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술ㅣ교회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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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 산책: 송경의 성 프란치스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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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미술 산책] 송경 <성 프란치스코> 황홀한 황금빛에 감싸인 성인과 소녀
안녕하세요! 새로 시작하는 ‘아름다운 산책길’에 동행할 안내자, 박혜원 소피아입니다. 기쁘고 설레는 마음으로 ‘성미술 산책’ 길에 초대합니다. 오솔길을 거닐다 마주치게 되는 무수히 많은 아름다움들 중 한국의 성미술 작가 송경(宋璟·클라라·1936~2022) 작가의 작품으로 문을 엽니다. 현재 성북동 기도의 집 ‘스페이스 성북’에서 진행되는 전시(~1월 31일까지)의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1959년 홍익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한 그는 당대 최고의 화가였던 천경자(데레사) 화백의 수제자였습니다. 1967년부터는 구상회 회원으로 활동했고, 1997년에는 주교회의가 제정한 제2회 가톨릭미술상 회화 부문 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이처럼 화려한 이력을 지닌 예술가였지만, 그녀는 찬란한 예술가의 삶 대신 세상으로부터 숨어 들어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는 세상을 등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하느님과 열렬한 사랑에 빠졌기 때문인데, 놀랍게도 송경은 1984년 48세 중년에 이르러서야 세례를 받았습니다. 세례명 클라라와 꼭 닮은 해맑고 맑은 시선으로 하느님의 창조물인 자연에서 하느님의 신비를 발견하고 칭송했으며, 그 ‘사랑’의 흔적들을 화폭에 담아냈습니다.
<성 프란치스코> 또는 <하늘>이라 불리는 이 작품은 온통 황금색의 노오란 빛에 감싸여 있어 ‘빛’ 그 자체를 표현한 듯 황홀합니다. 하단의 붉은 흙바닥에는 꽃들이 만발해 있고, 그 위에는 순백의 어린양 한 마리와 모세의 떨기나무인지 생명의 나무인지 모호한 식물이 있습니다. 왼편에는 어여쁜 소녀가 앞의 흰 꽃다발을 향해 두 팔을 뻗고, 치마폭에 매달린 꼬마가 사랑스럽습니다.
그 맞은편에는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짓고 기도드리는 성 프란치스코가 있고, 그의 품에는 순백의 작은 새 한 마리가 안겨 있습니다. 새들을 비롯하여 만물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설교한 프란치스코. 여기 하느님의 사랑으로 물든 공간에 머물면 모든 상처가 부드럽게 녹아들 듯 따뜻합니다. 눈부신 태양 사방으로 조심스레 드러내는 십자가 형상은 인류 구원에 대한 암시를 은근히 드러냅니다.
희망찬 병오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하루하루 새롭게 주어지는 감사한 삶이지만, 간혹 내 마음에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따뜻하고 영원한 빛이신 하느님이 내 안에서 빛나고 있음을 기억하시길…. 그리고 그분의 무한한 은총과 자비 안에서, 아름다운 자연, 이웃과 더불어 행복한 축복의 한 해가 되시길 기도드립니다. “하늘이고 싶어라. 햇빛을 주는 하늘이고 싶어라. 당신에게 나는 소중한 의미이고 싶어라.”(송경)
* 박혜원(소피아) 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 벨기에 브뤼셀 리브르 대학에서 서양미술사를 전공하고, 브뤼셀 왕립미술학교 판화과를 졸업했다. 개인전을 12회 개최했으며, 저서로는 「혹시 나의 양을 보았나요-프랑스 예술기행」(청색종이 2020), 「혹시 나의 새를 보았나요-프랑스 예술기행2」(청색종이 2020), 「소피의 행복한 미술이야기」(바오 2024) 등이 있다.
[가톨릭신문, 2026년 1월 1일, 박혜원 소피아(서울가톨릭미술가회 회장) 0 4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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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 <성 프란치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