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일 (금)
(홍) 주님 수난 성금요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기

전례ㅣ미사

[사순부활]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십자가를 향해가시는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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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4-01 ㅣ No.2728

[특집]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은 사순 제6주일이자 성주간의 시작입니다. 전례력상 가장 독특한 미사 구조를 지니는 미사 중 하나인데, 미사 시작 전 성지 축복과 행렬이 먼저 거행된 후, 본 미사에서는 예수님의 수난 복음이 봉독됩니다. 기쁨의 환호로 시작해 십자가 죽음의 묵상으로 이어지는, 극적인 전환이 이 날 전례의 특징입니다. '성지(聖枝)'는 종려나무 잎이나 올리브 가지가 전통적으로 쓰였으며, 한국에서는 주로 사철나무나 대나무 가지를 사용합니다. 예수님 시대 유대인들이 환호하며 흔든 것도 종려나무 가지였는데, 당시 이는 승리와 왕권을 상징하는 표지였습니다. 이 주일의 공식 명칭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전례 개혁 이후 ‘성지 주일’에서 ‘주님 수난 성지 주일’로 바뀌었습니다. 입성의 기쁨만이 아니라 수난의 의미를 함께 담기 위해서입니다. 위와 같은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전례의 의미에 대해 상세히 알려드리는 특집을 준비했습니다. 전례의 의미를 되새기며 더욱 경건히 성주간을 시작해 보세요!

 

 

십자가를 향해가시는 그리스도

 

사순 시기에 접어들면, 그리스도인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참회와 절제의 생활을 하고자 노력합니다. 그렇게 사순 시기가 무르익을 무렵, 교회는 성주간 전례를 거행하며 그리스도의 신비 안으로 더욱 깊이 들어가 부활의 기쁨을 길어내기 위한 십자가 여정을 떠납니다. 교회는 이 거룩한 주간의 전례를 특별한 양식으로 준비하는데, 신앙인들이 예수님의 구원 활동을 마치 ‘감촉하듯 생생하게’ 묵상하도록 이끌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성주간을 시작하는 주님 수난 성지 주일인 오늘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심을 기념합니다. 이 예식에서는 주님의 겸손한 행렬, 당신을 향한 백성들의 노래 그리고 당신을 환호하며 흔드는 나뭇가지 등과 같은 ‘감각적인 표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신자들이 이를 바라보고 만지고 감촉하는 가운데, 주님께서 십자가 죽음의 현장으로 용감하게 나아가는 장면을 묵상하게 하려는 것입니다. 이렇게 오늘의 미사 거행에 참여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은 말씀의 의미를 조금이나마 깨닫게 됩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찌른 이를 바라볼 것이다.”(요한 19,37 참조, 즈카 12,10)

 

우리는 사실 크고 작은 죄의 창검으로 십자가에 매달린 주님을 찌르기도 했고, 지금도 찌르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호산나”로 환호하던 이들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며 격분하던 이들이 알고 보니 같은 사람들이었던 것처럼요. 축복받은 나뭇가지는 이를 상기시킵니다. 오늘은 나뭇가지를 흔들며 주님을 환호하지만, 죄를 지어 주님께 상처를 드리기도 하는 연약한 존재가 우리들임을 돌아보게 됩니다. 더 나아가 우리가 이토록 나약하기에 당신께서 몸소 십자가를 자원하여 끌어안으셨음도 알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 미사 후, 각자가 손에 쥐고 흔들던 성지를 집으로 가져가 십자고상 뒤에 잘 맞추어 걸어둡니다. 예루살렘의 군중처럼 주님을 배반하지 않고 죄보다는 사랑을 선택하며 살기 위해서, 십자가에 매달린 그리스도 형상을 볼 때마다 주님을 환호하던 그때 손에 들었던 성지도 함께 바라보며 기억하고 다짐하기 위함입니다.

 

그런데 다음 질문을 들으면, 이런 취지와 달리 성지가 미신적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함을 알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성지 조각이 말라 가루처럼 바닥에 떨어지면 그것도 모아야 할까요?” 성수를 뿌려 나뭇가지를 축복했다고 가지 자체가 신성을 띠거나 경배의 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이 가루들을 청소했다고 저주받지 않는다는 것이죠. 교회가 축복 예식을 거행하는 이유는, 물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위하여’ 하느님의 복을 간청하는 것입니다.(축복예식 총지침 12항 참조) 성지 축복 기도문이 이를 잘 설명합니다. “하느님, 이 나뭇가지에 강복하시고 거룩하게 하시어 그리스도를 임금으로 받들어 모시고 환호하는 저희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한 예루살렘에 들어가게 하소서.”,

 

성지는 예수님께서 부활 신비를 완성하려고 반드시 십자가 사건의 현장에 들어가실 수밖에 없었음을 상기시킵니다. 이것을 십자고상에 달면서, 여러분 자신이 거룩한 성전이 되어 예수님께서 언제나 편하게 입성하시도록 준비하고 기도합시다.

 

[2026년 3월 29일(가해) 주님 수난 성지 주일 서울주보 6-7면, 정현진 라우렌시오 신부(교구 전례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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