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가지마~!
옛날 옛적 산 높고 물 맑은 산자수명(山紫水明)의 고장 양지 마을에 젊은 부부가 아들 딸 낳아 기르고,
노 부모님을 모시며 행복하게 살고 있었습니다. 살림도 왠만큼 넉넉하여 논밭전지도 수월찬히 많아
젊은 아내는 늙으신 시부모님 봉양하랴, 서방님 뒷바라지 하랴, 아이들 보살피랴, 밭 일 하랴, 물 길랴,
빨래 하랴, 밥 하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눈코 뜰새 없이 바빴습니다. 바쁘고 고된 시집살이 하느라
자연히 아무 옷이나 걸치고, 얼굴에 분 한번 바르지 못하고, 머리엔 수건을 뒤집어 쓰고, 손톱 발톱 제쳐
지도록 열심히 일만하는 착한 며느리에 어진 아내, 인자한 엄마였습니다. 그런데 못난 남편은 불만이
많았습니다. 시집 올 때 그 곱던 아내의 모습이 결혼한지 10년만에 완존히 펑퍼짐한 촌 아줌마로
바뀐 것입니다. 어쩌다 장터 주막집에서 보는 색씨들의 분 바른 모습을 떠올리며 착한 아내를 구박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사건건 구박을 해대고 부부싸움이 잦아지자, 참다 참다 아내가 어느 봄날 드디어
보따리를 쌌습니다. 시집 온지 10년만에 시집올 때 해온 치마 저고리를 꺼내 입고, 머리도 빗고, 얼굴에
분도 찍어 바르고 고개 넘어 친정 집을 향하여 사립문을 나서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남편이 아내의
달라진 모습에 놀라 자빠져 마누라의 치마꼬리를 붙잡으며 외쳐대는 한마디..........여보~ 가지마~!
-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