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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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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호 [park05] 쪽지 캡슐

2006-08-04 ㅣ No.102889

"여기 예쁜 사람이 나 빼고 누가 있어.” 

“형님은 그게 암보다 더 큰 병이라니까, 황후병…” 

“하하하” 가을 햇살속에 피어나는 웃음꽃. 한껏 톤을 높인 밝은 목소리들을 듣고 있노라면 여느 주부들의 모임과 다를 바 없다. 

 

 

그러나 이들은 동병상련(同病相憐)의 아픔을 갖고 있는 투병자들이다. 2년에서 10년째 유방암과 싸워오고 있는 ‘한국 유방암 환우회’(이하 한유회) 회원들의 모임 현장이다. 

유방암 예방과 조기발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어디든 달려가는 이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유방암 환자들을 위한 ‘핑크리본, 희망애락 콘서트’에서 2곡의 합창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 

 

 

콘서트에 앞서 한유회 회원 김석기(56·일산 탄현동), 이명숙(57·서울 망원2동), 손영례(53· 과천 중앙동), 임양숙(45·부천 중동)씨가 국회앞 잔디밭에 모여 경험담을 나눴다. 

 

유방암 환자임을 여러 사람에게 밝힌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 이들은 “우리와 같은 불상사를 미리 막으라고 꼭 당부하고 싶어 용기를 내 나왔다”며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여성들은 반드시 자신의 몸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잊혀지지 않는 고통 

 
임양숙씨는 아직도 재작년 이맘때를 잊을 수가 없다. 수술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머리카락이 뭉텅뭉텅 빠지고 눈썹까지 빠지면서 자신의 모습이 무서워 차마 거울도 볼 수 없었던 때. ‘이렇게 살면 뭐 하나’ 하는 생각이 들며 눈앞이 캄캄해지고 세상이 싫고 살기가 싫었다. 

 

길게는 수술한 지 10년째인 이들. 모두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샤워할 때마다, 옷 입을 때마다 병이 재발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불안하고 두렵다고 했다. 수술의 상처 외에도 림프절이 마비돼 겨드랑이 등 몸 곳곳에서 때때로 느껴지는 통증이 아직도 병이 끝나지 않았음을 알리기 때문이다. 

 

대중목욕탕에 가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옷 입는 것에 제약받고 여행도 자유롭게 가지 못하는 것이 이들의 현실이다. 가족들이 놀랄까봐 아직까지 상처부위를 보여주지 못한다는 사람도 있고, 유전이 5~10%라는 점에 딸을 둔 이들은 더욱더 노심초사한다. 암진단 그후, 이들에게 세상은 유방암 환자와 환자가 아닌 사람들로 나뉘었다고 했다. 

 

 

● 절망에서 희망으로 

 
“암 3기말 판정을 받은 후 남편이 처음 한 말은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학교 가기 전 미음을 쒀서 컵에 빨대까지 꽂아 놓고 가는 딸아이, 아침마다 기도하는 남편. 가족 때문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죠.” “‘당신은 꼭 이겨낼 거야, 우리집은 당신이 있어야 돼’라고 시시때때로 보내오는 남편의 문자메시지에 나 혼자만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절망속에 한없이 빠져들던 시절 가장 큰 힘이 돼준 것은 역시 가족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 한가지, 환우들끼리의 소모임이 실질적인 위안과 격려가 됐다고 덧붙였다. 

 

병원마다 라일락회, 핑크리본, 세유회, 민들레회 등 자체적인 유방암 환우회가 조직돼 있다. 수술과 항암치료를 앞둔 환자들은 누구나 두려움에 떨게 마련이다. 이런 상황을 먼저 겪은 환자들이 병원에 나가 상담 봉사하는 모임들이다. 이들 모임에선 의사가 미처 돌봐주지 못하는 마음을 어루만진다. 

 

 

치료와 수술을 앞둔 환자들은 먼저 경험한 환자들에게 ‘고통이 어느 정도인지,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는지’ 등 알고 싶은 모든 것을 질문하며 큰 위로를 받는다. 봉사자로 참여한 이들은 또 이들대로 “나 때문에 힘을 얻었다는 사람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며 “내 모습을 보고 위로를 받는다는 말에 더 밝게 살게 된다”고 했다. 

 

아산병원의 경우는 대중탕에 못가는 유방암 환자들을 위해 한달에 한번 찜질방을 빌려 함께 목욕하고 상담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립암센터의 민들레회는 1년에 봄, 가을 2번 환자들끼리 여행을 간다. 

 

 

● 함께 모여 더 큰 일을 

 
“유방암은 샤워하며, 옷 갈아입으며 유일하게 자가진단을 할 수 있는 암입니다. 친구, 친지들에게 틈나는 대로 얘기하고 있지만 모두들 자신의 일로는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7개 병원 환우회에서 열심히 봉사하던 이들이 올 5월 한유회를 조직했다. 초기에 암을 발견하자는 캠페인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기 위해서다. 현재 회원은 70여명. 노래를 부르면 마음도 즐거워지고 홍보에도 효과적인 것 같아 합창을 주로 하지만 앞으로 다른 할 일들도 많다. 

 

유방암은 크게 늘고 있는데 병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이 무엇보다 안타깝다. 유방암이야말로 수술후가 중요한데 “운동 열심히 하시고, 잘 드시고, 마음 평안히 가지십시오”가 처방의 전부인 경우가 많다. 수술 후의 일상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생활하다가 잘못된 식사나 생활로 병이 재발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유회 회원들은 암 조기발견 홍보용 책자를 만들고 우울증을 극복할 만한 여러 취미활동을 함께 하는 일도 추진중이다. 이를 위해선 환자들을 위한 공간이 절실하다. 대만의 경우 유방모형을 만들어서 남학생들까지 유방암 증상의 느낌을 알도록 교육시키는가 하면 전국적인 환자들 네트워크가 활발해 환자들이 당당하게 생활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유방암은 조기 발견하면 거의 완치되는 병인데 세상이 끝난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동안 가족을 위해 살았지만 이젠 내 몸 위주로 몸에 가장 좋은 걸 먹고, 환경에도 신경쓰면서 살게 되니 우리가 더 오래 살 것 같은데요.” 

 
격랑 후의 평온함과 한없이 밝은 이들의 표정이야말로 ‘초보환자’들에게는 가장 큰 응원이다. 

 

 

▶핑크리본 캠페인이란 

 

 

매년 10월 세계적으로 열리는 유방암 조기 검진 캠페인. 세계적인 화장품회사 에스티 로더에서 1991년 가슴을 꼭 죄는 코르셋 대신 실크 손수건 2장과 핑크리본으로 앞 가슴을 감싸는 ‘핑크리본 브라’를 고안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핑크리본은 전 세계적으로 유방암 예방의식 향상을 위한 상징물로 사용되고 있다. 

 

 

유방암은 우리나라에서도 식생활의 서구화와 생활습관의 변화 등으로 급속히 증가, 여성암 발병률 1위가 됐다. 지난해엔 9,667명이 발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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