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성 퍼포먼스의 주제인 숟가락의 비중이 우리나라만큼 큰 나라는 없을 줄 안다. 중국 고대 고분들에서 숟가락이 출토되고 있으나 신명이나 조상 제사할 때 쓰인 제기(祭器)였을 뿐 고대문헌인 ‘예기(禮記)’에 밥은 맨손으로 먹는다 했고, 근세문헌인 ‘열하일기(熱河日記)’에도 중국사람들 숟가락 없이 사는 데 놀랐다고 적고 있다.
가운뎃손가락을 식지(食指)라 함은 손으로 음식을 거두어 먹는 데 가장 편리한 손가락이기에 얻은 수식(手食)문화의 흔적이다. 일본에도 숟가락이 없지는 않았으나 중국처럼 주된 식구(食具)는 젓가락이었음은 국물을 먹을 때 숟가락을 쓰지 않고 국그릇에 입을 대고 마셨음으로 미루어 알 수 있다.
이집트 고분 출토의 숟가락들은 약용이나 화장용 숟가락으로 판명되었으며 유럽에서 나이프 포크 스푼이 한 세트로 식탁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18세기의 일이다. 15세기 유럽 귀족들의 재산목록에 오른 스푼은 세례받을 때 대부(代父)가 선물하는 12사도가 조각된 12개의 은스푼으로, 먹기 위한 것이 아니라 수호의 마스코트였다.
이 세상에서 국물음식이 가장 다양하게 발달한 때문인지 한국인의 주된 식구(食具)는 고대조선 이래 숟가락이었다. 그래선지 밥그릇 숟가락 젓가락에 네 것 내 것 정해져 있는 식구 개인주의가 정착한 나라는 우리나라뿐이 아닐까 싶다. 곧 숟가락은 물체가 아니라 한국인에게 있어 육체의 연장이요 정서적으로 밀접히 유대된 정신물질이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 죽어 나갈 때 자기 밥그릇 문턱에 놓고 밟아 깨고 나간 것이며, 고려시대까지만 해도 자기 숟가락을 관 속에 넣어 같이 묻힌 것도 그 때문이다. 조선조에 들어와 제사의 정착으로 제사상에 올려 영혼으로 하여금 살았을 때처럼 제수를 들게 하고자 관에 넣지 않고 제구로 보존해 내린 것도 한국적이다. 죽어서까지 기세를 부리는 숟가락 퍼포먼스는 미래까지 영하로 강하시키는 민생의 체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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