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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각계 원로 1400여명이 뜻을 모아 서명·발표한 ‘자유와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9·9 시국선언문’은 더 보태거나 뺄 것도 없이 조목조목 정곡을 찌르는 시국진단과 처방으로 가득차 있다. 나라가 이런 지경에까지 이른데 대해 절망하다가도, 나라의 오늘과 장래를 걱정하는 충정의 목소리가 국가원로들로부터 들려오고 있다는 것 자체에서 역설적으로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도 우리 국민에게는 원로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 난국을 헤쳐갈 수 있는 지혜를 모아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는 위안이 들기 때문이다. 대단히 환영하면서 적극적인 지지의 뜻을 표명한다.
원로들은 “대한민국호(號)가 침몰하고 있다”고 절규하고 있다. 그들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국가이념이 중대한 도전을 받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마침내 “이 나라는 이른바 운동권 출신 386세대를 비롯해 친북·좌경·반미세력의 손아귀에 들어가고 있다”고 울부짖고 있다. 심지어 “거리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아직 적화통일은 안되었지만 대한민국은 이미 공산화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무서운 말이 공공연하게 회자되고 있다”는 말까지 전하고 있다. 원로들이라고 해서 ‘친북·좌경·반미세력’이라는 용어를 쉽게 입에서 꺼낼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그런 격한 표현까지 사용하게 된데에는 우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지금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고 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원로들은 해방→건국→한국전쟁→근대화→민주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이 대한민국의 국호를 내걸고 수호해온 자유와 민주주의 체제가 붕괴되고 있다고 통탄하고 있다. 지금 우리 안에 ‘좌경·반미·친북세력’의 존재가 확인되고 그들에 의해 체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소리를 원로들의 입을 통해 거듭 확인하는 것은 보통 충격적인 것이 아니다.
원로들은 이러한 국가정체성의 위기를 불러온 근인(近因)과 원인(遠因)을 모두 노무현 정권의 이념적 편향에서 찾고 있다. 수도이전, 친일청산, 국가보안법 폐지, 언론개혁, 의문사 시비 등으로 인한 국론분열과 이념적 갈등 모두 노 대통령이 이념갈등을 재현시키는데 골몰하고, 대대적으로 국회에 진출한 ‘진보의 가면을 쓴 친북·좌경·반미’세력의 국가 정체성 허물기 작업에 그 원인이 있다고 분명히 언급하고 있다. 더욱 새삼스러운 것은 제1야당인 한나라당도 과거 유산이라는 덫에 걸려 당내 좌경세력과의 갈등으로 정체성이 모호해지고 있음이 지적된 부분이다. 야당조차 국가정체성과 역사적 정통성을 수호하는데 앞장서지 못할 만큼 우리시대가 위기에 놓였다는 것이다.
원로들은 이런 시국진단 및 분석을 내놓으면서 노 정권을 향해 서슴없이 “안보와 경제 영역에서의 ‘좌경화 정책’에 종지부를 찍어라”고 외치고 있다. 수도이전은 장기적 과제로 남겨두고, 국보법 폐지문제는 헌법재판소의 합헌결정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매듭을 지어야 하며, 친일청산, 언론개혁 등에 대한 일방적인 추진도 중단하고 모든 국력을 경제와 안보 등 시급한 현안해결에 집중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특히 원로들이 젊은 세대의 이념적 일탈 원인을 “‘6·25는 남침이 아니라 북침이고, 우리의 주적은 북한이 아니라 미국’이라고 오도한 전교조의 ‘세뇌교육’ 때문”이라고 못박고, 젊은 세대에 대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설파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은 대단히 교훈적이다. 원로들은 청소년·학생·기업가·종교인·지식인·근로자·농민등이 대한민국 체제의 우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자유민주주의 수호에 수수방관한다면 “지금 생지옥의 고통을 겪고 있는 북한동포와 같은 처지가 될 것”이라고 울부짖음에 가깝게 걱정하고 있다. 정권과 정치권, 그리고 모든 국민은 건국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국가건설에 참여해온 원로들이 왜 이토록 피를 토하듯 절규하는지 깊이 반성하며 나라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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