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우레)+번개=벼락 4
며칠 전, 비가 많이 오던 날에도 저는 우리동네 번개 PC방에 갔었습니다. PC방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어디선가 번개(노리끼리한 발바리 잡종 숫놈)가 번개같이 나타나 꼬리를 있는대로
흔들며 제 바지가랑이에 착 달라 붙어 킁킁대고 냄새를 맡더니 기어 오르지를 않나 손을 핥지 않나
또 난리 부르스를 죽이는 것이었습니다. 암만해도 번개의 코와 눈에는 제가 사람으로 보이지 않고
우리집 애완견 포치(암놈)로 판단되는 모양입니다. 컴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열심히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도 번개의 애정공세는 그칠줄을 몰랐습니다. 밖에서도 굵은 빗줄기가 그칠줄 모르고 쏟아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귀찮지만 다자란 숫놈 개의 견지상정(犬之常情)이겠거니 여기고서 꾹 참고 작업에 열중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 조용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왼쪽 옆을 내려다 보니 번개란 놈이
얌전하게 앉아서 애절하고도 그윽한 눈빛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는게 아니겠습니까? 마치 "내 애끓는 사랑을
받아줘" 라고 하듯이, "별 놈 다 보겠네"하면서 다시 자판을 두드려는데, 창 밖에서 진짜 번갯불이 번쩍하는가
싶더니 잠시 후 "우르르 쾅 쾅" 귓청을 찢는듯한 천둥소리가 울리는 것이었습니다. 나도 깜짝 놀랐지만 번개
란 놈이 놀래서 혼비백산하는 모양은 가관이었습니다. "낑"소리가 나는가 싶더니 꼬리를 감추고 카운터 책상
밑에 있는 제 집으로 뛰어 들어 머리를 처박고 숨소리 하나 못내면서 요지부동 꼼짝을 하지 못하는 겁니다.
하도 우스워서 바로 앞에 가서 "번개야 !" "번개 !"하고 불러봐도 아무 반응이 없었습니다. 천둥 소리에 놀란
번개에게는 사랑도 소용없나 봅니다. 그래서 "천둥에 개 뛰어들 듯"이라는 속담이 생기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천둥을 우레라고도 합니다. 보통 우뢰라고 알고 쓰이지만 우레가 맞는 말입니다. 번개가 시각적으로
"번쩍"하고 느낄 수있는 것이라면, 천둥(우레)은 잠시 후 "우르르 쾅쾅" 하고 청각적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벼락을 맞다."라고 할 때의 벼락은 번개가 치는 같은 순간에 당하는 것입니다. 엄밀히 따진다면
벼락을 맞은 후에 천둥소리는 울린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번개와 천둥의 시차가 불과 몇 초밖에
안 되는 짧은 시간이기에(실제로 피해를 주는 벼락은 더 가까운 곳의 번개에 의함) 사람들이 벼락을 번개와
천둥을 합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천둥, 우레, 번개, 벼락의 관계를 간단한 등식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해 보았습니다. (천둥=우레)+번개=벼락
(천둥=우레)+번개=벼락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