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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이 없는 나라- 仁石의 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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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동 [ynin] 쪽지 캡슐

2004-12-16 ㅣ No.76649

仁石의 빈소
해어진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정치인이 요즘엔 있을 리가 없다. 사흘전 땅에 묻힌 인석(仁石) 이민우 전 신민당 총재는 목 부분의 천이 갈기갈기 해어진 넥타이를 매고 다녔다. 그는 80년대 전두환 정권의 정치규제에 묶여있던 시절, 아침에 일어나면 부인한테 3000원을 받아 종로에 있는 목욕탕에 들렀다가 정치규제에 묶인 후배 정치인들이 벌이는 화투판으로 갔다. 직접 화투를 치는 게 아니라 곁에서 개평을 얻기 위해서였다. 해가 지면 버스를 타고 부인이 닭도 기르고 밭에 푸성귀도 기르는 삼양동 자택으로 향했다.

60~70년대 야당 정가를 풍미했던 유진산 계보의 맏형이고, 국회부의장까지 지낸 그는 빈털터리였다. 그러나 그는 후덕한 외모 덕에 가난해 보이지도 않았고, 민주화 투쟁을 이끌었지만 실제로는 모진 성격도 아니었다. 그는 김영삼, 김대중씨가 내각제 개헌을 수용한 ‘이민우 구상’을 문제삼아 신민당에서 탈당해 나가자, 아무말 없이 정계를 은퇴했다. 전직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헌정회나 가끔 들르다가 세상을 떠났다.

그는 서거하기전 병상에서 월간조선(12월호)과의 인터뷰를 통해 마지막 목소리를 남겼다. “국민들에게 미안하고 죄송스러워. 과거 야당을 함께 했던 김영삼·김대중·노무현씨가 정권을 잡아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망쳐 놓았으니께 나는 부끄러워 얼굴을 못 들겠어. 나라 되어가는 것이 걱정이여.” 후덕(厚德)한 그답지 않게 독한 소리다. “그들(군인출신 대통령)은 해놓은 게 있지만 우리(민간인 출신 정치인)는 한 것이 없어. 노무현 정권이 우리 국민을 어디로 끌고가려는지….”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그의 빈소는 썰렁했다. 정치무상인 것이다. 국회 부의장과 야당총재를 지낸 일국의 정치 거물의 장례가 가족들의 부담으로 치러졌다. 그와 민주화 투쟁을 함께 했던 후배 정치인들이 버젓이 금배지를 달고 떵떵거리며 살면서도, 누구 하나 그 흔한 국회장(葬) 하나 챙겨주지 않았다. 삭막한 정치풍토다. 오로지 현재 권력을 갖고 있느냐 없느냐만을 따지며 목전의 이익을 좇아다니는 불나방같은 정치인들.

어쨌든 전통을 깨부수고 과거를 뒤집어야 개혁인 것으로 착각하는 후배 정치인들 눈에 권세가 떨어진 왕년의 정치거물이 들어올 리가 없다. 우리에겐 전통이 없고 원로가 없다. 근본이 없는 나라가 돼가고 있다.

윤창중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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