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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 수 있는 과거는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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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아갈 수 있는 과거는 없다 ♡ 인류가 눈으로 확인한 것은 1972년이었다. 아폴로 17호의 우주비행사가 캄캄한 허공에 보석처럼 빛나는 지구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푸른 바다와 붉은 대륙 위로 대기권의 기류가 마블링처럼 소용돌이치고 있다. 나사(NASA)는 이 멋진 사진에 ‘블루 마블’이란 이름을 붙였다. 끝 모를 우주공간에 떠 있는 영롱한 구슬, 그 위에 전쟁과 기아, 고통과 슬픔의 삶이 있으리라고는 차마 상상하기 어렵다.
멀리서 본 풍경은 언제나 아름답다. 우리의 인생 또한 그럴까? 지난날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꿈결처럼 아늑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곱게 채색되어 기억 속에 남았다. 청춘의 방황과 시행착오마저도 인생의 소중한 체험으로 자리 잡았다. 고난의 상처는 어느덧 아물어 은은한 미소와 함께 떠오른다. 그토록 쓰라렸던 고통마저 돌이켜보니 행복의 다른 한쪽이었다. 그리하여 시인은 노래한다.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1980년대를 추억한 드라마가 숱한 화제를 낳으며 막을 내렸다. 많은 사람이 드라마를 보며 아득한 향수에 젖었다. 향수는 복고 열풍을 불러왔다. 80년대 스타일의 패션, 화장품, 광고가 유행을 탔다. 당시의 명곡들이 음원 순위를 휩쓸고, 오래전에 사라진 추억의 상품이 다시 나와 날개 돋친 듯 팔렸다고 한다. 1988년이면 서울올림픽이 열렸고, 새 대통령이 취임했고, 북방정책이 추진됐고, 평화신문이 창간된 해이다. 그때 우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았을까?
다시 돌아가 살아보고 싶을 만큼 좋았던 시절일까? 최근 몇 년 사이에 과거를 추억하는 드라마나 영화가 부쩍 많았다. ‘건축학개론’ ‘국제시장’이 그랬고, ‘응답하라 …’는 아예 시리즈로 이어졌다. 작품 속에는 풋풋한 사랑이 있고, 청춘의 꿈과 낭만이 있고, 끈끈한 가족이 있다.
과거를 추억한다는 것은 현재의 삶이 그만큼 암울하다는 방증이다. 현실에 만족한 사람은 굳이 과거를 그리워하지 않는다. 미래가 희망적인 사람은 장밋빛 꿈을 채색할 뿐이다. 반대로 현실이 절박한 사람은 필사적으로 과거에 매달린다. 미래가 막막할 때 우리의 의식은 그나마 좋았던 시절을 찾아 과거로 회귀한다. 그래서 복고는 필시 현실이 힘들고 미래가 불안하다는 집단 정서의 반영이다. 새해 벽두 기록적인 한파가 닥쳤다. 현실의 칼바람 또한 그에 못지않다. 경기는 불황의 늪으로 빠져들고, 시대는 우울의 터널로 진입한다. 젊은이는 ‘헬조선’과 ‘이생망’을 외치고, 아버지들은 희망 없는 희망퇴직에 눈물을 감춘다.
시리고 추운 사람은 따뜻한 아랫목이 그립다. 인생의 아랫목이 언제였던가? ‘초록물고기’를 잡던 어린 시절로 돌아갈 수 있을까? ‘ 박하사탕’을 나누던 순수를 찾아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 철길 위에서 “나 다시 돌아갈래!”를 절규하지만 처절하게 부서질 뿐이다. 돌아갈 수 있는 과거는 없다. 아늑해 보여도 추억 속의 신기루일 뿐이다. 향수는 잠시의 위안일 뿐, 어긋나버린 시계를 되돌릴 순 없다. 현실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척박한 오늘 속에 길을 내고 우물을 파야 한다. 내일을 결정하는 것은 어제가 아닌 오늘이다. “예전의 일들을 기억하지 말고 옛날의 일들을 생각하지 마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하려 한다. … 정녕 나는 광야에 길을 내고 사막에 강을 내리라”(이사 43,18-19). 김소일 세바스티아노 <평화신문>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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