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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선거에서 또 살아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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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 희망 사목연구원 [gaudium95] 쪽지 캡슐

2004-03-29 ㅣ No.64270

4월, 봄, 황사, 꽃샘추위가 다시 찾아 왔습니다.

올해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충격적 사태와 함께, 홍역처럼 치러야 하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 온 나라가 들끓습니다. 황사도 꽃샘추위도 무색해집니다.

선거는 온 국민의 축제로 행해져야 할 일지만 이는 감지덕지요,

먼 훗날 후손들의 이야기로 접어 둡시다.

다만 이번 선거는 별 탈없이 그럭저럭 창피나 면할 정도의 의원을 뽑았으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이번에도 지난 16대 국회 수준만큼은 되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에서 후보 여러분, 특히 여러 번 국회의원을 지내시고 또 하시려는 의원님들께서 선거에서 살아남는 방법 몇 가지를 제시합니다.

 

의원님, 우리나라 선거에서 살아남는 최우선 순위는 역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이 방면에는 의원님들이 워낙 전문가여서 제가 구체적인 내용은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 앞뒤 말 맞출 것도 없이 그저 지역 목소리만 크게 내면 그냥 몰표 쏟아지게 되어있습니다. 지역감정에 호소할 수 없는 불행한 지역구에 출마하신 분들은 자신들의 과거 행적을 화려하게 미화하십시오. 나는 지난 정권 때 각종 뇌물수수죄, 수뢰죄, 사기죄, 선거법 위반 등으로 여러 번 감옥에 다녀온 투사이다, 차떼기 뭐 이런 사소한 일들이 좀 있기는 했지만, 순전히 정치 보복적인 희생양이었다. 이렇게 주장하셔야 합니다. 받으려면 통 크게 트럭으로 받아야지 천만 원, 일억 원 단위는 안 됩니다. 사람들이 너무 쪼잔하다고 수군거립니다.

 

다음으로 상대방 후보에 대한 비방 폭로 이런 것들을 잘 해야 합니다. 선거는 일단 이기고 봐야합니다. 가급적 엄청난 내용을 무차별적으로 폭로하십시오. 누구는 북한의 간첩이다. 북한 사람과 만나는 것을 봤다. 만약 사실이 아니면 아닌 것은 그가 증명하면 됩니다. 아니면 말고.

 

또 하나 지난 국회에서의 당신의 의정 활동을 제시하십시오. 자주 당적을 옮긴 일, 과거 친일 행위를 조사하자는 무슨 법안인가에 덕지덕지 덧칠해서 웃음거리로 만든 일, 가끔씩 출석하여 의사당 점거 때나 다른 정파 의원들과 싸울 때의 무용담, 여성 의원에게 마구잡이 농담으로 대한민국 남자들의 호기를 크게 떨친 일 등등, 이러한 일들은 아무리 사소한 것들이라고 해도 꼭 알려야합니다.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당신은 이미 나랏일을 맡을 만한 수신제가가 되어 있습니다. 욕설로 무장된 입심, 무대뽀 정신으로 폭로하는 추진력, 철판 같은 두께의 얼굴, 차떼기 하는 배짱 등, 아들들을 낳는 대로 족족 군대 보낸 분, 세금 제대로 내시는 분은 안 됩니다. 우리사회에서 이런 분은 무능한 분입니다. 빽도 힘도 없이 도대체 무슨 일을 하겠습니까.

마지막으로 당신은 ’국민의 이름으로’라는 위대한 수식어를 언제나 유효적절하게 잘 구사하실 줄 아는 언어의 마술사입니다. 무슨 일이건 ’국민을 위하여’라는 말로 시작하십시오. 우리 국민들은 당신들의 그러한 말을 언제나 쉽게 믿습니다.  

 

다시 4월이 왔습니다. 언 땅을 뚫고 새싹들이 다시 돋아납니다.

우리 국민들은 약한 풀인 것 같습니다. 당신들 마음대로 해도 되는 잡초들 정도입니다. 평생에 한번쯤은 허리를 꼿꼿이 세워 하늘을 바라보고 싶은 …… 아무쪼록 이번 선거에서도 불사조처럼 부활하시어 우리들을 더욱 즐겁고 기쁘게

 

해주십시오. 우리는 늘 괜찮습니다. 건투를 빕니다.

<이용진·사도요한 / 서울교구 목동성당>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후원회 소식지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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