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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단의 풍류거사 원갑 성님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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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한국소설가협회> 홈 게시판에 올린 글입니다. 참고로 보시도록 소개합니다.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한국 문단의 풍류거사 원갑 성님께
우선 혼수상태와 비몽사몽 중에서도 무사히 귀가에 성공하신 풍류거사 원갑 성님의 그 용하심에 찬사와 감사를 드립니다.
아울러 한국 문단의 풍류거사 원갑 성님께서, 그리고 사진쟁이 한광희님과 곡성의 이재백 작가님께서도 몸소 태안 땅을 찾아주심을 깊이 감사 드립니다.
또한 천주교 신자로서 성주간 ’성목요일’과 ’성금요일’의 바쁜 일정 때문에 제가 세 분 접대에 최선을 다하지 못한 점 사과 드립니다.
처음엔 15일 총선이 지난 다음 태안에 오시겠다고 하셔서 제가 어느 정도 마음을 놓은 가운데서도 ’나도 제대로 한 잔 하리라’고 단단히 별렀지요.
그런데 갑자기 계획을 바꾸어서 8일 태안에 오시겠다는 전화를 받는 순간 당혹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주님만찬성목요일’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과 마지막 만찬을 나누는 자리에서 ’성체성사’를 세우신 일과 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신 일을 기념하는 날입니다. 저녁에 ’주님만찬미사’를 지낸 다음부터 각 구역과 단체들이 릴레이식으로 다음날 오후 3시까지 1시간씩 ’성체조배’라는 것을 하지요. 제가 속한 동문1구역은 금요일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였고….
’주님수난성금요일’에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 위에서 운명하신 오후 3시에 전 세계의 모든 가톨릭 성당에서 ’십자가의 길’ 기도를 합니다. 로마 총독 빌라도의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지고 골고타(해골산) 언덕에 올라 처형을 당하고 돌무덤에 묻히기까지의 과정―그 과정 안의 열네 가지 특별한 일을 기념하는 기도이지요. 그리고 저녁에는 미사가 아닌 ’주님수난예절’이라는 특별한 예식을 거행하지요. 가톨릭의 전례 중에서 미사와 함께 거행하지 않는 교중(敎衆)예식이고, 미사가 없는 유일한 날이지요. 또 이 날은 어린이와 노약자와 병자를 제외한 모든 신자들이 금육(禁肉)과 함께 한끼 단식을 하고 그 절약된 것을 모아서 자선을 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다음날 ’성토요일 부활성야’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념하는 장엄예절을 거행합니다. 또 다음날 ’주님부활대축일’에는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경축하는 장엄미사를 지내고….
가톨릭교회의 2000년의 역사 속에서 발전해온 이 4일 동안의 거룩하고 장엄한 전례를 위해서 우리 태안성당 4부 합창 성가대는 달포 전부터 연습을 시작했고, 2주전부터는 거의 매일 저녁 연습을 해왔지요. 저는 우리 성당 성가대의 베이스 조장이고….
이런 판국에 한국 문단의 최고 풍류거사 원갑 성님으로부터 8일(목요일) 태안에 오시겠다는 전화를 받았으니 내심 당황할 수밖에….
계획 변경을 부탁드리고 싶은 말이 목구멍까지 올랐으나, 원갑 성님께 천주교의 ’성삼일’ 설명을 드리기도 번거로울 것 같고, 모처럼 태안에 오시려고 날짜까지 잡고 동행하실 분과 약속까지 해놓으신 분께 내 신앙생활과 관련하는 일로 계획 변경을 요구한다는 것이 너무 송구스럽기도 해서 꾹 참고 말았지요.
하여간 이틀 동안 집과 성당과 안흥 신진도와 인평저수지와 백화산을 오간 내 발걸음이 조금은 바빴지 싶습니다. 그리고 세 분께 결례가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원갑 성님 덕분에 제가 일종의 향수와 정신적 부채 같은 것을 늘 의식하고 있는 빛고을 광주 근방의 이재백 작가님을 이번에 뵙게 된 것을 무척 기쁘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전남 곡성에서 충남 태안까지 오시는데 버스를 무려 여섯 번이나 갈아타고, 아침에 집을 나서서 저녁 6시경에 도착을 하셨으니 재미있는 기록이 될 것 같습니다.
다음에 또 태안을 오시게 되거든 그때는 열차로 일단 서울로 올라가신 다음 태안으로 오시는 방법을 취하시기 바랍니다.
원갑 성님이 사주신 쇠고기는 이미 제 아내가 육개장을 만들어서 온 가족이 부활절 아침에 특식을 즐겼습니다. 성당 수녀원에도 한 냄비 갔고…. 제 어머니께서 꼭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원갑 성님이 정표로 주신 은잔으로 부활성야에 집에서 양주 한잔 마셨습니다. 고맙습니다.
태안 땅에 몸소 오시어 무려 22년 만에 호쾌한 풍류 남아의 얼굴을 보여 주신 원갑 성님께 거듭 감사하며, 혼수상태 비몽사몽 중에도 쬐끔씩 건강 생각하시고, 그리스도교의 신앙 세계에도 관심 가져 주시기 바랍니다.
원갑 성님, 한광희 선생님, 이재백 선생님 모두 편안한 밤 되시기 바랍니다.
(040412)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절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1135 泰安風流行 황원갑 2004-04-12 61
여생이 얼마나 남았는가 묻지 말라. 아무도 대답해줄 수 없다. 그저 죽은 뒤에 허망했노라고 뉘우치지나 말라. 보라! 차 밖으로 지나치는 서해안고속도로변의 저 경개를. 희고 노랗고 붉은 온갖 꽃들이 이 산야 곳곳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지 않은가. 차를 끌고 글벗 술벗 낚시벗을 만나러 가고 있으니 아직도 살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행복한가. 서해대교를 건너고 서산나들목을 지나고 해미나들목에서 빠져나가며 태안거사 지요하 형에게 전화해 태안군청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서산읍내를 거쳐 마침내 태안읍내로 들어섰다. 비록 22년 만에 만나는 사이지만 어찌 그 얼굴을 잊을 수 있으랴. 차를 군청에 세워두고 운전을 해준 같은 신문사에 다니던 한광희 선배와 태안거사의 차로 갈아타고 신진도를 찾았다. 태안에서 어울리기로 한 곡성거사 이재백 선배는 어디까지 왔을까. 전화를 해보니 곡성에서 아침에 출발했다는데 광주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이제 군산에 도착했다나. 병색이 짙어 가는 오찬식 선배와 더불어 오지 못한 대신 이재백 선배가 이번 풍류행에 어울리기로 했기에 기다리는 마음이 한층 바쁘다. 벚꽃 길을 30분쯤 달려 연륙교를 건너니 신진도. 이 섬 아닌 섬에 새로 생긴 별미 집에서 고대하던 첫 술잔을 든다. 이 집은 어떤 잡지사의 청탁으로 맡은 연재물 ‘로맨틱 주점’ 취재차 지형의 소개로 찾은 것이다. 이층 창 밖으로 방파제 안에 고깃배 낚싯배들이 한가롭게 졸고 있고, 갈매기 떼는 구름을 벗삼아 이리저리 날아다닌다. 태안문협 회장이며, 독실한 천주교 신자인 지형이 부활절을 앞두고 매우 바쁠 때에 찾아온 것이 새삼 미안했지만 이미 정신이 육신을 이끌고 온 것을 어쩌랴. 한 상 잘 차린 자연산 활어회 안주가 싱싱하니 술잔이 차기 무섭게 비우고 또 비운다. 그러나저러나 곡성문학회장 이재백 거사는 어디까지 왔을까. 또 전화를 거니 이제 서천을 지났다고 한다. 결국 버스를 여섯 차례나 갈아탄 곡성거사는 내가 이미 취해버린 뒤에 만날 수 있었다. 밤낚시를 좀 하다가 겹치는 술타령에 언제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 몰랐다. 이튿날 해가 중천에 떠서 일어나 보니 여관방인데 못다 비운 술병이 네 병이나 되는 게 아닌가. 태안거사의 안내로 이 고을에서 아귀탕을 가장 잘하는 집에서 해장을 하고 백화산으로 올라갔다. 정상에서 시원한 샘물 한 바가지를 퍼마시고 태을암 마애삼존불을 구경했다. 그리고 태안거사를 ’해방’시켜준 뒤, 그런 대로 양심과 도덕심은 있다고 자부하지만 신앙심이라고는 조금도 없는 세 사람의 무신론자는 내 차로 다시 신진도로 향했다. 어제 곡성거사가 신진도 구경을 못했기 때문이다. 방파제 한가운데에 앉아 남은 소주 두 병, 맥주 두 병을 잘 섞어서 마저 해치우고 귀로에 올랐다. 무릉도원이 따로 있나. 극락과 지옥이 따로 있는가. 다 내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거니. 언제 곡성거사와 헤어졌는지도 모를 정도로 만취한 이 사람은 산송장처럼 늘어져버리고 말았다. 어쨌거나 이번 태안행도 지난달 금산행처럼 권주가로 시작하여 혼수상태로 끝났다. 취생몽사니 뭐니 욕해도 좋지만 ’장진주사(將進酒辭)’의 이 구절을 기억하라. - 억새 속새 떡갈나무 백양 숲에 가기만 하면 / 누른해 흰달 가는비 굵은눈 쇼쇼리(회오리)바람 불 제 / 뉘 한 잔 먹자 할고… - 죽은 뒤에 아무리 화려한 꽃상여에 실려 천 사람 만 사람이 울며불며 따라간들 무엇하리. 이승에 두 발을 딛고 살아 있는 동안 사리사욕과 공리공명을 여의고, 천명에 따라 행운유수처럼 살다가 가면, 우리네 인생 그것으로 족하지 않은가! 강호에 술병이 깊어 죽림 아닌 아파트 골방에 누웠는데, 써야 할 글은 산더미같이 밀렸으니 장차 이 일을 어찌하랴! 태안거사여. 귀중한 시간을 내주어 정말로 고맙구려. 곡성거사와 월곡거사에게도 다음 풍류행을 기약하며 고마운 뜻을 전하오. 비록 초로(草露)같이 허망한 한 삶이지만 정도(正道)를 걸으며, 풍류를 사랑하는 지기지음(知己知音)이 있으니 이 또한 아직껏 두 발로 지상을 딛고 이승에 살아 있는 불행 같은 행운이 아니랴! 呵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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