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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 예수, 인간으로 땅에 오다/ newsn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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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자 [socho] 쪽지 캡슐

2004-12-09 ㅣ No.76223

 

 

신(神) 예수, 인간으로 땅에 오다

김병종·김병화가 그린 ''사람'' 예수…소박한 한국인 얼굴 만나는 기쁨

 

양정지건 nunmul25@newsnjoy.co.kr [조회수 : 327]

 

 

 

   
▲ 김병종 김병화 두 사람은 땅으로 오신 예수를 표현하는 작가다. 두 사람의 작품전이 서울 ''빛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뉴스앤조이 신철민
교리를 놓고 말한다면, 예수는 인성(人性)과 신성(神性)을 고루 갖춘 존재다. 그러나 연약한 사람은 두 가지 전혀 다른 속성 중 어느 하나에 시선을 고정할 수밖에 없다. 인간의 유한한 지식은 둘 중 어느 한 곳에 예수를 가두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반복하기 때문이다.

근본주의로 대변되는 보수 성향의 기독인들은 예수가 가진 신성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님 아들로 사람 몸을 입고 땅에 오신 예수를 경배하는 일에 전력을 다했다. 그림에 나타난 예수의 얼굴은 찬란한 후광(後光)으로 장식됐다. 한국 기독인에게 전형적인 백인 얼굴로 조각된 예수상이 전혀 낯설지 않은 것은 예수의 신성을 강조한 한국교회 풍토 덕이다.

진보를 자처하는 기독인들은 목수의 아들, 갈릴리 시골의 촌부, 낮고 천한 사람들과 기꺼이 친구가 되신 ''인간 예수''를 마음에 새겼다. 그들은 예수를 자기의 언어로, 자기의 색채로, 자기의 질감으로, 자기의 음률로 표현했다. 그렇게 다시 태어난 인간 예수는 김병종, 김병화의 손에서 새로운 생기를 얻었다.

농담(濃淡) 하나로 표현한 예수의 고뇌

   
▲ ''바보예수''. ⓒ뉴스앤조이 신철민
어떤 이들에게는 김병종의 작품을 관통하는 ''바보 예수''라는 단어 자체가 불쾌할 것이다. ''지혜의 왕''으로 오신 그 분에게 ''바보''라니. 그러나 김병종의 작품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바보''라는 수식어가 예수의 신성을 더욱 도드라지게 하는 놀라운 오브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김병종이 그린 예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면 ''참 멍청한 얼굴이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긴 코와 멍한 눈, 어벙하게 보이는 수염,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눈망울이 그런 느낌을 주는 것이다. 달력에서, 성화에서, 동화책에서, 영화에서 늘상 접하던 미끈한 얼굴이 아니다. 그런데도 정이 간다.

   
▲ ''목수의 얼굴''(왼쪽)과 ''붉은 예수(오른쪽)''. ⓒ뉴스앤조이 신철민
   
▲ 작품 ''전야(뱀)''. ⓒ뉴스앤조이 신철민
화려한 색이 난무하는 것도 아니다. 오직 검정 빛 먹물 하나로 예수의 얼굴을 훌륭하게 포착했다. ''목수의 얼굴''이라고 이름 붙여진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2000년 전 살아 움직이던 그 분이 당장이라도 튀어나올 듯 생생하다. 단지 농담(濃淡)만 사용했을 뿐인데, 목수 예수의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배어난다.

서울의 정형화된 집을 바라보며 팔을 한껏 벌리고 서 있는 예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깊은 슬픔을 자아낸다. "한사코 내 품을 떠나려 하니 내 눈에 눈물 마를 새 없고"라는 문구는 보는 이의 가슴을 더욱 절절하게 만든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붉은 예수''. 마치 외계인처럼 단순화된 형상으로 그려진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있다. 커다란 머리, 빼빼 마른 몸뚱이와 길게 늘어진 팔다리 주위를 가득 메운 것은 붉은 피다. 예수는 김병종의 표현처럼 바보가 틀림없다.

마리아가 십자가에서 내려온 예수를 안고 있는 구도 ''피에타(Pieta)''는 김병화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그의 그림에 나타난 마리아와 예수는 화려하지도, 잘나지도 않았다. 골판지를 오려 그 위에 먹으로 성의 없게 그린 듯 보이지만, 두 사람이 느꼈을 고통의 깊이는 고스란히 전해진다.

조광조와 예수는 어떤 관계?

   
▲ ''수난'' 시리즈(왼쪽)와 ''농투산이 예수''. ⓒ뉴스앤조이 신철민
김병화의 작품 역시 예수의 신성을 모독(?)하기는 마찬가지다. 걸레를 세워 놓고 예수라 하는 식이다. 그러나 작가의 참 뜻을 알고 나면 걸레로 형상화된 예수가 결코 부끄럽지 않다. 아니, 작품 제목만 봐도 작가의 의도를 알 수 있다. ''삼색의 밀대걸레 예수-너희 죄성의 검고 붉은 땅 훔치고 훔치시다''.

작품 ''예수나무와 도끼 든 사람''에서는 김병화의 재치와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묻어난다. 나뭇가지로 변한 팔을 들고 있는 예수, 그 뒤에 서서 예수를 노려보며 도끼를 들고 있는 사나이. 역모죄를 뒤집어쓰고 죽어간 조광조와 ''하나님 참칭죄''로 죽은 예수의 모습이 겹쳐진다.

예수가 당한 끔찍한 고난은 ''수난''이라는 소품을 통해 손으로 만져진다. 거친 테라코타의 질감 아래 일그러진 예수의 형상이 드러난다. 눌려서 찌그러진 눈, 앙다문 입, 비틀어진 코, 뭉텅 잘려나간 머리 윗 부분….

한국의 예수를 추구하는 김병화의 노력은 ''농투산이 예수''에서 절정을 이룬다. 마을 어귀 어디서나 볼 수 있을 모습에 ''예수''라는 이름을 붙인 것 자체가 놀랍게 느껴질 사람도 있을 것이다. 모내기를 하다 만난 사람처럼 농투산이 예수는 바지춤을 걷어붙였다. 천상 한국인의 얼굴인 그 조각에서 김병화는 예수를 보는 것이다.

   
▲ 김병화의 작품 ''부모''. ⓒ뉴스앤조이 신철민
두 사람의 작품은 서울 종로구 화동에 있는 빛갤러리에서 11월 30일까지 만날 수 있다.

전시 문의 : 빛갤러리 02-720-2250

 

2004년 11월 25일 17:3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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