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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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모현호스피스 연구모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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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미 예수
3월 모현 호스피스 연구모임을 다음과 같이 안내합니다.
때 : 2004년 3월 25일(목) 오후 7시 30분 장 소 : 모현 메리포터의 집 T. 02)779-8245 강의내용: Strategies for healthy team work (I)
많은 참석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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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나를 외롭게 하는가
- 윤학 변호사
가톨릭의 눈길 / 목마름의 잔치 사랑의 잔치 / 윤학
섬에서 상경한 나는 그야말로 촌놈이었다. 그래도 나는 자신을 제법 문화인처럼 생각했다. 주머니는 비어 있었지만 맘에 드는 책은 어떻게든 샀고, 클래식 음악이 나오면 길을 가다가도 멈춰 서서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단벌 옷에 사투리가 심한 나에게 서울거리에서 호감을 가져주는 사람은 없었다. 내 생각과 조금이라도 다르면 불같이 화부터 내는 성격도 문제였다. 더구나 남보다 더 머리가 좋다는 자만심으로 꽉 차있어서 사람을 무시하고 가르치려 들기 일쑤였다.
그런 내가 초롱초롱 빛나는 눈과 사근사근한 서울 말씨의 아가씨를 사귄다는 것은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미팅에 나가 맘에 들지 않는 여학생에게는 함부로 말을 늘어놓다가 되레 무시를 당했고, 맘에 들면 잘 보이고 싶어 잘난 체를 하다가 밉보여 몇 마디 말도 나눠보지 못한 채 퇴짜를 맞곤 하였다. 나보다 못나 보이는 아이들도 예쁜 여학생들과 잘도 사귀는데 하느님은 참 불공평하다고 원망도 하였다. 이러다 맘에 드는 여자와 사귀어 보지도 못하고 마는 것은 아닌지 우울하기만 했다. 알아주는 대학에 다니면 예쁜 아가씨들이 줄을 잇는다는 이야기도 거짓말이었다.
졸업 후 고시공부를 하면서 싫증이 나면 머리는 산발한 채 옷을 주섬주섬 입고 거리를 배회했다. 그날도, 그런 몰골로 버스를 탔는데 한 아가씨가 눈에 확 들어 왔다. 그녀의 옆자리가 비어있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아 뒷자리로 가고 있는데 버스가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자연스럽게 그녀 옆자리에 털썩 주저앉게 되었다.
그녀는 당시 장안의 화제였던 오페라 ‘마적’의 팸플릿을 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말을 건네보고 싶었지만 무척 단아하고 세련된 그녀가 대꾸해 줄 것 같지 않았다. 그녀의 팸플릿만 흘깃흘깃 훔쳐보고 있는데 버스가 흔들렸다. 순간 그녀의 몸이 아주 미세하지만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녀의 팸플릿만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버스는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버스의 흔들림에 그녀의 몸이 또 다가오는 듯했다. 이번에는 괜히 그녀가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자기 용기가 생겼다.
“공연 갔다 오시는가 봐요?” 잠깐 침묵이 흘렀다. 그녀가 서서히 얼굴을 돌렸다. “네.” 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공연 자주 다니시나요?” “네, 자주 다녀요.” 맑은 목소리였다. “음악 공부하시는가 보죠?” “아니요, 신문방송학과를 나왔어요.”
그녀가 나왔다는 대학은 신문에서나 보았던 미국의 유수대학이었다. 호기심이 더욱 일었다.
그녀가 내릴 준비를 했다. 앞뒤 잴 것도 없이 따라 내렸다. 전화번호를 적어 달라는 부탁에 흔연히 응하는 그녀가, 먼저 의심부터 하고 대하는 서울 아가씨들과 비교되었다.
그녀를 생각하니 공부에 재미가 붙었다. 고시에 합격하여 그녀와 공연도 보러 다니고 외국도 여행할 생각을 하니 신이 났다. 사투 끝에 시험을 치르고 그녀를 만났다. 부드러운 눈길과 웃을 때 드러나는 하얀 이가 인상적이었다. 사물을 대하는 눈이 긍정적이고 따뜻했다. 이상형의 여인이 이렇게 쉽게 나타나 어리둥절했다.
그녀는 이런 말을 했다. 버스에서 처음 보았을 때 잉크 자국이 난 셔츠를 입고 있는 내 모습에 신뢰감이 생겼다고. 그때 나는 내가 입고 있는 옷이 더러워 걱정했는데…. 그녀가 나의 내면을 보고 있다는 사실은 나를 놀랍도록 그녀에게 다가가도록 만들었다.
다행히 고시에 합격했다. 나는 그녀가 나와 결혼하는 데 아무런 장애가 없다고 믿었다. 길을 걷다가 그녀가 말했다. 이 세상에서 아버지를 가장 존경해 왔는데 이제는 미더운 사람이 한 명 더 생겼다고. 그 사람이 바로 나라고 했을 때 나는 구름 위를 걷는 듯했다.
어느 날, 미국에서 살고 계시는 그녀의 어머니가 며칠 동안 서울에 오는데, 나를 한 번 봤으면 한다고 했다. 시험도 합격했고 그녀와 뜻도 잘 통하는데 무엇이 문제가 되겠는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그녀의 어머니를 만났다.
그녀의 어머니는 나에게 앞으로 무엇을 할 거냐고 물었다. 나는 마음에도 없으면서, 내가 ‘검사’가 된다고 하면 좋아하실 거라 생각하고 그렇게 대답을 했다. 그녀의 어머니가 무엇인가를 물으면 내 진심은 말하지 않고 계속 그녀의 어머니가 좋아하리라 예상되는 답변만 했다. 그러나 내 대답에 그녀의 어머니는 별로 달가운 눈치가 아니었다. 뭔가 어긋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후 나와 그녀의 관계는 순탄하지 않았다. 내게 다가오려 하다가도 부모님의 눈길을 의식하곤 했다. 나는 당시 그녀 부모님들이 가난한 나에게 딸을 시집 보내 고생시키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부모님 역시 ‘속물’이라고 멋대로 단정하고 함부로 행동했다.
그러나 그녀는 나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녀는 내가 다시 한번 그녀의 부모님과 대면하면 반드시 나를 좋아하게 될 거라고 하면서 부모님이 계시는 미국에 함께 가보자고 여러 차례 설득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정말로 나를 좋아하면 부모가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다시 나를 찾을 거라는 말로 그녀의 제의를 무시해 버렸다.
홀로 미국에 간 그녀가 국제전화를 통해 부모님의 뜻을 거역할 수 없다며 흐느꼈다. 2년간 나는 매일 담배 연기 속에서 그녀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한테서는 아무 소식이 없었다. 결국 그녀가 결혼했다는 이야기를 바람결에 듣게 되었다.
어느덧 세월은 훌쩍 흘러 나도 사십 후반의 나이가 되었다. 일 때문에 나를 찾는 사람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는 고도에 홀로 있는 사람처럼 외롭다. 돈이 되고 힘이 될 듯싶은 일에는 벌떼처럼 모여들지만 내면의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눌 사람은 좀체 드물어 보인다. 사랑하는 아내가 바로 곁에 있고 친구처럼 대화가 되는 아들딸도 있지만 나는 아직도 누군가로부터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어한다.
어느 날 밤, 헤어진 그녀 어머니와의 첫 만남이 떠올랐다. 그때 나는 그녀의 어머니께 내 속 깊은 이야기를 솔직히 하지 않았다. 바로 그것이 나의 큰 실수였다.
그녀의 어머니가 원했던 것은 나의 진실이었는데, 그녀의 어머니도 당연히 세상의 가치를 추구할 거라 건너짚고 그녀의 어머니를 존중하며 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추구하는 바를 성의껏 전하면 될 뿐인데도 상대방의 뜻을 멋대로 짐작하고 그에 맞추려고만 했으니…
내가 그녀의 어머니였다 해도 존중 받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을 것이고 그런 사람에게 딸을 맡길 수 없었을 것이다.
외로움은 내가 남을 존중하지 않고 내 자신의 생각 안에 남과 나를 가둘 때 생겨나는 마음의 병이었다. 나는 내 진심을 성의껏 표현하지도 않으면서 사람들이 먼저, 진심으로 나에게 다가오기만을 기다리며 살아왔다.
내 외로움의 궁금증이 풀렸다. 남을 존중하지도 않으면서 남이 나를 사랑해주기만을 바랐으니 외로울 수 밖에 없었다. 아내와 아이들, 형제들, 직장동료들, 사회에서 알게 된 무수한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떠올려 보았다. 나의 다정한 눈빛, 나의 온화한 미소, 나의 부드러운 말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내 주위에는 너무나 많았다. 내가 사랑할 사람이 이처럼 많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행운아였다. 다가오는 봄날에는, 내 가슴속 사랑의 씨앗을 온 천지에 뿌려보리라.
은총의 사순시기가 되길 빕니다.
이창걸(시몬) 방사선종양학교실 부교수 세브란스호스피스실장 연세암센터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서울 서대문구 신촌동 134, #120-752 (O) 02-361-7659, (HP) 018-254-7659 (Fax) 02-312-9033 (e-mail) cglee1023@yumc.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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