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25일 (금)
(백) 한가위 사람의 생명은 재산에 달려 있지 않다.

전례ㅣ미사

[전례] 전례 동작의 의미: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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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식 [jpatrick] 쪽지 캡슐

2026-08-05 ㅣ No.2745

[전례 들여다보기] 전례 동작의 의미 : 침묵 I

 

 

“모든 인간은 주님 앞에서 조용히 하여라.”(즈카 2,17)

 

현대인은 분주한 소음의 일상을 살아갑니다. 조용한 것이 주는 편안함을 찾지만, 반대로 소리가 없는 상태를 불안하게 받아들일 때도 많습니다. 뇌가 끊임없이 자극을 원하도록 만드는 환경 때문이지요. 소음이 없는 상태는 현대사회의 과도한 자극으로부터 뇌에 휴식을 제공하고 감정 조절과 자기 성찰에 큰 도움이 되기에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회는 침묵의 가치를 귀중하게 생각하고 그렇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능동적 참여를 증진하도록, 백성의 환호, 응답, 시편 기도, 따름 노래, 성가와 함께 행동이나 동작과 자세를 중시하여야 한다. 또한 거룩한 침묵도 제때에 지켜야 한다.”(전례 헌장 30항)

 

“신학교의 전 과정은 신심과 침묵의 노력과 상호 협력의 관심으로 충만하여 이미 사제직을 수행하는 미래 생활의 입문처럼 짜여 있어야 한다.”(사제 양성에 관한 교령 11항)

 

침묵은 외적 침묵과 내적 침묵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외적 침묵은 보고 듣고 말하기 등 외적인 것들을 통제하여 일상의 소음과 단절된 상태를 뜻합니다. 내적 침묵은 모든 소음에서 마음을 떼어 내적 고요를 지키는 것입니다. 나아가 잡념과 상상, 근심, 걱정, 불안, 미움, 분노 등을 떼어내어 마음을 비워두는 작업입니다. 토마스 머튼에 따르면 외적인 침묵은 내적인 침묵의 문을 열게 하는데, 두 가지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 하느님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들을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어쩌면 침묵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기보다 가장 많은 일이 일어나는 은총의 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침묵은 외적인 소음과 내면의 소리들을 하느님께 봉헌하는 기도이자 하느님의 음성을 알아듣고자 안과 밖을 비우는 거룩한 작업입니다. 이런 의미들은 전례에도 그대로 들어와 있는데, 미사 때 이루어지는 침묵은 다음에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26년 8월 2일(가해) 연중 제18주일 대구주보 4면, 배재영 안토니오 신부(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전례 들여다보기] 전례 동작의 의미 : 침묵 II

 

 

8월을 시작하며 침묵의 의미를 알아보았습니다. 상기해 보자면 침묵은 하느님의 음성을 듣기 위하여 외적인 소음과 내면의 소리를 비우는 거룩한 작업입니다.

 

이제 미사 안에서 이루어지는 침묵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거룩한 침묵은 거행의 한 부분이므로 제때에 지켜야 한다. 침묵은 각각의 거행에서 이루어지는 순간마다 그 성격이 다르다.”(로마 미사 경본 총 지침 45항)

 

주목할 것은 침묵이 “제때에” 지켜져야 하고 때에 따라 성격을 달리한다는 것입니다.

 

1. 미사 시작 전

 

성당은 하느님께서 머무르시는 공간이자 그분을 만나는 기도의 요람입니다. 교회는 성전이 “더없이 위대한 성찬례의 기도를 연장하고 내면화하는 묵상과 침묵 기도를 바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가톨릭 교회 교리서 1185항)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를 바탕으로 “거룩한 예식을 경건하고 합당하게 거행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도록, 전례 거행에 앞서 성당이나 제기실, 제의실이나 그 주위에서 미리 침묵을 지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로마 미사 경본 총 지침 45항) 미사 시작 전의 침묵은 미사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하느님의 말씀에 귀 기울이기 위한 준비 자세이지요.

 

2. 참회예절

 

“참회 예식은 짧은 침묵 시간을 가진 뒤 공동체 전체가 고백 기도를 바친 다음, 사제가 하는 사죄경으로 끝난다.”(로마 미사경본 총 지침 51항)

 

미사가 시작하고 바로 이어지는 참회 예절에서, 사제는 신자들에게 참회할 것을 권고합니다. 이때 이루어지는 짧은 침묵은 사랑의 이중계명, 즉 하느님과 이웃을 사랑하지 못했던 부분을 성찰하고 하느님께 자비와 은총을 청하기 위한 준비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하느님께로 삶의 방향을 다시 돌리는 결심의 시간이므로 침묵은 교회의 가르침에 따라 생략되지 않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상상 이상의 폭염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성당에 조금 일찍 도착하여 열기를 식히고, 고요한 성전에서 침묵을 통해 미사에 참여할 준비와 일상을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2026년 8월 16일(가해) 연중 제20주일 대구주보 4면, 배재영 안토니오 신부(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전례 들여다보기] 전례 동작의 의미 : 침묵 III

 

 

강론이 끝나면 잠시 앉아 침묵 중에 한숨을 쉬곤 했습니다. 강론 내용대로 살지도 못하면서 말만 앞섰기 때문이지요. 이런 고민을 선배 신부님께 말하니, 그렇게 살기 위해 같이 노력하자 초대하는 것이 강론이고, 그렇기에 잠시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침묵이 꼭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룩한 침묵은 이루어지는 순간마다 성격이 다르다 말씀드렸습니다. 미사 전의 침묵은 준비를 위한 것이고 참회 예절에서의 침묵은 자신을 성찰해보는 의미가 있습니다. 계속해서 살펴보겠습니다.

 

1. 본기도

 

자비송(혹은 대영광송) 후 사제가 교우들에게 기도하자고 권고하면 다들 함께 침묵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이는 자신이 하느님 앞에 있음을 깨닫고 미사에 참례하는 지향을 각자 마음 속으로 생각하기 위해서입니다. (참조: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54항)

 

2. 말씀의 전례

 

말씀 전례는 묵상에 도움이 되도록 거행되어야 하므로 마음을 모으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서두르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말씀 전례를 거행하는 동안에는 짧은 침묵의 시간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성령의 도우심으로 하느님 말씀을 마음 속에 받아들이고 기도로 응답할 준비를 하는 것이지요. 요컨대 이때의 침묵은 말씀이 우리의 삶과 신앙에 스며들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지요. 그렇기에 독서와 복음 그리고 강론을 들은 다음에 알맞게 침묵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참조: 로마 미사 경본 총 지침 56항, 66항)

 

3. 감사 기도

 

예물 기도 후에 이어지는 감사 기도는 미사 거행 전체의 중심이며 정점입니다. 이 기도는 신자 회중이 모두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하느님의 위대하신 업적을 찬양하며 희생 제사를 봉헌하는데 그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감사 기도는 모두 공경하는 마음으로 침묵 가운데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참조: 로마 미사 경본 총지침 78항) [2026년 9월 6일(가해) 연중 제23주일 대구주보 4면, 배재영 안토니오 신부(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전례 들여다보기] 전례 동작의 의미 : 침묵 IV

 

 

1. 영성체 후의 침묵

 

“영성체 후에 사제는 자리에 가 앉는다. 경우에 따라 모두 잠깐 거룩한 침묵을 지키며 기도할 수 있다. 또한 시편이나 다른 찬양 노래나 찬미가를 부를 수 있다.” (미사 통상문 138항)

 

영성체 후 사제가 성작을 닦고 정리하는 동안 신자들은 자리에 앉아 침묵합니다. 미사 때 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되새기고 성체를 모심으로써 주님과의 내밀한 일치를 이룬 것에 감사기도를 합니다. 사제 또한 잠깐의 침묵을 통해 미사 안에서 이루어진 하느님의 은총에 감사드리며 말씀을 되새깁니다. 미사 경본에서는 이를 “감사 침묵 기도”라고 확실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2. 미사 후의 침묵

 

파견 예식으로 미사는 끝이 납니다. 이후에 대해서 미사 경본이나 총 지침에서 언급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미사 후 바로 성전을 나서서 다른 교우들과 친교를 나누는 것도 분명 좋은 몫입니다. 다만, 미사 때 하느님께 받은 은총을 생각하고 말씀을 마음에 새기며, 받은 사랑을 일상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 침묵 중에 기도하는 것도 또 다른 좋은 몫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침묵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침묵이 그만큼 중요한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지요. 정리해 보자면,

 

1) 침묵은 외적인 소음과 내면의 소리를 하느님께 봉헌하는 기도이자 하느님의 음성을 알아듣고자 안과 밖을 비우는 거룩한 작업입니다.

2) 거룩한 침묵은 제때 지켜져야 하고 때에 따라 그 성격을 달리합니다.

3) 침묵은 마음을 준비하는 침묵(미사 전, 참회 예절, 본기도와 영성체 후 기도)과 사제가 드리는 기도를 경청하고 그 기도를 자신의 것으로 하기 위한 침묵이 있습니다. 또 묵상을 위한 침묵(독서와 복음, 강론)과 기도를 하기 위한 침묵(영성체를 모시고 난 후)이 있습니다.

 

요컨대 침묵은 하느님의 말씀이 머무를 자리를 마련하고, 성체를 통해 주님과 일치하는 것에 대해 감사드리며, 분주한 일상을 신앙의 가치로 살아갈 수 있도록 내적인 힘을 길러주는 경건하고 적극적인 전례 행위입니다. [2026년 9월 20일(가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와 성 정하상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들 대축일 대구주보 4면, 배재영 안토니오 신부(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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