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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교구 포기할 겁니까”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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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수 [sooyaka] 쪽지 캡슐

2006-03-23 ㅣ No.97149

평양“교구 포기할 겁니까” 교황청 설득
정의채 몬시뇰 ‘정진석 추기경 서임 秘話’ 공개
한때 ‘지방의 某주교가 유력 후보’ 소문
“정추기경 젊은 사제들과 함께 호흡하길”

▲ 정의채 신부
“서울대교구장 은퇴가 1년도 남지 않은 정진석 대주교가 추기경에 서임된 것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시는 하느님의 섭리다. 한때 교황청은 이번엔 한국에 새 추기경을 탄생시키지 않고 다음 서울대교구장 임명 후 추기경에 서임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한국 가톨릭의 최고 원로 중 한 사람인 정의채 몬시뇰(81·서강대 석좌교수·사진)이 정진석 추기경의 서임 과정에 얽힌 ‘비화(秘話)’를 털어놓고, 정 추기경에 대한 주문을 담은 문건을 만들어 22일 본사에 보내왔다. 정 몬시뇰은 이 문건을 소책자로 만들어 다음달 초쯤 천주교 서울대교구 사제들에게 배포할 예정이다.

‘정진석 서울대교구장 추기경님께 올리는 말씀’이라는 이 문건에서 정의채 몬시뇰은 “한국인 새 추기경 서임 문제가 본격적으로 논의되던 지난 2002년 10월 말 ‘서울이 아닌 지방교구의 주교가 새 추기경에 서임될 것’이란 소문이 파다해 당시 주한교황청대사인 모란디니 대주교를 만났다”고 밝혔다.

정 몬시뇰은 “그때 교황청 대사가 ‘김수환 추기경이 건재하시니 서울에는 새 추기경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하기에 나는 ‘서울대교구장이며 평양교구장 서리인 정진석 대주교가 추기경이 되지 못하면 평양 정권의 오해를 불러 평양교구 사목에는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1년 후인 2003년 가을 새 추기경 서임자에 한국은 포함되지 않고 우리보다 가톨릭의 교세가 훨씬 미약한 일본과 베트남은 1명씩 추기경이 추가됐다”며 “그 후 모란디니 대사를 다시 만나 ‘지금 한국인은 다 불만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고 말했다.

▲ 정진석 추기경(왼쪽)이 서임 후 처음으로 3월 1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를 알현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정의채 몬시뇰은 또 새 교황 베네딕토 16세 취임 이후 한국의 새 추기경 선임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한 2005년 6월 체릭 현 교황청 대사를 만났다. 그 자리에서 그는 “한국 말고 세상 어느 나라가 헌법 위배라는 이유로 수도를 옮기지 못하는 나라가 또 있겠느냐”며 “한국의 서울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서울대교구장이며 평양교구장 서리인 정진석 대주교가 추기경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역설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남북 대치 상황에서 지방 교구에서 추기경이 나오면 지위의 높고 낮음만을 판단의 잣대로 삼는 북한 정권은 추기경의 값어치를 낮게 볼 것”이라고 교황청 대사를 설득했고, 그로부터 4시간 만에 웃으면서 “당신 의견에 동의한다(I agree with you)”라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정 몬시뇰은 자신이 지난해 10월경 정진석 대주교가 한국의 새 추기경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감지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도 2006년 말로 교구장 정년(만 75세)을 맞는 정진석 대주교 대신 지방의 주교가 새 추기경이 된다는 소문이 천주교계에 유포됐다. 그 주교가 서울대교구장 계승권을 갖는 부교구장으로 들어온 후 정진석 대주교의 후임으로 서울대교구장이 되면서 추기경으로 서임되거나, 지금 자리에서 추기경이 된 후 정진석 대주교의 정년과 함께 서울대교구장으로 옮겨 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정 대주교가 추기경이 되어야 한다는 확신에 변함이 없었으며 이를 주위에 설득했다고 정 몬시뇰은 말했다.

정의채 몬시뇰은 또 정진석 추기경에 대해서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교구장 추기경의 영광과 치욕의 발판은 사제단과의 일치 여부에 달린 것”이라며 “이제 추기경으로 서임된 만큼 정 추기경님은 교구 사제들과의 격의를 없애는 데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몬시뇰은 또 “급변하는 사회에 맞는 사목 방향을 제시하고 젊은이 사목에 관심을 기울이는 등 활발한 활동이 필요하다”고 정 추기경이 사회적 역할을 더 적극적으로 펼 것을 주문했다.

이선민기자 smlee@chosun.com
김한수기자 hansu@chosun.com   
                                                         -조선일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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