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지만 전례 중 봉헌시간에 헌금을 넣는 것을 깜박 잊어버리고 외상(?)으로 봉헌을 하는 쑥스러움을 몇 번 당한 적이 있다.
교구방침에 따른 교적정리로 옮긴 현 본당에는 봉헌함이 입구에 놓여있어서, 미사에 참례하러 들어가면서 먼저 헌금을 봉헌함에 넣고 자리로 들어가야 했는데
오랫동안 줄을 서서 제대 앞으로 나가서 봉헌을 하는 데에만 익숙해져온 터라 나도 모르게 깜박하기가 일쑤였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입구에 봉헌함이 놓여 있는 것이 마치 입장권을 함에 집어넣는 것 같아 좀 이상스럽게 느껴졌지만
“앞으로 나와서 봉헌을 할 때, 만의 하나 정말로 돈이 없어서 봉헌을 못하는 형편의 사람도 좀 생각하고, 또한 체면이나 남의 눈치를 보며 정성이 없이 봉헌을 하는 것보다는 자발적으로 마음에서 우러나서 주님께 기쁜 마음으로 봉헌하게 하는 것이 옳다”시는 주임신부님의 말씀을 들으니, 우리 신부님께서 참으로 잘 하시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항상 감사하며, 기쁜 마음으로 성의껏 봉헌을 한다.
하지만 본당 살림을 맡아서 살아야 하는 총회장으로서는 한 푼이라도 헌금이 더 걷혔으면 하는 마음에서, 더구나 우리본당처럼 월세 건물에서 미사를 드리며, 거기다가 새 성전을 짓기 위해 땅을 구입하면서 교구에서 빌려온 돈의 이자도 내야하고. 건립기금도 마련해야 하는 형편이다 보니,
오죽하면 입구에 있던 봉헌함을 다시 제대 앞에 갖다놓고 봉헌시간에 두 줄로 나와서 봉헌을 하도록 했겠는가 말이다.
신통스럽게도 봉헌함을 제대 앞으로 옮겨 놓으면 평소에 비해 약 20%는 헌금 액수가 늘어나는 게 숫자로 보인다.
바꾸어 말하면 신자 중에 20%는 체면이나 눈치를 보면서 헌금을 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다른 일은 내가 사목회의 의견을 따르겠지만 이것만은 안 되겠다”는 멋쟁이 우리 주임신부님의 일관된 고집으로, 우리본당에서는 두세 번의 헤프닝으로,
제대 앞의 봉헌행렬은 끝이 났다.
생각해 보면 참말로 웃기는 일을 우리 스스로가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체면을 중시하는 우리네들이라 하지만 이건 정말로 웃기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차 헌금이 있는 날 주보에 나온 걸 보면, 1차 헌금에서 그만큼의 돈이 2차 헌금 금액으로 빠져 나간 것이 숫자로 정확하게 보이는 것도, 또한 웃기는 일이다.
‘내가 헌금함에 돈을 넣을 때, 누가 혹시나 내 모습을 보는 건 아닐까? 2차 헌금 안 하는 걸 누가 혹시 볼지도 모르니까, 엣다, 모르겠다. 이 돈으로 이쪽저쪽 갈라서 넣자.’ 우리들이 그러고 있는 것이다.(나도 경험자니깐)
하느님 쪽에서 보면, 참말로 한심하고 웃기는 인간들 모습일 게다.
‘저들 인간들끼리 아무리 쪽팔린다고 그래봤자, 정작 나한테 쪽 팔리는 건 전혀 생각도 않고 저런 짓을 하는 저런눔의, 속 좁은 녀석들을 내가 그래도 내 자식이라고...에구, 내팔자야!’하실 지도 모를 일이다.
언젠가 대림절을 앞두고 어떤 신부님께서 “각자가 아기 예수님을 집에서 기르신다고 생각하시고 1주일에 드는 우유 값, 기저귀 값 정도는 봉헌하셔야죠?”하시는 말씀에 귀가 솔깃해서 옳거니! 하고는
레지오 단장을 하면서 단원들을 향하여 "일주일에 한번 성모님과 만나는데, 식사 한 끼, 아니면 커피 한 잔 성모님께 사드린다 생각하고 헌금을 해야지...." 했더니 그때부터 우리 쁘레시디움의 꾸리아 의연금이 3, 4배로 껑충 올라갔던 기억도 재미난 추억이다.
이러고들 흥정을 하며 사는 우리들 모습이 주님 보시기엔 정말로 어떻게 비칠까? 생각하면 할수록 자꾸만 부끄러울 다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