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3일 (금)
(녹) 연중 제29주간 금요일 너희는 땅과 하늘의 징조는 풀이할 줄 알면서 이 시대는 어찌하여 풀이할 줄 모르느냐?

자유게시판

한 해는 날아가고, 하루는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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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인숙 [patyhere] 쪽지 캡슐

2004-11-12 ㅣ No.74536

좋은 글이 있어 퍼왔습니다.

묵주기도 하실 때 영광의 신비5단(예수님께서 마리아께 천상 모후의 관을 씌우심을 묵상합시다.)

전에 자유게시판의 정화를 위한 기도지향을 넣어하면 어떨런지요?

 

한 해는 날아가고, 하루는 기어간다.

 

야곱의 빵집에서의 생활은 노랫가락처럼 익숙하게 이어

졌다. 그는 자신이 어디 있는지 잊지 않았고, 또한 그곳에

만 있지 않았다. 자신을 잃지 않고 자기 길을 찾았다.

"야곱!"

날카로운 소리가 조용한 분위기를 깨버렸다.

그러나 야곱은 여전히 자기 안에 머물러 있었다. 그는 빵

틀들이 서로 맞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딱딱 맞는 빵틀에

서 순간들의 얽힘을 보았다. 켜켜이 쌓인 시간과 세대들

을. 야곱은 한 해는 날아가고 하루는 기어간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야곱!"

노파의 질그릇 같은 고집스러운 목소리가 울렸다.

야곱은 아무 말 없이 노파를 바라보았다.

"젊은이, 듣고 있는가?"

야곱은 씩 웃으며 대답했다.

"네, 부인이시네요?"

"내가 왜 찾아왔는지 아나?"

노파가 쏘아붙였다.

"묻기 위해서요.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말입니다."

야곱이 대답했다.

노파가 인내심을 잃고 대꾸했다.

"답을 얻기 위해서지."

"벌써 답을 갖고 계신 것 같은데요."

야곱이 말했다.

노파가 퉁명스레 대답했다.

"아닐세. 그래서 자네를 만나러 온 거라네."

"부인처럼 경험 많은 분께서 모르는 것을 제가 어떻게 말

씀드리겠습니까?"

야곱이 말했다.

노파는 콧방귀를 뀌었다.

야곱이 말했다.

"새로운 것을 알기보다, 새로운 방식으로 알 필요가 있을

때도 있지요."

작업장의 분주한 움직임과 빵 굽는 냄새가 야곱과 노파

를 감쌌다.

"야곱, 내가 자네를 찾아온 것은, 평생 친구였던 이의 처

사가 괘씸해서일세."

"감정을 쉬게 하셔야 할 것 같네요. 우정도 음악처럼 침

묵이 필요하니까요."

"하지만 몹시 괴로워서 말이야."

"괴로움은, 우리가 무엇에 매달리느냐보다는 어떻게 매

달리느냐와 관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야곱이 새 반죽 재료의 무게를 달려고 혼합기에서 저울

로 옮겨가자, 노파도 따라왔다.

"친구는 내 신뢰를 저버렸네. 절대로, 결코 잊을 수 없을

거야."

"어떤 일을 잊지 못할 때마저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기

억해야지요."

"어째서?"

"지혜의 책들은 우리에게 정의는 자비심을 지키기 위해

서만 추구하라고 일깨워주니까요."

"내 마음을 그런 식으로 이끌 힘이 없다면 어쩌지?"

"그러면 자비심이 더 위대한 정의인 이유를 아셔야지

요."

야곱이 대답했다.

(야곱의 사다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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