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1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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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믿어 봐야 별 거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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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kimhh1478] 쪽지 캡슐

2020-11-19 ㅣ No.98360

      천주교 믿어 봐야 별 거 있겠어!

집안 대대로 천주교를 믿었던 어느 수사님이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하나를 나에게 들려주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았던 그 수사님은 주일이 되면

가족들과 함께 성당에 꼬박꼬박 다녔답니다.

특히 할머니와 어머니는 평일 미사도 거의 빠지지 않으시는 분이셨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이 살던 동네에 ‘예배당’ 하나가 생겼고,

거기서 예비신자들을 모집하였답니다.

특히 그 ‘예배당’에서 어린이를 모을 때면 우선 ‘어린이 예배’에 오게 했답니다.

그런 다음 ‘어린이 예배’가 끝난 후에는 어김없이 ‘뽑기 놀이’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 ‘예배당’을 다녔던 친구들 말로는

 ‘어린이 예배’가 끝난 후에는 일찍 온 순서대로 몇 사람이

‘뽑기 놀이’ 판에 있는 번호를 뽑을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답니다.

그런데 번호를 잘 뽑으면, 정말이지 그 당시 어린이들이 원하는 인형,

사탕, 과자 등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월요일에 학교를 가면,

그 ‘예배당’을 다니는 친구들이 ‘이번에 교회 가서 자기는 무엇을 뽑았다’,

또 ‘누구는 더 좋은 것을 뽑았다’는 말들을 자랑처럼 했답니다.

그러나 그 수사님은 시골 성당을 다녔기에,

 ‘어린이 미사’도 없이 어른들과 함께 미사를 드린 후,

그냥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니 월요일 날 학교 가면 친구들에게 할 말이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주일 아침. 예전과 다를 바 없이

그 수사님네 가족들은 성당 갈 준비를 하는데,

그 수사님이 마치 선전 포고를 하듯이 말했답니다.

“나는 오늘부터 ‘예배당’에 다닐 거야.”
벌써 고운 한복을 차려입은 그 수사님의 할머니는 그 말을 제대로 듣지 않으셨는지, 

“우리 아가, 성당에 늦겠다. 옷 입어야지.”
“할머니, 나 이제 성당 안 가. ‘예배당’에 갈 거야.”

그러자 할머니는,
“우리 아가가 뭐에 화가 나셨나. 그래, 오늘은 왜 성당 안 가려고?”

“할머니, 천주교 믿어 봐야 별 거 있겠어….”
그 수사님 말로는 그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천주교 박해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그중에 어느 배우가 배교를 하면서 했던 대사가

 ‘천주교 믿어 봐야 별 거 있겠어’였답니다.

그런데 그날, 할머니 앞에서 그 말을 해 버린 것입니다.

순간 집안에 무거운 정적이 흘렀고, 할머니와 어머니,

그리고 누나 둘의 움직임이 한순간 멈춰 버렸답니다.

한 가지 다행인 건, 그날 아버지가 출장을 가셔서 안 계셨답니다.

그날, 아버지가 계셨으면….

서서히 정적이 걷히면서 어머니의 무서운 눈초리와

두 누나의 황당한 표정을 볼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할머니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안고

너무나 서럽게 눈물을 흘리시더랍니다. 그리고 우시면서 하시는 말씀이,

“아이고, 그려, 내 탓이여. 내가 그동안 잘못 살아서,

우리 손자 아이가 이런 말을 다 하고. 천주님, 우리 성모님,

이제 어쩐당가. 천주님 앞에, 성모님 앞에 이 잘못을 어찌 갚을까.

천주님… 용서해… 아이고 성모님.”

그리고 쓰러지실 듯한 몸을 벽에 기대며 할머니는 당신 방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수사님 말씀으로는 그날, 할머니는 피눈물을 쏟으시는 것 같았답니다.

할머니, 한 평생 하느님 안에서만 사셨고,

오로지 하느님만 바라보며 자식들과 손자들을 다 키우셨고,

이제는 매 순간을 하느님께 감사하며 언젠가 돌아갈

하느님 품을 기다리시며 날마다 기도하셨던 할머니.

그 할머니께서 처음으로 그토록 서럽게 우시는 것을 보았던 것입니다.


한 평생 천주교 신자로서 기도의 삶을 사셨던 할머니 앞에서

단지 ‘예배당’에 다니고 싶은 마음으로

 ‘천주교 믿어 봐야 별거 있겠어’라는 말을 해 버린 수사님.

그런데 수사님 말로는 그날, 이 말이 전부가 아니었답니다.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성당 가면 뽑기 놀이도 안 하고,

먹을 것도 안 주고’ 그런데 이 말을 하기도 전에 할머니가 우시는 바람에.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말을 끝까지 안 한 것 또한 천만다행이었답니다.

그날, 그 무거운 분위기에서 그 말을 마저 다 했다가는

아버지까지 갈 필요 없이 어머니와 누나들에게 맞아 죽을 뻔했기에!

그 사건이 난 후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예전과 다름없이 주일 날 수사님네 가족들은 미사를 다녀왔고,

수사님은 방으로 들어갔답니다. 그리고 10분 후 할머니가 수사님을 불렀답니다.

“아가, 어여 나와 봐. 그리고 와서 이거 한 번 뽑아 봐.”
할머니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를 듣고, 잽싸게 마루로 나왔더니,

할머니는 ‘뽑기 놀이’ 원판을 탁자 위에 올려놓고 계셨습니다.

또한 할머니 옆에는 비닐봉지가 있는데

그 속에는 ‘뽑기 놀이’ 경품들이 대거 들어 있었습니다.
“어, 할머니, 이거 ‘뽑기 놀이’인데.”

“응, 그래. ‘뽑기’ 하는 거야. 하느님께서 우리 손자가

성당을 잘 다녀올 때마다 한 번씩 하라고 이 할미에게 주셨어.

 어여 한 번 해 봐. 한 번 뽑아 보렴.”

그 수사님은 해맑게 웃으시는 할머니의 얼굴을 보고 눈물이 핑 돌았답니다.

하지만 입술을 꾹– 깨물고, 마치 아무렇지도 않는 듯,

신나는 표정을 지으며 ‘뽑기 놀이’ 판에서 번호를 뽑았는데….

눈물을 흘릴 새도 없이, ‘꽝’이 걸렸습니다. 그러자 할머니는 방글방글 웃으시며,
“우리 아가, 어쩌나. 그래, 한 번 더 뽑아 볼래?”

안쓰럽게 자신을 쳐다보는 할머니 앞에서 한 번 더 뽑고 싶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답니다. 그래서 그 수사님은,
“아녜요, 할머니. 다음에 미사 다녀오면 다시 한 번 뽑을래요.”

또 다른 감정이었지만, 그 수사님은 학교 앞 상점이나

동네 ‘예배당’에서만 뽑을 수 있었던 ‘뽑기 놀이’를

자신의 할머니가 가지고 있다는 것이 무척 뿌듯했답니다.

그러면서 수사님은 당시를 회상하며 말하기를

“강 신부님, 그날 우리 집에서 동네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인

‘뽑기 놀이’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아마도 모를 거예요. 내 생각에 작은 누나가 할머니에게 다 일러바친 것 같아요.

내가 ‘뽑기 놀이’를 하고자 ‘예배당’을 다니고 싶어 한다고.

그래서 할머니는 어떻게 샀는지는 지금도 모르지만,

‘뽑기 놀이’를 통째로 사 놓으신 거예요.

그 후 나는 주일 날 미사뿐 아니라, 평일 날 미사도

할머니랑 엄마 따라서 자주 다니고 그랬어요.

왜냐하면 성당을 갔다 오면 우리 집 마루에서 할머니랑

‘뽑기 놀이’를 할 수 있었거든요. 그 옛날 어린 마음에,

천주교 믿어 봐야 ‘뽑기 놀이’도 안한다고 생각했지만,

‘뽑기 놀이’ 때문에 성당을 부지런히 다녔더니, 결국 이렇게 사제가 되었네요.


그리고 수도 생활하면서 하느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살았더니,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하느님이 모든 것을 다 채워 주시더라고요.

천주교를 진짜 성실하게 믿으니, 하느님께서 모든 것을 다 채워 주셨어요.”

수사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히려 내 마음에 ‘짠’ 하였습니다.

어린 마음에, 천주교 믿어 봐야 별거 없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자신의 전부를 걸고 하느님을 믿었더니

하느님께서 자신의 모든 것을 은총과 사랑으로 채워주셨다고

고백하신 그 수사님의 삶에 진정 깊은 박수를 보냅니다.

         강석진 신부(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Html 작성 김현 )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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