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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마지막 장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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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제가 어제 낮에 피붙이 겨레붙이 인연붙이 20여 명에게 보낸 지난 5월의 마지막 메일이었습니다. 공개해도 괜찮은 내용이어서 여기에 올려 드립니다.
5월의 마지막 장식
†. 사랑·평화 (오소서, 성령님. 새로 나게 하소서)
신록의 계절, 성모님의 달 5월의 마지막 날일세. 5월을 보내는 아쉬움을 좀더 자극하는 듯 무척 좋은 날씨일세. 구름이 적당히 끼어 있는 하늘, 살랑거리는 바람, 선선한 기온…. 이따 오후에 백화산을 오를 생각을 하니 지레 설레는 기분일세.
천안 새롬이 원룸에서 오늘 새벽 4시에 일어나서 또 한번의 새벽 운전으로 집에 돌아왔네. 새벽 운전은 정말 기분이 좋네. 마누라야 승합차 가운데 좌석에 누워 쿨쿨 자는 것이 일이지만, 나는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상태에서도 전혀 졸음을 느끼지 않으며, 밝아오는 새아침의 풍경 속에서 또 한차례 야릇한 감동을 느끼며, 5월의 마지막 날의 시작을 새벽운전으로 장식했네.
내가 유난히 새벽을 사랑한다는 것을 스스로 눈치챈 때는 이미 옛날, 젊은 시절이었지. 저 월남의 정글 속에서 밤새 매복을 하다가 밝아오는 아침을 맞을 때마다 무한한 감동으로 가슴이 벅차곤 했지. 저 최전방 DMZ 잠복호에서 긴 시간 경계근무를 선 다음 눈앞에 환히 다가오는 철책선 너머 북한 땅을 바라보며 공연히 눈물을 지은 날도 있었지.
언젠가 평생 동안 새벽을 사랑하며 살기로 결심한 날도 있었다네. 경작(耕作)을 위한 것도 아니고, 이재(理財)를 추구하기 위한 것도 아니면서 내가 평생 동안 새벽을 사랑하기로 결심했던 것은 바로 고뇌(苦惱)를 사랑하자는 것이었지. 그 고뇌 속에서 세상의 희망을 보자는 것이었고….
나는 지천명 세월의 중반 둔덕을 넘어가는 지금에도 고뇌의 새벽을 사랑하네. 고뇌 속에서 세상의 희망을 볼 수 있는 새벽을 사랑하네. 새벽 속에서, 밝아오는 이른 아침의 풍경 속에서 나는 하느님의 존재도 좀더 확실하게 느끼는 것 같네. 내게 늘 풋풋하고 신선한 기운을 맛보게 하시는 하느님, 새벽의 장엄한 아름다움을 내게 베풀어주시는 하느님께 오늘도 깊이 감사했네.
오늘은 어제 경기도 안성에서의 결혼식 주례와 관련하는 잡문을 하나 쓰고, 오늘 저녁 8시 성당에서 갖는 우리 동문1구역 ’성모의 밤’ 행사에서 낭송할 헌시를 하나 지을 예정이네. 그리고 오후에 잠깐 어머니를 모시고 의료원에 가서 어머니 혈압을 체크하고 약을 받아온 다음 백화산 산행을 할 예정일세.
우리 성당은 5월 1일 저녁에 전체 신자들이 성당 성모상 앞뜰에서 ’성모의 밤’ 행사를 가졌는데, 다음날부터 매일같이 각 구역과 단체들이 릴레이식으로 성모의 밤 행사를 가져왔네. 그리고 오늘 31일 마지막으로 우리 동문1구역이 행사를 하게 되네.
과거 여러 번 성모님께 드리는 시와 글을 지었기 때문에 많은 헌시와 글이 내 컴퓨터 안에 보관되어 있지만, 오늘 성모님께 드리는 시를 새로 써볼 생각이네. 재탕 사용을 하는 것은(일종의 무성의는) 내 성미에 맞지 않는 일이기도 해서….
그런 일들을 하기에 앞서 우선 이 편지부터 쓰기로 했네. 5월의 마지막 날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마음이 동해서….
어제 편지 중에 우리 딸 이야기를 기록하지 못했네. 어제 오후 4시쯤 녀석이 집(천안 원룸)에 돌아왔네. 엄마와 아빠가 와 있으리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을 테지만, 먼 여행에서 돌아와서 빈방에 홀로 들어오는 쓸쓸함을 겪지 않게 된 것이 좋은지 녀석은 활짝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더군.
전날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에 간 것은 일년에 한 번씩 전국의 모든 가톨릭 계통 고등학교의 종교부 학생들이 모여서 갖는 행사가 올해도 광주 살레시오고등학교에서 열렸기 때문. 대전교구에서는 논산 대건고와 쌘뽈여고, 그리고 천안 복자여고가 참석하고 대전 성모여고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불참했다는군.
천안 복자여고는 13명이 참석했다는데, 올해는 전국에서 44개 학교 중 38개 학교의 598명 학생들이 참가를 했다고 하네.
그런데 내가 이 행사에 관심을 갖고 우리 딸이 참석을 한 것을 기분 좋게 여기는 것은 ’광주’라는 동네의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네. 우리 딸아이가 민주화운동의 성지인 광주에서 간접적이나마 5·18정신을 체감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지.
그래서 올해도 광주에서 돌아온 우리 규애가 그 행사 얘기를 하면서 광주와 5·18 이야기도 함께 하는 것을 아주 흐뭇한 마음으로 들을 수가 있었네.
내년에는 마산의 성지여고에서 그 행사가 열린다네. 우리 딸로서는 고교 시절에 마지막으로 참가하게 되는 내년의 행사가 마산에서 열리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네. 마산은 4·19혁명의 발상지로서 또 하나의 민주화운동의 성지일세. 또 1979년의 ’부마사태’도 떠올리게 하는, 내게 좋은 정감을 주고 있는 동네이지.
마산 시민들이 4·19와 부마사태를 기억하며 민주화 운동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다면 광주에 대한 우호의 정과 연대의식도 지닐 수 있고, 그로 말미암아 지역주의 따위를 너끈히 극복할 수도 있을 텐데, 아직은 시민의식 수준이 거기까지는 이르지 못하는 것 같네.
아무튼 내 딸이 내년에 생애 최초로 마산에 가게 되면 4·19 혁명의 발상지 마산에서 간접적으로나마 4·19혁명 정신도 습득하게 되기를 바라네. 아빠가 청년 시절 한때(1977년) 마산화력발전소의 굴뚝청소부로 일한 사실, 둘째 고모와 고모부가 결혼 후 신접살이를 했던 둘째 고모부의 고향이라는 것도 생각하면서….
그런데 녀석은 어제 오전의 대미사 때 광주대교구장 최창무 대주교님 강론이 너무 길어서, 열차 시간이 임박해서 성체도 모시지 못하고 미사 중간에 나오게 되었다면서, 성체를 모시지 않았으니 미사를 지내지 않은 셈이라면서 굳이 성황동 성당의 7시 저녁미사에 가는 것이었네.
이 이야기를 내가 어찌 적지 않을 수 있겠나.
어제의 글 중에 오기가 여러 번 있었네. <참 소중한 당신>이라는 잡지 이름을 세 번이나 <참 좋은 세상>이라고 적는 실수를 저질렀네. 혹시 내 메일을 한글문서 안에 옮겨 보관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오기를 고쳐놓기 바라네.
개신교 계통의 교사 단체가 <좋은 세상>이라는 잡지를 내게 매월 무료로 보내주는데(종종 웹상의 내 글을 가져다 싣는 값으로), 그 잡지 때문에 내가 착각을 했던 것 같네. 편지를 쓰고 나면 꼭 한번 검토를 하고 나서 전송을 하는데, 그걸 놓쳤다니 쯔쯔.
어제 경기도 안성에서 결혼식 주례를 하며 낭송했던 ’축복 기도시’를 소개하며 5월의 마지막 편지를 마치겠네.
(040531) 충남 태안읍 샘골에서 지요하 막시모 적음
결혼식 주례 축복 기도시(祈禱詩)
사랑의 꽃씨들을 잘 심고 가꾸시길
사람을 남자와 여자로 만드시고 서로 자기 짝을 찾게 하고 서로 사랑하며 하나가 되어 살게 하신 조물주 하느님
조물주 하느님께서 태초에 마련해 주신 신비롭고도 성스러운 섭리에 따라 오늘 2004년 5월 30일 대한민국 경기도 안성 땅에서 새로 탄생하는 이 한 쌍의 부부를 사랑의 이름으로 축복해 주소서
두 사람이 오늘 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은 수억만 명 조상들의 덕분임을 헤아리게 하소서 수억만 년 전부터 인연의 강이 흐르고 흘러 오늘의 만남이 이루어졌음을 알게 하소서
강변의 모래알처럼 많은 사람들 중에 두 사람이 만나 하나가 된 사실에서 인연의 신비를 깨닫고 조물주 하느님의 안배를 헤아리게 하소서
조물주 하느님이 두 사람을 골라 짝지어서 인연의 꽃바구니 안에 넣어주신 것은 서로 사랑하며 평생 동안 잘 사는 모습을 몸소 보시고자 함이니 늘 하느님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살게 하소서
그리하여 오늘 새로 맺어지는 이 부부가 평생 동안 하나가 되어 살면서 서로를 자기 몸처럼 아끼고 돌보며 살되 그것은 조물주 하느님에 대한 예의임을 알게 하소서
하루하루 세상을 살아가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과 감사와 존경의 미덕들을 한 겹 한 겹 쌓아올려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알찬 부부가 되게 하소서
두 사람이 쌓아 가는 삶의 미덕들 속에는 부모에 대한 효심의 그림도 그려지고 형제들에 대한 우애의 자수도 만들어지고 이웃들과의 화목도 여울지고 삶 자체로 자식들을 가르치는 지혜의 꽃밭도 촘촘히 수놓아지게 하소서
두 사람의 마음 안에 오늘 하나로 마련된 사랑의 꽃밭 오늘 드디어 세상 사람들에게 선보인 사랑의 꽃밭을 지금 이 시간의 고결한 마음으로 늘 함께 정성껏 가꾸며 살게 하소서
그리하여 수많은 꽃들이 자라고 피어나는 풍성한 꽃밭이 되게 하소서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답고 고귀한 이름들이 그 꽃밭에서 자라고 피어나서 조화의 화원이 되게 하소서
2004년 5월 30일 오늘은 두 사람이 함께 가꾸어 갈 사랑의 꽃밭에 갖가지 이름의 꽃씨를 뿌리는 날 믿음 감사 존경 희생 봉사 효심 우애 화목 지혜…. 그 고귀한 이름의 꽃씨들을 그대들이 진심으로 원하고 또 약속했으니
그리하여 오늘 많은 이들이 그대들의 꽃바구니에 축복의 꽃씨들을 담뿍 담아주었으니
장대영의 박미영, 박미영의 장대영 늘 하늘 우러르는 농부와 같은 마음으로 평생의 꽃 농사를 잘 지으시기를 기원 축복합니다. *
(2004년 5월 30일 12시 경기도 안성 궁전웨딩홀 에메랄드실 / 장대영 박미영 결혼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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