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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됨의 품위를 지키는 것도 오늘날의 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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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gaudium95] 쪽지 캡슐

2004-09-17 ㅣ No.71375

 

  제가 있는 곳은 강화도에 위치하고 있는 '갑곶순교성지' 라는 곳입니다. 그리고 제가 올 1월에 인사 이동되어 왔으니 벌써 8개월째 이곳에서 살고 있네요. 아직 제대로 조성되지 않은 성지에 오다보니 1월부터 저는 소위 일반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노가다'를 주로 해야만 했습니다. 복장은 늘 작업복 차림이고요, 손바닥도 점점 굳은살이 자리잡아 갑니다. 특히 이번 여름을 지내면서 더욱 더 새까매지다보니 처음 보는 순례객들이 저를 보고서 신부님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아저씨, 이봐요, 총각(이 말은 거의 듣지 못합니다. 할머니들이나 하시는 말씀)'이라는 말을 더 많이 듣게 됩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한 십여 명의 순례객이 성지를 방문하셨습니다. 그때 저는 나무에 살충제를 뿌리고 있었지요. 순례객들을 보고서 저는 잠시 그들이 지나갈 때까지 구석에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의 리더격인 어떤 형제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십니다.


  "예전에 이곳에 신부님이 안 계셨었는데요. 올 1월부터 신부님이 상주하면서 생활하십니다. 그러다보니 저렇게(제가 있는 쪽을 가리키면서) 인부도 고용하면서 성지를 아름답게 꾸미고 계십니다."

  이렇게 저는 부르기에 따라 '아저씨'가 되기도 하고 '이봐요'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졸지에 인부가 되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기분이 나빴을까요? 오히려 그런 호칭을 제가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또 다른 증거인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답니다.

  하지만 이런 분들을 만나면 정말로 기분이 나빠집니다. 성지순례를 왔다는 분들이 성지 안에서 고성방가를 하면서 유흥을 즐기시는 분, 잔디밭에서 고기를 굽고 뜨거운 냄비를 그냥 올려놓아서 잔디를 죽이시는 분, 성지에 피어있는 꽃들이 예쁘다고 과감하고 용감하게 뽑아 가시는 분, 마치 성지 전체가 쓰레기장인양 함부로 쓰레기를 버리시는 분…….

  사실 처음에는 성지순례라 할지라도 약간의 유흥은 있으면 더 즐거운 순례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약간의 레크리에이션을 허용했었습니다. 그랬더니 성지순례라는 생각보다는 야유회 나왔다고 착각을 하시는 것 같더군요. 솔직히 이런 분들을 만나면 죄를 짓게 됩니다. 왜냐하면 미움의 감정이 생기거든요. 거룩한 성지에서 이런 감정이 생기면 안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을 걸지만, 상식 밖의 행동을 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저절로 미움의 감정이 생기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나만을 위한 행동 하나는 나 하나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과거 순교자들이 흘린 피로 지금 우리들이 편안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처럼, 나의 행동 하나로 다른 사람을 주님께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은 물론, 반대로 죄 짓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지금 나의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요? 순교성월을 맞이해서 우리 모두 함께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조명연·마태오 신부 / 인천교구 갑곶순교성지>

 

기쁨과희망사목연구원 후원회 소식지 9월호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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