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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서울 1945’가 남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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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성자 [socho] 쪽지 캡슐

2006-08-14 ㅣ No.103315

 

 

‘레드 콤플렉스’는 극복 과제

드라마 ‘서울 1945’가 남긴 것
이동희 기자 dong423@googood.com
▲ 드라마 ‘서울 1945’는 방영 내내 종영요구와 소송제기 등으로 바람잘 날이 없다.(사진제공 KBS)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날 없다더니 오는 9월 3일 종영을 앞둔 드라마 ‘서울 1945’가 딱 그렇다. 해방 전후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좌우 이념과 성장 배경이 다른 네 명의 주인공의 삶을 다루다 보니, 방영 내내 보수단체의 종영 촉구 등 각종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종영을 한 달 앞둔 지금에 와서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까지 당했다.

하지만 이러한 드라마의 출현은 ‘그 동안 왜곡돼 온 역사의 한 부분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한국사회에 필요함’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한국 사회에 내재된 ‘레드 컴플렉스’를 극복해 갈 수 있는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역사왜곡 VS 가슴 아픈 민족의 현실

지난 6월 KBS 본관 앞에서는 활빈단, 라이트코리아, 대한민국바로세우기여성모임 등 보수단체 회원 30여 명이 모여 드라마 ‘서울 1945’의 종영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드라마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롯한 건국세력을 비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 7월에는 이 전 대통령의 양아들 이인수 씨와 고 장택상 전 국무총리의 딸 장병혜 씨가 ‘서울 1945’가 고인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면서, KBS 정연주 사장과 제작부장 등 방송 관계자들을 사자(死者)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뒤 이어 장병혜씨는 지난 4일 아버지의 명예훼손에 대한 배상을 하라며 KBS를 상대로 1억여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보수단체의 종영요구와 각종 소송에도 불구하고 ‘서울 1945’는 네 명의 주인공이 격동의 근현대사를 헤쳐 나가는 과정을 밀도있게 그려가고 있다는 호평도 있다. 이러한 논란은 시청자 의견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시청자 오현 씨는 ‘역사를 왜곡하지 마시오’라는 제목으로 “국군은 양민을 학살하고 탄압하는 모습으로, 공산군은 양민을 보호하는 선한 군대로 비추고 있다”면서 “당신들이 이 드라마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이종구씨도 “오늘날 우리 사회가 어쩌다가 사회주의적 환경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공영방송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어떤 뜻을 심어주려고 이런 드라마를 방송하는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반면 강재석 씨는 ‘보수성향의 시청자분들께’라는 글을 통해 “어린 시절 반공교육을 철저히 받은 나로서는 지금 ‘서울 1945’를 보면서 세상이 많이 달라졌음을 느낀다”면서도 “6.25를 다룬 과거의 드라마나 영화는 그저 좌익이 빨갱이고 빨갱이는 적이라는 이야기가 주가 되었지만, 이 드라마는 해방 전후 사람들의 고뇌와 갈등 그리고 아픔을 나타내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역사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서울 1945’ 같은 드라마의 등장과 내용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대부분의 역사학자들은 ‘그동안 논의되지 않은 것들이 수면위로 드러났고, 지금은 역사적 실상을 바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성균관대 서중석 교수는 “매체를 통해 최근의 이슈들을 보면 (드라마가) 심하게 과장됐다거나 잘못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면서 “역사적인 사실은 극의 성격에 따라 강조 및 특화될 수도 있는데, 이런 것에 시비를 건다는 건 온당한 태도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냉전시기에는 통용 되지 않던 것이 이제 나오고 있는데, 광복 60년이 된 상황에서 당시의 역사를 진실된 눈으로 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굴곡된 역사를 반공의식과 냉전이데올로기를 떠나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S대 모 교수도 “드라마에서 말하고 있는 내용은 정통역사에서는 부정하고 있는 것인데, 역사는 하나가 아니기 때문에 지금의 역사가 진실이냐는 문제도 고려해 봐야 한다”면서 “드라마의 진위여부를 떠나 이런 드라마가 나온다는 것은 정통사관에서 감춰졌던 것을 재평가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역사는 드라마보다 더 치열했고, 이것을 밝히는 작업은 필요하다는 것이다.

K대 모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지금까지 말할 수 없던 것을 말하게 됐다는 측면에서 이러한 드라마의 등장은 우리 사회의 레드 컴플렉스를 극복해 갈 수 있는 하나의 문화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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