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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 私교육에 맡길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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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성 [worbdj] 쪽지 캡슐

2004-09-13 ㅣ No.71049

[ 퍼온글]

 

지난 여름방학 때 어떤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의 일본어 연수에 출강하여 일

 

본어를 가르친 적이 있다.

 

30~40대가 대다수였는데, 한자(漢字)의 읽기, 쓰기, 의미 파악에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그들은 그중 한 분의 말

 

처럼 우리의 한자정책 부재에서 생긴 ‘선의의 피해자’라고 할 수가 있다.

 

최근 초등학교에서부터 한자 교육을 실시할 것인지 여부와, 대기업의 신입사원 공채 때 한자시험 도입 또는 한

 

자능력 검정 자격증 소지자에게 가산점 부여 등을 놓고 다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글전용론과 한자혼용론(국한혼용론)의 뿌리 깊은 대립엔 양쪽 다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지만, 필자는 다음 몇

 

가지 점을 지적하면서 한자교육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을 펴고 싶다.

 

첫째, 1948년 10월 9일 한글전용법이 법률 제6호로 공포되었을 때는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사이에 거의 인적·

 

물적 교류가 없을 때였다. 지금은 어떤가?

 

우리나라를 찾는 일본과 중국의 관광객이 얼마나 많이 늘었으며, 이들에게 한글 간판이 얼마나 많은 불편을 주

 

고 있는가? 또 일본이나 중국에 유학이나 여행을 가서 한자를 읽지 못해 쩔쩔매는 우리의 젊은 한글세대는 얼마

 

나 많은가? 뿐만 아니다.

 

중국과 동남아 등 중화권과의 교역 비중이 당시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커졌다. 한자를 모르고는 비즈니스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둘째, 일본은 상용(常用)한자 1945자에 포함되지 않는 한자의 표기는 ‘음이 같고 뜻이 유사한 한자로 바꾸어 쓴

 

다’는 대용(代用)한자 정책에 의해, 屍體(시체)→死體(사체), 尖端(첨단)→先端(선단), 掘鑿(굴착)→掘削(굴삭),

 

綜合(종합)→總合(총합), 洗滌(세척)→洗淨(세정), 銓衡(전형)→選考(선고)로 바꾸어 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사용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우리말을 왜곡·변질시키고 있다. 이에 대해

 

한글세대에 경종을 울리려 해도 한자에 대한 기본 소양이 거의 없어 문제의식에 접근할 수가 없다.

 

셋째, 1970년 이후 한자는 초·중·고 교과서에서 사라졌다가 1975년부터 중·고 교과서에 다시 등장했다.

 

그러나 한자 혼용이 아니라 한자를 괄호 속에 넣어 보조적으로 표기하는 한자 병용일 뿐이며, 실제로 초·중·고교

 

에서 ‘국어’시간 중의 한자교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글만으로 뜻이 제대로 통하지 않을 경우 괄호 속에 한자를 병기하는데, 이는 한자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다. 그러면서도 한자교육을 하지 않는 것은 하나의 모순이다. 괄호 속 한자는 한글 세대에는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넷째, 공교육에서는 한자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 데 반해 학원과 학습지를 통한 사교육에서는 한자교육이

 

성황을 이룬다.

 

학습지 회원이 130만명에 이르고, 작년의 한자능력 검정시험 응시자가 약 80만명이라니, 올해는 100만명을 넘

 

을 수 있다.

 

문제는 10~20년 이후다. 사교육을 통해 한자실력을 배양한 지금의 학생들이 10~20년 후에는 새로운 한자세대

 

로서 하나의 층을 형성할 것이며, 공교육에서 한자교육을 거의 받지 않은 소위 한글세대는 또 하나의 ‘선의의

 

피해자’로서 허탈감에 빠질 것이다.

 

영어나 컴퓨터 교육이 희망하는 사람에게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듯이, 한자 교육도 마찬가지다. 하루빨리 공

 

교육을 통해 한자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온 국민의 역량을 향상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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