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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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와함께 가꾸는 기도의 정원21: 칼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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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현의 ‘성서와함께’ 가꾸는 기도의 정원] (21) 칼라 예수님 부활 알리는 나팔이자 순결의 상징
묵주기도 성월을 맞아 ‘로사리오 기도드릴 때’ 떠오르는, 찬란한 부활의 영광을 상징하는 칼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먼저 이름에 얽힌 작은 오해를 바로잡자면, 흔히 ‘칼라 백합(calla lily)’이라고 불리지만 칼라는 사실 백합과가 아닌 천남성과에 속하는 식물이다. 어쩌다 보니 이름에 백합이 들어갈 뿐, 칼라는 백합과 비슷한 점이 전혀 없으며 오히려 같은 천남성과 식물인 안스리움이나 산부채와 여러 가지 외형적인 특징을 공유한다.
천남성과 식물의 대표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는 꽃잎처럼 보이는 넓은 부분이 실제 꽃잎이 아니라 잎이 변형된 ‘포엽’이라는 점이다. 포엽이 둘러싸고 있는 길쭉하고 두툼한 막대기 모양은 꽃대가 육질화된 것이며, 이 꽃대에 작은 꽃들이 육수꽃차례를 이루며 촘촘하게 밀집해 있다.
꽃 이름 ‘칼라’는 ‘아름다운’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칼로스(καλός)에서 유래했다. 라틴어 학명 잔테데스키아(Zantedeschia)는 칼라를 매우 사랑했던 19세기의 이탈리아 식물학자 조반니 찬테데스키(Giovanni Zantedeschi)를 기리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스도교에서 칼라가 특별한 의미를 갖는 것은 예수님의 부활과 부활절을 뜻하는 꽃이기 때문이다. 칼라의 고상하고 단아한 모습은 순결·순수·거룩함을 연상시킨다. 여기에 위쪽으로 갈수록 넓게 퍼지는 꽃의 모양에서 예수님의 기쁜 부활 소식을 알리는 나팔을 떠올린 그리스도교인들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칼라는 부활을 상징하게 되었다.
칼라는 청초한 흰색이 가장 흔하지만 노란색·오렌지색·연분홍색·자주색 등도 있고, 밝은 데서 봐야 보랏빛이 돈다는 걸 알 수 있을 정도로 검은색에 가까운 것도 있다. 필자는 그간 검보라색 칼라를 꽃시장에서 호시탐탐 눈여겨보기만 하다가 올해 재의 수요일 꽃꽂이에 처음 사용해 보았는데,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화형과 중후한 색깔이 사순 첫날의 분위기에 더없이 잘 어울려 보였다. 한편으로는 꽃의 검은 나팔 모양을 통해 40일의 긴 어둠 끝에 부활의 팡파르가 울릴 것이라는 메시지도 전하고 싶었는데, 의도가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새로운 삶, 희망을 상징하는 칼라는 결혼식 꽃 장식이나 신부 부케 소재로 인기가 있으며, 서양 문화권에서는 장례식 꽃으로도 자주 사용된다. 결혼식과 장례식이라니 모순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죽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여정의 시작임을 이해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의미에 고개를 끄덕일 수 있으리라.
[가톨릭평화신문, 2026년 10월 18일, 신지현 소피아(「기도의 정원」 옮긴이, 통번역가)] 0 9 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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