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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배경과 전체 개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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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역반장 월례연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배경과 전체 개관
오늘의 시대 지평 속에 사도들에게 위탁된 계시 진리, 즉 거룩한 ‘신앙의 유산’을 어떻게 올바르게 해석할 것인가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주어진 커다란 과제입니다. 그러므로 1962-1965년에 열렸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르침을 잘 이해하고 그 근본정신을 실천하는 것은 중요한 일입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재위 1978-2005)이 2001년 교서 「새 천년기」 57항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막 시작된 이 세기에 우리의 위치를 확인할 확실한 나침반을 우리는 공의회에서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초대 교회의 정신으로 되돌아가고자 전반적인 쇄신 작업을 하였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에 대하여 공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새롭게 되새기며, 세상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철저한 교회의 쇄신 작업은 복음의 정신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우리 모두의 과제입니다.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 러시아 혁명(1917년)과 공산주의의 출현, 이탈리아 파시즘(Fascism)과 독일 나치즘(Nazism)의 등장, 1930년대 전 세계를 휩쓴 경제 대공황,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 등 인류 역사상 비극적인 사건들로 점철되었던 20세기 전반기를 보낸 후, 그동안 세상에 대해 폐쇄적인 입장을 취하던 가톨릭 교회에 개방의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그것은 아마도 인간의 비극을 깊이 체험하였던 시기를 거치면서 이루어진 복음적 재성찰의 결과일 것입니다.
1958년 10월 9일 교황 비오 12세(재위 1939-1958)가 서거하자, 급변하는 이 시대의 가톨릭 교회를 이끌어갈 후임 교황을 선출하는 일에 모든 관심이 집중됩니다.
당시 검사성성(지금의 신앙교리부) 장관이었던 오타비아니(Ottaviani) 추기경을 적극 지지하였던 이탈리아 추기경들, 그리고 보다 큰 변화와 개방을 요구하였던 프랑스 추기경들 사이의 팽팽한 대립 속에, 끝내 당시 베네치아 교구장이었던 안젤로 론칼리(Angelo Roncalli) 추기경이 선출되어 요한 23세라는 교황 이름을 택하게 됩니다.
요한 23세는 교황이 된 후,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의욕적인 행보를 보였습니다. 그는 엄격하고 보수적이며 귀족적이었던 전임 교황 비오 12세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세상의 주임신부’라는 이름으로 소박하고 서민적이며 마치 시골 사제와도 같은 모습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었고, 또한 갈라진 그리스도인들과의 일치에도 관심을 기울이며 이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성 요한 23세 교황은 세 가지의 큰 과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첫째는 1960년 1월 24-30일에 개최되었던 로마 교구의 시노드(Synodus)였고, 둘째는 교회법을 새로이 편찬하는 일이었습니다. 이 때 시작된 교회법 편찬 작업의 결과로, 현재까지도 사용되는 1983년 교회법전이 마침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바로 새로운 보편공의회(Concilium Oecumenicum)를 소집하는 일이었습니다. 1959년 1월 25일에 교황 요한 23세는 새로운 공의회의 소집공고를 내립니다. 이는 전적으로 그의 개인적 확신과 결단에 의한 것이었으며, 그 자신은 이를 하느님께서 내리신 영감(inspiration)의 결과였다고 여러 차례 확언했습니다.
요한 23세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면서 시대의 표징을 읽어야 한다고, 교회는 더 이상 세상의 아픔과 관심을 외면할 수 없다고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그는 세상에 대한 교회의 개방과 현대화/시대적응(Aggiornamento)을 외쳤으며, 전통주의자들의 많은 우려와 반대 속에서도 1962년 11월 11일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역사적인 개막에 이르게 됩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양대 기둥이라고 할 수 있는 두 헌장(constitution), 즉 「교회 현장」과 「사목 헌장」을 주의 깊게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선교 교령」 4항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전체 윤곽을 파악하기 위하여 매우 중요한 대목입니다. 이는 교회와 세상 간의 관계를 숙고하면서 ‘안을 향한 교회’(Ecclesia ad intra)와 ‘밖을 향한 교회’(Ecclesia ad extra)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공의회의 전체적 전망을 성령론적 관점에서 제시하고 있으며, 「교회 헌장」과 「사목 현장」에서 드러나는 이러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기본 노선을 성령론적 측면에서 잘 요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창조 때부터 활동하시며 이 세상 안에 충만히 계시는 성령께서는 오순절에 성령 강림 사건을 통해서 결정적으로 교회에 주어져 교회 내부에서 구원 활동을 수행하시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교회가 세상에 대한 개방과 대화와 선교를 통해서 외연을 넓혀감에로 인도하시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성부에게서 성령을 보내셨다. 성령께서는 구원 활동을 내적으로 수행하시며 교회가 스스로 확장되도록 부추기신다. … 오순절에 성령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영원히 머무시려고 그들 위에 내려오셨으며, 그날 교회는 많은 사람 앞에 공공연히 나타나, 설교를 통하여 여러 민족들 사이에서 복음을 전파하기 시작하였다. … 성령께서는 모든 시대를 통하여 온 교회가 ‘친교와 봉사 안에서 일치하게 하시고 교계와 은사의 여러 가지 선물을 주시어’(「교회 헌장」 4항 참조), 교회 제도에 마치 그 영혼처럼 생명을 불어넣어 주시며 바로 그리스도를 재촉하신 그 선교 정신을 부어 주신다.”
이 대목에는 Aggiornamento(개방, 시대적응, 현대화, 현재화)라는 기본 정신에서 출발하여 교회와 세상과의 관계에 관하여 고민하였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노력이 성령론적 차원에서 잘 표현되고 있습니다. 교회와 세상을 분리하여 바라보던, 그래서 ‘교회 밖에는 구원이 없다’(Extra Ecclesiam nulla salus)라는 명제로 대변되던 배타적 성속이원론(聖俗二元論)의 시각을 복음의 빛에 입각하여 재해석하고자 한 것이 바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시도였고 공헌이었습니다. 그리하여 공의회는 교회와 세상을 더 이상 분리시키는 대신에, ‘안을 향한 교회’와 ‘밖을 향한 교회’라는 새로운 견지에서 교회와 세상의 관계를 재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교회를 중심으로 한 이러한 통찰은 「교회헌장」에서 ‘친교’(communio, koinonia) 개념을, 그리고 「사목 헌장」에서 ‘봉사’(diakonia) 개념을 각기 천명하면서 구체화되어 드러나게 됩니다.
[소공동체와 영적 성장을 위한 길잡이, 2025년 1월호, 박준양 세례자요한 신부(레지오 마리애 세나투스 담당)] 0 30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