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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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오늘은 좋은 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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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저에게 두 가지 좋은 일이 겹쳤습니다. 열흘간 입원하고 계시던 친정어머니가 오늘 퇴원하신다는 전화가 좀 전에 왔거든요. 지병인 심장병으로 인해 일어난 발작으로 급박한 상황에서 최악의 경우까지 생각해야 했던 어머니가 중환자실에서 여러날 계셨고 지금도 완전치 못한 상태이지만 병원에서도 이젠 특별한 치료가 없는 상황이라 일단 퇴원을 하는 것입니다. 하마터면 초상 치룰뻔 했는데 살아서 집으로 가시니 얼마나 기쁜 일인지 모릅니다.
또 하나 좋은 일은 16일간의 유럽여행을 갔던 아들이 오늘 돌아온답니다. 그간 영국에서, 스위스에서, 오스트리아에서, 다섯번 정도 전화가 왔었는데 마침내 오늘 온다는군요. 그런데 하필이면 오늘이어서 어머니 퇴원하시는데는 가지 못합니다. 내리사랑이라고, 아들을 기다리는 일이 더 급해서입니다. 떠날 때도 혼자 가더니 올 때도 공항에 나오지 말라는 전화를 어제 받아서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달걀찜 찌고, 애호박 채쳐서 볶고, 표고버섯 굽고, 배추김치 볶고, 오늘 밥상은 아들 좋아하는 메뉴 일색이 될 것 같습니다. 외국에서 한식은 한 번이라도 먹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워낙 닝닝한 양식을 좋아하는 식성이긴 하지만 그래도 김치중에 유일하게 먹는 배추김치 볶음이 생각날 것 같아서 며칠전에 배추김치를 담갔지요. 알맞게 익은 배추김치를 송송 썰어 기름 약간 넣고 감치미 약간 넣어 보글보글 끓이면 맛있는 볶은 김치가 됩니다. 댤걀은 서너개 정도 깨뜨려 알맞게 물을 넣어 젓고 맛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파를 쫑쫑 썰어넣고 위에 통깨를 뿌려 찜통에서 찌면 푸하게 부풀어 오르면서 보들보들하고 맛있는 달걀찜 완성... 아들은 엄마가 해주는 달걀찜을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안답니다. 어쩌다 파가 떨어져 통깨만 뿌리면 왜 파가 없냐고 용케도 압니다. 노란 달걀 위에 뿌려진 파란색 파와 통깨, 귀신같이도 압니다.
야들하고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애호박은 너무 굵지도 가늘지도 않게 채를 쳐서 곱게 썬 파와 다진 마늘 약간 넣어 기름에 볶다가 깨소금과 고추가루를 알맞게 넣어 살살 무치면 호박나물이 되지요. 표고버섯은 버섯 등에 칼집을 여러개 내어 후라이팬에다 굽습니다. 맛소금을 양쪽으로 솔솔 뿌려 살짝살짝 구우면 담백하고 향긋한 버섯구이가 되지요. 위의 것들은 메인이고 그외에 옵션들도 몇개 있습니다. ㅎㅎㅎ 튀긴 돈까스, 구운 만두, 소시지 부침, 이런 것들은 옵션이지요.
아침내 아들 방에 들어가 총채를 휘두르며 먼지를 터느라 법석을 떨고(잔소리 들을까봐) 방도 닦고 깨끗하게 청소하느라 한참을 땀을 흘렸습니다. 자식이 상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날이 갈수록 남편은 편해지고 아들은 신경이 써지니 젊은 시절과는 정반대가 돼갑니다. 이래서 나이 먹어갈수록 열 자식보다 짝꿍이 좋다는 말이 있나 봅니다. 아무튼 오늘은 오랜만에 귀가하는 것이니 최대한 비위를 맞춰 줘야 합니다. 며칠 지나면 또 아웅다웅하면서 고함도 치면서 일상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래도 어쨋든 오늘은 좋은 날인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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