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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의 정치적 재단 경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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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동 [ynin] 쪽지 캡슐

2004-10-14 ㅣ No.72745

과거사의 정치적 재단 경계한다
열린우리당이 13일 ‘진실규명과 화해를 위한 기본법’을 확정해 발표했다. 법안에 나타난 과거사 조사기구 ‘진실화해위원회’의 권한은 기존 유사 조직에 비할 바가 아니다. 월권시비를 부른 공소시효 정지제도 등은 최종안에서 빠졌어도 압수·수색 영장청구권, 동행명령권, 재정신청권은 그대로 남았다. 강력한 권한을 무기로 향후 몇년간 전국에서 과거사와 관련된 인물을 집요하게 추적하고 파헤치는 상황이 점점 현실화하는 것이다.

어둠에 묻힌 과거의 진실을 규명하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진실이 항상 진실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사안이라도 조사 대상이나 시점, 그리고 의도에 따라 여러 갈래의 결론이 나올 수도 있다. 특히 관련자의 상당수가 생존해있는 근현대사 사건을 다루면서 한쪽은 권력을 가진 조사자, 다른 한편은 피조사자 신분이라면 진실의 균형추가 흔들릴 소지가 있다. 여당은 위원회가 독립기구임을 강조하지만, 위원 13명 모두를 대통령이 임명토록 한 체제에서 짜여질 진용의 성향은 이미 알 만하다. 집권당이 다수를 차지한 국회의 동의 절차는 형식일 뿐이다. 게다가 위원의 자격도 엄격한 요건 규정 없이 ‘지식·경험이 풍부하고 공정한 사람’으로 해놓았다. 조사기구의 독립성 혹은 중립성이 의심받는 이유다. 마음만 먹으면 근현대사 전체를 특정 시각에서 재해석하는 것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나라 전체가 어려운 때에 여권이 명분 이상으로 과거사에 집착하는 데는 속내가 있을 것이다. 과거사 규명은 의도했든 안했든 정치적인 결론으로 이어질 것이다. 과거사를 들추다 보면 연루된 인물의 허물이 ‘진실’이라는 이름으로 들춰지고 이는 ‘화해’가 아닌 일방적 매도나 갈등을 부르게 될 것이다. 여권이 만일 이 사회 주류세력의 교체를 염두에 두고 과거사에 매달리는 것이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다. 과거사 시비는 곧 또다른 이념논쟁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고, 다음 집권세력에 따라 얼마든지 또 뒤집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를 정치적으로 재단하려는 시도는 그래서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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