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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숙천 이야기 :: 이수호 자매님의 수필방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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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숙 [church21] 쪽지 캡슐

2006-08-10 ㅣ No.103149

           왕숙천 이야기


신선한 안개가 자욱한날 아파트 방음벽 넘어 동트기전부터 분주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가로등이 졸고있는 거리에 서면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가볍다는 것은 내자신이 외롭지 않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리라.

새벽아침 맑은 이슬방울 따라 하늘하늘 거리는 풀잎들을 보며 아파트 주변의 텃밭에 정성스레 심겨진 상추, 아욱, 쑥갖, 등등 여러종류 채소들의 풋풋함이 편안함으로 내곁에 다가온다.

 

어느날 오랫만에 아이들에게 왕숙천 뚝길로 자전거를 타러가자고 했다. 환호로 답하는 아이들 모습에서 내 지나간 어린시절이 떠올랐다. 지금이야 멀지 않는곳의 강물이 깨끗하지 않아 물놀이를 갈 수 없지만 내가 다니던 중학교 시절만해도 개울물로 식수를 했을 정도로 자연이 맑고 푸르렀던 것이다.

 

그 당시는 먼지가 펄펄 날리는 사십분거리의 비포장길을 친구들과 재잘거리며, 찔레순과 더불어 울타리로 어우러진 앵두나무에 빨갛게 익은 열매를 따먹으며 펼쳐진 들길을 따라 왕숙천변을 거닐던 추억들이 송송이 눈앞에 떨어지는 것 같다.

 

왕숙천은 고동이며 물고기와 말조개를 잡았던 내 어린시절, 자연놀이터의 일부였다. 말풀은 강이나 늪에서 자라는 풀로서 이것을 걷어다 물에 씻어 햇빛에 말려서 반찬으로 해먹었던 일들이 내 혀끝에서 맴도는 듯하다. 여름이면 친구들과 물장구치고 미역감던 그 정취가 온데간데 없고 생명이 요동치는 자연을 찾아보기 힘들어 아쉬움만 더 했었다.

 

이곳 왕숙천은 많은 사람들이 여름철 물놀이로 하루를 즐겼었고 물이 맑고

깨끗해 물총새, 물오리, 백로들이 먹이를 찾아 무리지어 왔었지만, 빠른 산업화가 내뿜는 공장 및 생활폐수로 인해 붕어, 피라미, 고동, 말조개, 잉어들이 살 수 없을 만큼 오염 됐던 것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발길도 뜸해져 마음이 아팠었다. 더구나 왕숙천은 한강과 이어지는 물길이다.

 

내아이들에게 이곳이 엄마가 어린시절 물고기잡고 미역을 감고 놀았던 곳이라고 이야기를 해주면 믿어줄까?

왕숙천과 멀지않은 아파트로 이사온지 몇 년의 세월이 지났고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하천이 탈바꿈하기 시작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 친환경적인 자연으로 되돌아온 왕숙천 물속에는 온갖 생명들의 숨소리가 아침 안개속으로 금빛은빛의 메아리로 들려온다.

 

쾨쾨한 냄새가 나고 더러웠던 냇물 그누구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이곳에 낚시꾼들이 몰려들고, 하천주변 빈터에 텃밭을 일구어 가족들의 생채먹거리를 위해 씨앗을 파종하는 노부부, 죽어가는 하천이었으나 사람들의 따스한 눈길속에 1급수에서나 살 수 있는 피라미, 송사리들이 떼를지어 유유히 헤엄치며 노니는 모습이 바로 하천이 다시 살아서 숨쉬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리라.

 

장마때 어디서 흘러들었는지 몰라도 큰크리트 틈새에 뿌리를 내린 풀들이며 병꽃, 제비꽃, 개별꽃, 조팝나무 등등이 손사레짓는 왕숙천, 누군가에 의해 검게 타버린 뽕나무가지에서도 새순이 돋는것을 보고 하느님께서 주신 생명의 신비를 반추한다.

너른 벌판에 옛이야기와 생명의 물이 졸졸 흐르는 왕숙천 뚝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자전거를 타는 내아이들에게서 평화와 행복이 같이 함을 느낀다. 해오라기 한쌍

 

이 힘찬 날개짓을 하며 물가에서 서서히 원을 그린다.

지금 이시각 왕숙천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 숨쉬고있다는 현실 그자체에 마음 밑바닥으로부터 솟아나는 뿌듯함을 감출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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