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합중국의 동전에는 모두 이란 모토가 새겨져 있다. “다수에서 하나로”라 새길 수 있는 이 라틴어는 “미국이 복수의 주들로 구성되고 있는 하나의 나라”임을 나타내고 있다. 동전을 뒤집으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대로, 라는 표어를 볼 수 있는데, 이는 미 국민은 하나님을 믿고, 나라를 하나님에게 맡긴다는 결의를 표현한다.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통일을 지향하고, 개인이 신교(信敎)의 자유를 누리면서도 국가 전체의 존재 근거를 하나님에게 두겠다고 하는 의지는 곧 미국의 건국이념이었다. 미국의 역사는 200년에 불과하다. 그래서 유럽이나 역사가 오랜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정신문화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을 것으로 치부해버리기가 쉽다. 유일 초강대국으로서 세계의 리더를 자처하고 있는 미국은 물질주의의 화신으로 비추이기도 한다. 실제로도 그러한 면이 없지 않다. 일견 경박스러워 보이고 물질문화의 최첨단을 가는 만큼 정신적 전통이 얕은 문화를 즐기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은 피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거나 겉핥기 관찰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미 국민의 정신문화는 구대륙의 그리스도교 역사를 바탕으로 근대와 중세에서 고대에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의 정신사를 계승하고 있다고 보아야한다. 1994년에 있었던 갤럽 조사에 의하면, 미국 전인구에 대한 종교인구의 비율은 다음과 같다. 프로테스탄트 58%, 가톨릭 25%, 유대교 2%, 기타종교 7%, 무종교가 8%. 소위 유대교계 그리스도교가 85%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에 있어서의 종교와 정치의 관계는 특정한 종교집단이 정치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가 아닌가 하는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1954년 미국에서의 정치와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 “미국의 정치체제는 진지한 종교적 신조위에 기초되어 있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했고, 이어서 “나는 그 신앙이 무엇이 됐던 관여하지 않는다”(I don’ care what it is)고도 했다. 문제는 그 it가 무엇을 가리키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그 it 속에 불교나 이슬람까지를 포함시키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고, “IN GOD WE TRUST”에서 ”GOD“는 ”야훼“ 혹은 ”여호와“로 바꾸어 놓을 수 있는 유대계 그리스도교의 하나님을 지칭하고 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1967년 캘리포니아 대학의 종교사회학자 로버트 N 벨라 교수가 “미국의 시민 종교”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는 이 글에서, 다민족 국가인 미국을 통합하고 정치에 종교적 차원을 부여해온 특정종교를 미국의 시민종교(civil religion)라 이름 지어 불렀다. 루소의 “사회계약론”에 나오는 “시민종교”라는 개념에서 빌려온 것. 미국의 시민 종교는 미국에 독자적으로 존재하지만, 시민 종교자체는 많은 사회에 보편적으로 존재하고 있다고 보았다. 시민종교란 그 국가 혹은 그 민족에게 아이덴티티나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특정한 종교체계 혹은 가치체계라 했다. 미국이란 나라는 종교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서 탄생했고, 태생적으로 근본주의적인 체질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수정헌법 제1조에서, “국가는 국교를 정하지 않는다.” 하고 정권분리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역사상 최초로 국교제도를 헌법으로 부정하고 신앙의 자유를 보장한 나라이기는 하지만, 정치에 있어서의 종교적 차원자체를 부정하려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치를 포함하는 공적 영역에서의 종교적 차원은 적극적으로 긍정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특정 교회(종교)의 뒤를 봐주지 않는 것일 뿐,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는 것을 금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혹자는 말한다. 미국에 있어서의 정치와 종교의 관계는 미국의 정치체제 자체가 종교적 차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특징이 있다고. 그래서 국가 혹은 그 민족에 아이덴티티나 존재의 의미를 부여하는 특정의 종교체계 혹은 가치체계를 “보이지 않는 국교”라 불렀다. 미국의 대통령은 연설에서 자주 “하나님”에 대해서 언급하지만,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미국의 보이지 않는 국교는 가톨릭, 프로테스탄트, 그리고 유대교도도 받아드리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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