 우리는 미사성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때문에 4세기 아프리카 아비티나의 순교자들은 미사를 엄격하게 금지하는 황제의 박해를 받았을 때, “주님의 만찬 없이는 살 수 없습니다.” 하고 외쳤습니다. 마찬가지로 우리 교구의 자랑스런 순교 성인들과 복자들을 위시하여 신앙 선조들은 성찬례 거행을 위해 온갖 위험을 기꺼이 감수했습니다. 그리고 미사성제에 참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왕래하는 고된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성체를 모시기 위해 마음과 몸을 준비하며 정성을 다했습니다. 특히 호남의 사도인 순교 복자 유항검 아우구스티노는 성찬례의 정신대로 자신의 재화를 가난한 이웃과 나누었고, 동정부부 순교 복자 유중철 요한과 이순이 루갈다도 영성체를 통한 주님과의 일치를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봉헌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성찬례가 우리 신앙인에게 중요한 이유는 주님을 직접 받아 모심으로써 이뤄지는 주님과의 인격적이고 친밀한 만남 때문입니다. “이러한 주님과의 직접적인 만남은 핵심적이고 필수불가결하며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습니다”(교황청경신성사성 공문, 432/20). 바로 이런 이유로 교회는 어떠한 방법도 교우들의 직접적인 미사 참례와 비교할 수도 대체할 수도 없다고 선언합니다. 물론 TV나 동영상 미사는 병자나 물리적으로 성당에 갈 수 없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교우들과 함께하는 미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훌륭한 역할을 해 왔지만, 직접적인 미사 참례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영상 언어는 현실을 반영할 뿐 그 현실을 실제로 되살리는 것이 아닙니다”(사랑의 성사, 57항). 따라서 저는 우리 모두가 성찬례에서 살아 계신 주님을 직접 만나고 그분의 사랑을 풍성히 누리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9. 몇 가지 구체적인 사항을 제안합니다.


 이제 우리 교구가 올해부터 앞으로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내용을 제안합니다.


첫째, 비록 교우들이 참여하지 않더라도 교구의 모든 본당 사목구에는 매일 미사성제가 거행되어야 합니다. 신부님들은 첫 미사 때와 같은 기쁨과 열정으로 성찬례를 거행하도록 힘써주시기 바랍니다. 잘 거행된 성찬례는 최고의 교리교육입니다.


둘째, 주일은 주님이 부활하신 날이며 교우들의 생활리듬을 결정짓는 날입니다. 주일미사에 반드시 참여하여 부활하신 주님을 중심으로 한 주간을 살아갑시다. 어떤 교부는 그리스도인을 “주님의 날을 따라서 살아가는 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가급적 평일에도 성찬례에 자주 참여하고, 조금 일찍 성전에 오시어 성실한 준비로 미사를 봉헌합시다.


셋째, 주님이 참으로 현존하시는 성체 공경에도 게을리하지 맙시다. 성체강복, 성시간, 성체조배 등에 적극 참여하여 주님과의 친교를 더욱 깊게 다집시다. 주님은 특히 감실 안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계십니다.


넷째, 본당이나 시설은 성체성사나 전례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함께 배우는 자리를 적극 마련합시다. 미사 전후를 이용한 짧은 교육 혹은 몇 차례의 특강이나 정기적인 강좌 등을 개최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성찬례에 대한 교회의 문헌(가톨릭교회 교리서, 1322-1419항; 교회는 성체성사로 산다; 주님의 날; 사랑의 성사; 전례 헌장)을 통독하고 묵상합시다. 아는 만큼 믿고 또 행동할 수 있습니다.


다섯째, 성체성사의 핵심은 거저 받은 사랑에 감사하면서 자기 자신을 내어주는 사랑입니다. 우리 교구 순교자들이 이를 깨달아 자선에 힘썼던 것처럼, 우리 역시 우리 자신을 내어주는 성체의 삶을 살아갑시다. “실천이 없는 믿음은 죽은 것입니다”(야고 2,26).


여섯째, 그동안 실천했던 ‘한반도 평화를 위한 밤 9시 주모경 바치기’ 운동을 앞으로도 지속합시다. 주님은 끊임없이 간청하라고 이르셨습니다.


일곱째, 올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희년’을 맞아 관련된 성당이나 성지 특히 교구의 성지를 적극 순례하여 순교자들을 현양하고 그 신앙을 본받읍시다.


마지막으로, 주교단의 구체적인 실천지침에 따라 지구온난화를 막고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함께 기도하고 행동합시다.


 

 2021년 한 해 동안, 저와 여러분은 성찬례의 보화를 새롭게 발견하고 그 보화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킴으로써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함께 걸어갑시다. 여러분 모두에게 하느님의 은총을 빕니다.


 

2020년 11월 29일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전주교구장 주교 김선태 (사도요한)

  

  

[제주교구]


“형제애를 기초로 한 소공동체”

 

 

코로나19는 2020년 지구 사회를 참으로 많이도 바꿔 놓았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그 이전의 사회로 되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된 단 한 사람만으로도 수십 명, 수백 명을 감염시킬 수 있습니다. 형제적 친밀감을 드러내는 따뜻한 대화, 위로의 포옹, 한 끼 식사의 나눔은 고사하고, 인사로 나누던 악수마저도 우리는 극도로 두려워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가 몰고 오는 현상은 우리 사회를 뿌리부터 흔드는 무서운 파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을 멀리하는 게 정상이라고 여기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백신이 개발되고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예방 백신을 상용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사람들은 새로운 변화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것입니다. 각자가 고립된 섬처럼 지내면서도 오히려 그 익명성과 고립이 주는 편리한 단맛에 빠져들어 예전으로 돌아가기 싫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교회는 『형제애』를 강조해 왔습니다. 인간은 관계적 존재이므로, 형제애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이 세상 사람들이 과연 하느님 아버지께서 우리 안에 심어 주신 형제애에 대한 갈망에 온전히 응답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스스로의 힘만으로 무관심, 이기주의, 증오를 극복하고 형제자매들을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느님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마태 23,8-9 참조). 형제애의 기초는 하느님의 부성(父性)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는 유전학적 부성이 아니라,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한 하느님의 특별하고 매우 구체적인 인격적 사랑을 말하는 것입니다(마태 6,25-30 참조). 그래서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로 하여금 형제애를 효과적으로 불러일으키도록 합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일단 받아들이기만 하면 우리의 삶과 다른 이들과의 관계를 변화시켜 연대성과 참다운 나눔에 우리 자신을 열도록 하는 가장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의 형제애는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로,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다시 생겨납니다. 십자가는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 낼 수 없는 형제애의 바탕이 되는 결정적인 ‘자리’가 됩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인간을 구원하시고자 인간의 본성을 취하시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낮추시어(필리 2,8 참조) 당신의 부활로 우리를 “새로운 인류”로 만들었습니다. 그리하여 하느님의 뜻과 계획에 온전히 일치하게 하셨습니다. 이 하느님의 뜻과 계획에는 우리 형제애의 소명을 실천하는 일도 담겨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삶을 받아들인 사람은 타인을 이방인이나 경쟁자, 심지어 적이 아니라, 하느님의 자녀인 형제자매로 환대하고 사랑합니다. 하느님의 가정에서는 모두 한 아버지의 자녀가 되고 그리스도께 자신을 결합시키기 때문에, 결코 ‘버릴 수 있는 생명’이란 없습니다.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침해할 수 없는 존엄을 누립니다. 모든 사람이 하느님의 사랑을 받습니다. 모든 이를 위하여 십자가에서 돌아가시고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피로 모든 사람이 구원을 받았습니다. 이는 그 누구도 우리 형제자매에게 무관심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 추계 주교회의에서 한국 사회 생태계의 심각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있었습니다. 회칙 『찬미받으소서』 발표 5주년을 맞아 교종 프란치스코의 간절한 울림과 함께 다시금 「교황청 온전한 인간 발전 촉진을 위한 부서」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의 제안도 듣게 되었습니다. 이는 각 나라의 실정을 고려하면서도 교회가 보편적인 동참 속에 7년간 공동 사목교서 실천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주교님들의 진심 어린 동의 아래, 한국천주교회는 교회 차원에서 특별 공동 사목교서를 발표하였고 앞으로 7년간 생태적 희년의 동참을 선언하였습니다. 이는 무엇보다 인류가 맞이한 기후 위기의 극복을 위한 희년(7년)의 여정인 것입니다. 오늘날 인류가 닥친 현실은 참으로 구체적인 형제애의 연대 없이는 해결할 수 없는 과제이기도 합니다. 최근 교종 프란치스코의 새 회칙 『모든 형제들』이 발표되었습니다. 심각한 기후 위기와 함께 인류에게 닥친 수많은 문제들에 형제애를 바탕으로 한 연대와 친교의 길로 새롭게 초대하고 있습니다. 

  제주교구는 그동안 강우일 주교님의 지도 아래 지난 4년에 걸쳐 ‘생태’를 주제로 한 사목의 실천을 강조하며 어느 때보다 교회의 으뜸가는 시대적인 사목으로 간주해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 앞의 현실은 절박한 지구의 울부짖음을 외면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인 고향 제주의 환경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소식만이 들려옵니다. 2021년 제주교구는 『형제애를 기초로 한 소공동체』를 통하여, 한국천주교회와 한 목소리로 형제애의 연대를 통한 생태적 희년에 동참할 것입니다.

  그 밖에도 올해는 여러 모로 의미 있는 해입니다. 성 김대건 사제 탄생 200주년이며, 제주교구 설정 50주년이면서 신축교안(이재수 난) 발생 120주년을 맞이합니다. 
  한국교회의 첫 사제로서 김대건 신부님의 삶은 어떤 어려움과 고난에도 하느님을 향한 굳은 믿음의 자세와 형제애의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제주도에 표착한 김대건 신부님의 사건은 하느님의 섭리가 아니고서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교회사적 사건입니다. 이러한 체험의 한 공감대를 올해 기획하여 진행하게 됩니다. 신자 여러분들도 가정 안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순교 영성에 대해 깊이 되새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주교구가 그간 걸어온 50년은 많은 선교사와 사제, 수도자들과 여러 충실한 평신도를 통해 하느님께서 보여주신 은총의 시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장황한 행사 위주가 아니라 내실화를 다지는 시기로 참된 공동체의 회복을 지향하고자 합니다. 새로운 성령의 바람과 더불어 형제애의 기초를 우선적으로 살아가는 제주 복음화의 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조직과 연구 등, 보다 체계적인 구심적 역할을 기획하겠지만 교회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함께 이루는 형제애의 토대를 우선적으로 살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교회와 제주의 현실을 올곧게 바라보고 들어주는 기회를 자주 가져야 할 것입니다. 이런 바탕 위에 제주교구의 비전과 역량을 체계적으로 함께 식별하고 책임감 있게 교회의 사목을 세워갈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신축교안(辛丑敎案)이 발생한 1901년에 천주교와 제주 전통사회가 서로 충돌을 빚은 사건은 다시금 교회의 반성과 함께 제주를 향한 우리의 정체성을 새롭게 하도록 일깨워줍니다. 여기에도 참된 형제애의 동반 성장이 요구됩니다.   

  이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안에서 모두 한 몸의 지체이고 서로가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그리스도께서 보여주신 사랑을 통해 우리는 저마다 공동선을 위한 은총을 받았기 때문입니다(에페 4,7.25; 1코린 12,7 참조).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준다. 서로 사랑하여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요한 13,34-35). 이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서로에게 더 다가갈 것을 요구하는 기쁜 소식입니다. 바이러스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몸은 비록 떨어져 있다 하여도 서로를 향한 마음과 사랑에 깊이를 더해가는 노력을 모색해야만 합니다. 곧, 나에게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이들까지 포함하여 다른 이들의 고통과 희망에 언제나 귀 기울이며 공감하고, 우리의 모든 형제자매의 선익을 위하여 기꺼이 온 힘을 다해 헌신할 줄 아는 그 사랑의 힘든 길을 걸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다시금 새롭게 제주 복음화의 여정을 걸어갑시다. 


                                                  2020년 대림 첫 주일에 
                                                   천주교 제주교구 감목  문 창 우

 

 

  

[군종교구]

“슬기로운 종” 

 

“어떻게 하는 종이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겠느냐?” (마태 24,45)

 

주님 안에서 사랑하고 존경하는 교구 신자, 군종사제 그리고 수녀 여러분, 저는 올해 사목표어를 “슬기로운 종”으로 정했습니다. 마태오복음 24장의 마지막 단락에서 예수 님은 큰 환난 앞에 위태롭게 서 있는 하느님의 도성 예루살렘을 두고 한탄하시며, 큰 재난의 날들이 지나갈 때까지 그리스도인들이 깨어있어야 하고 제자들에게는 충실하고 슬기로운 종이 되라고 당부하십니다. 슬기로운 종은 주인의 집안 식솔들에게 제때에 양식을 내주며 잘 보살피는 종입니다.

I

지난 한 해 동안, 온 세계가 코로나19 감염병으로 고통을 받았고 인류는 아직 그 고통 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가 남긴 상처와 후유증은 계속해서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였고, 많은 전문가들은 코로나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모임은 비대면 모임으로 대체되고 사람들은 밀집, 밀폐, 밀접한 장소에서의 모임을 피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사회적 변화는 우리의 사목 현장인 병사들과 부대, 그리고 교구 본당 공동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일마다 반갑게 만나 형제적 사랑을 나누며 기도하고 미사를 봉헌했던 성당은 오랜 기간 텅 비어버렸습니다. 하느님 나라의 은총과 기쁨으로 채워야 할 이 공간을 세속적 번잡함과 나쁜 것들이 채우지 않도록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회 환경에 깊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본당 공동체를 슬기롭게 돌보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끊임없이 주님의 말씀을 선포하는 새로운 사목 방법을 발굴하고 개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변화가 아니더라도 우리 교구는 최근 몇 년간, 그리고 앞으로 이어질 군 구조 개편의 변화 속에 있습니다. 많은 부대가 임무 해제, 통합, 창설의 과정 중에 있고 병사들의 복무기간 및 인원 감축으로 인해 군종신부님들이 돌보아야 할 병사 들의 수와 기간이 줄어들고 있으며, 적지 않은 본당과 공소들이 부대 해체, 이전, 병력 감소로 폐쇄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다른 어느 교구보다 우리 군종교구는 급격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음을 저와 군종신부들은 실감하고 있습니다.

II

주님의 백성을 보살피도록 우리 주님으로부터 거룩한 직무를 부여받은 성직자들은 어떠한 환경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맡겨진 사명을 잘 수행하는 슬기로운 종이 되어야 하고, 그 좋은 예를 바오로 사도에게 발견하고 우리는 힘을 얻습니다. 필리피인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사도는 “나는 비천하게 살 줄도 알고 풍족하게 살 줄도 압니다. 배부르 거나 배고프거나 넉넉하거나 모자라거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잘 지내는 비결을 알고 있습니다. 나에게 힘을 주시는 분 안에서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습니다.”(필리 4,12-13) 즉, 복음선포에서 주위환경이나 여건의 어려움을 핑계 삼아 게으름을 피울 수는 없습 니다. 코로나19 상황이든, 박해의 상황이든, 혹 전쟁의 상황에서도 양들을 위해 목숨을 내놓는 착한 목자, 복음선포자, 슬기로운 종이 되는 것이 저와 군종신부들의 사명입니다.

슬기로운 복음선포자는 어떤 사람입니까? 마태오복음 13장 마지막 단락의 주님 말씀은 우리가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로 새로운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지 영감을 줍니다. “그러 므로 하늘 나라의 제자가 된 모든 율법 학자는 자기 곳간에서 새것도 꺼내고 옛것도 꺼내는 집주인과 같다.”(마태 13,52) 예수님께서는 호숫가에서 복음의 씨앗이 어떻게 뿌려지고 열매를 맺는지, 그 과정에서 밀과 가라지가 함께 뒤섞이는 혼돈의 상황이 있음과 겨자씨와 누룩 같은 작은 시작이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오는지를 비유로 가르치면서 이 말씀으로 끝맺습니다. 그러므로 슬기로운 복음선포자인 우리 군종신부님들은 각자의 성서적, 신학적 지식과 사목활동의 경험에서 지혜롭게 옛것과 새것을 꺼내, 병사들과 교우들의 필요와 영적 목마름을 채우는 성실하고 충실한 종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옛것은 전통적인 가치이며 성체성사가 중심인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모습입니다. 특히,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엄격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정상적인 미사가 오랜 기간 이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본당 사목구 교우들의 영적인 공허와 목마름이 클 것입니다. 그리스도교의 시초부터 교우들은 “사도들의 가르침을 받고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 일에 전념”(사도 2,42)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많은 것이 새롭게 변화되는 앞으로의 시대에도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모습은 옛것이지만 가장 근본인 성체성사가 확고하게 뿌리 내려야 하고, 아울러 변함없이 형제애 넘치는 친교를 갖고 꾸준히 그리고 쉼 없이 기도하는 삶도 뿌리내려야 하며, 본당 사목구의 모든 신심 단체와 활동의 재건은 이 뿌리에서 시작하여 가지가 뻗고 잎이 달리고 열매를 맺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새것은 새로운 사회환경 변화에 발맞추는 것이고 젊은 병사들에게 다가 가는 젊고 혁신적인 방법들입니다. 모든 것들이 새로워지는 시대에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용기 있고 슬기로운 종의 모습이 아닙니다.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 (마태 9,17)는 주님의 말씀처럼,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고 세밀하게 대처하는 것이 깨어 있는 복음선포자의 자세입니다. 우리가 속해있는 군이라는 사목환경의 변화는 급격하고 우리가 돌보아야 할 병사들은 젊고, 빠른 변화 속에 성장한 세대입니다. 복음선포자의 말과 행동, 가르침은 이들의 변화를 북돋우고 지지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오히려 장애 물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복음선포의 방법에도 우리는 새로움을 추구해야 합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전에도 젊은 병사들이 성당을 찾는 수가 줄었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코로나 19로 인한 미사와 성당 단체활동의 중지는 그것을 가속시켰습니다. 그렇다고 병사들이 예전처럼 다시 돌아오기를 앉아서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 선포는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이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바쁜 여정이었습니다. 우리 군종신부님 들의 사목 또한 주님을 닮아 병사들에게 다가가는 새로운 방법들이 필요합니다. 이미 몇몇 신부님들은 젊은 병사들에게 다가가는 다양한 사목 방법들을 개발하여 사용하고 계십니다. 코로나19로 미사가 중단된 시기에 휴대전화를 통한 방송 미사를 꾸준히 봉 헌하여 병사들에게 다가간 군종신부님들이 좋은 예가 됩니다. 인터넷, SNS, 각종 휴대 전자기기 등과 같은 현대 문명의 새로운 도구들은 복음선포의 목적에 부합하여 적절히 사용될 때, 큰 효과를 나타낼 것입니다.

III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춰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젊은 병사들에게 전하고 주님께서 맡겨주신 교회와 교우들을 더 잘 돌보기 위해서 2021년 우리 교구와 각 본당 공동체는 다음과 같은 사목적 방법들을 유념하길 부탁드립니다.

1. 그리스도교 신앙의 근본이고, 초대교회의 특징이었던 성체성사와 말씀 전례와 형제애 넘치는 친교와 충실한 기도생활에 중심을 둡시다.
2. 지구사제모임을 강화하여 새로운 사목환경에 대한 토론과 경험을 공유합시다.
3. 본당 사목회와 제 신심단체들을 활성화하여 교우들의 다양한 의견을 본당 사목에 활용합시다.
4. 병사들을 찾아가는 사목을 위해 위문, 방문, 교육 등을 더욱 활발히 합시다.
5. 새로운 복음선포 수단인 인터넷, SNS, 휴대 전자기기(Mobile) 등을 지혜롭게 적극 활용합시다.

 

 

2020년 대림 제1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유수일 F.하비에르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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