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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까치야, 우리 시골 가서 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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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하 [domini0727] 쪽지 캡슐

2006-04-03 ㅣ No.97610

 

누가 오시나 까악 까악

우리 동네 보초병 둘

뒷동산 참나무 꼭대기에 둥지 튼

까치 한 쌍..........(中略)


언젠가 관내 초등학교에서 발행하는 어린이 잡지에 동시를 한편 써달라고 하기에 위와 같은 글을 써주었을 정도로 나는 까치를 무척 좋아한다.

농촌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던 내게 가장 친숙했던 새가 참새와 까치였기에 그런가 보다.

젊은 시절 보르네오 섬에 있는 원목회사에 근무하면서 현지인 직원한테서 구관조라고 하는 앵무새를 한마리를 선물 받은 적이 있었는데 이 녀석이 얼마나 사람 말하는 걸 흉내를 잘 내던지 내가 저한테 먹이를 주러 나타나면 ‘슬라맛 빠기(Selamat Pagi 좋은 아침(영어의 굿 모닝에 해당)’‘슬라맛 빠기’ 밤이고 낮이고 시도 때도 없이 ‘좋은 아침’이라고만 흉내내서 웃기긴 했지만

3년 동안 함께 살다가 현지 근무를 끝내고 오면서 남에게 주고 오려니 얼마나 마음이 아프던지 동물도 너무 정붙일 것은 못 되는구나 싶었다.

 

그 새가 내 손에 처음 왔을 때는 여자 목소리로 그 말을 흉내를 내더니 나하고 살면서부터는 어느새 새주인의 컬컬한 허스키 음색까지 귀에 익혀서 내가 들어도 깜짝 놀랄 정도로 내 목소리를 빼다닮는 걸 보면서 참 영특한 새이구나 했는데 내 어린 추억 속의 까치도 실은 매우 영특한 새였다.

얼마 전에 TV에서 보았는데 까치가 호두를 까먹기 위해 높은 곳에서 떨어트려 보기도 하고 제 딴엔 머리를 쓴다고 다시 더 높은 데로 날아올라서 떨어트려 봐도 호두가 안 깨지니까 나중에는 자동차가 다니는 길에 호두를 물어다놓고 차가 지나간 후에 나타나서 차바퀴에 눌려 깨진 호두 속을 파먹는 것을 보았다.


까치는 원래 사람 사는 곳 가까이 둥지를 짓는다. 인가에 가까워야 먹이가 풍부한 탓이리라. 혹 밭이나 들판의 미루나무에 집을 짓는 까치도 있지만 하다못해 원두막이라도 있어 사람소리가 자주 들려야만 그곳에 오래 붙어살지 안 그러면 새 둥지를 지어 옮겨간다.

주로 동네 뒷산이나 입구에 있는 참나무나 미루나무 등 비교적 키가 큰 나무 위, 시야가 탁 트인 꼭대기 부분에 나뭇가지를 물어다가 얼키설키 엮어서 집을 짓는데 건축학을 전공하는 학자들 말로는 까치가 집을 짓는 솜씨가 보통솜씨가 아니란다.

나뭇가지를 입에 물고 와서 제멋대로 얼키설키 걸쳐 놓는 것 같아 보이지만 그게 구조공학을 공부하는 건축학도가 연구대상을 삼을 정도로 통풍이며 균형이며 거의 완벽에 가까운 기술이란다.

아무리 바람이 세게 불어도, 심지어 태풍이 불어와도 까딱없을 정도로 까치들이 천부적으로 타고난 재주로 짓는 집이란 것이다.

 

내가 근무하는 문화회관 앞산에 서있는 아카시아 나무 위에 까치집이 여러 개 있어서 몇 년째 유심히 관찰해 보았더니 까치는 3월에서 4월 사이에 알을 낳아 암수가 교대로 들낙거리며 알을 품는 것 같았다.

부화후에 3개월 쯤 지나면 새끼까치가 둥지에서 나와 날개 짓을 하는데 한배에서 두세 마리가 나오는 것 같아 보였다.

 

하루는 출근을 하는데 까치가 입에 뭘 물고 오더니 주차장 뒷산 낙엽 속에 마치 무얼 감추는 것 같아 보여서 내가 멀리서 한참동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까치가 날아간 다음에 그 자리를 뒤져보았더니 아이들이 먹는 가느다란 쏘시지 한 개를 감춰놓은 것이었다. 근처에 학교가 있으니 누군가 그걸 먹으면서 학교에 가다가 길에 빠트린 것을 까치가 입에 물고 온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점심시간에 다시 나가서 그 자리를 뒤져보니 어느새 까치가 가져가 버렸는지 쏘시지는 보이지 않았다.

그 까치가 누굴 주려고 숨긴 것인지, 아니면 제 배가 불러서 감춰두었다가 나중에 먹은 건지는 잘 모르지만 내 생각엔 그 녀석이 맛있는 걸 아껴두었다가 제 짝꿍한테 줄려고 어쩌면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빙긋이 웃었다.

 

까치는 원래 시야가 잘 보이는 나무 꼭대기부분에 집을 짓고, 시야에 자주 나타나는 사람들의 얼굴까지도 기억하여 낯선 사람이 나타나면 경고음을 울린다고 한다.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는 말도 그래서 생긴 말이라고 하는데 내가 키우던 구관조도 사람들 얼굴을 알아봐서 자주 보이지 않는 낯선 사람한테는 ‘슬라맛빠기’란 인사말을 전연 안 하던 것을 생각하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근래 까치가 전신주에 집을 짓는 바람에 정전사고가 부쩍 잦아진다고 한다.

사람들 근처에는 살고 싶고 저들이 집을 지을 시야가 탁 트이는 높은 나무는 없고 까치로서도 참으로 어쩔 수가 없는 일이 아닐까 싶어 오늘따라 까치가 마냥 불쌍하기만 하다,


까치야 나랑 시골 가서 살래?

위험도 없고 사람들한테 욕도 안 먹고

애써 지은 집 부수는 사람도 없고

맑은 공기 향긋한 흙냄새 맡으면서

까치야 우리 시골 가서 살자

까치야, 까치야. 우리 그만 시골 내려가서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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