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5월 26일 (화)
(백) 성 필립보 네리 사제 기념일 현세에서 박해도 받겠지만 복을 백 배나 받을 것이고 내세에서는 영원한 생명을 받을 것이다.

따뜻한이야기 신앙생활과 영성생활에 도움이 되는 좋은 글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리노할매 제주살이 셋째날~ (순례길 53처 추자도 눈물의 십자가, 황경한의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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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남 [agnes536] 쪽지 캡슐

2021-10-01 ㅣ No.1001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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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애~ 응애~.... 응아~~"

멀어져 가는 뱃전에서 하염없이 통곡하는 어머니의 절규가 울려온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노비의 신분보다는 차라리 평민의 백성으로 라도

살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엄마의 소원을 그날 하느님은 어떤 침묵으로

내려다 보셨을까? 함께 가슴이 저며온다.

 

눈물의 십자가가 달려있는 추자도 절벽끝을 기어 간신히 오르며

아찔한 현기증만큼이나 공포가 밀려온다.

 

하늘은 높고 눈이부시게 푸르고., 바다는 또 옥색의 평화로운 색깔로

그날의 잔인함과 처절함을 묻어버리고 오늘은 기가 막히게 잔잔하다.

 

  

 

9시30분 하루에 한두번 있는 추자도행 배를 타고 제주여객선 터미널을 출발해서

11시 거진 다되어 도착한 항구는 무척 조용한 편이다.

 

터미널 바로앞에 버스정유소가 있지만서도 또 나가는 배편시간이 걱정되어

4시30분 출발 시간을 맞추려면 처음 오는 길이라 이 섬에는 딱 한대밖에 없다는

택시를 불러타고 우리의 첫 목적지 황경한의 묘를 찾았다.

 

 

아래로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에 죽어서도 어머니를 기다리는 듯

조용히 잠들어 있는 아들 황경한. 

 

철이들어 본인의 출생내력을 양부모로 부터 듣곤

평생을 눈물로 바다를 바라다보며 어머니를 그리워했다는 아들 경한....

의 기구한 운명따라 아직도 맑은 눈물같은 옹달샘엔 그날의 설움이

방울방울 흘러내리고 있더라~~

 

       

김수환추기경께서 축성했다는 올랫길 순례길은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고즈녁이 걸을수 있는 바다가 내려다 보이며 걸어가는 오솔길이다.

 

아들의 묘를 순례하고 황경한의 눈물샘을 찾아보고, 또 저멀리 절벽 꼭대기에

간신히 버티고 있는 눈물의 십자가와 그곁에 한살짜리 아기 황경한이 뉘어져있는

바위를 찾아간다.

 

84살 사돈형님도 이길은 숨이차나 보다. 쌕쌕 거리며 그래도 신앙의 힘으로

굴하지않고 45도 경사 오솔길을 오른다.

 

우리를 내려다 주고 간 택시기사 양반이 저기 눈물의 십자가는 힘들어 갈수 없어요'

가파른 계단을 몇백개나 오르내려야 하고, 기암절벽 바위산엔 절대로 올라갈수 없으니

조심 조심 해야 합니다. 하고 가더니 바다가 아찔한 좀 위험한 길임에는 틀림없다.

계단을 다 내려가선 "행님... 행님은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예. 내가 저 꼭대기까지

올라가서 보고 와서 이야기해줄께요~"

 

 

리노할매... 나이도 잊고, 절벽의 바위를 기어오른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아찔 아찔 현기증이 핑~ 돌지만서도 여기까지 와서

꼭 아기를 보고 가리라... 저 어기 서있는 눈물의 십자가를 내 손으로

만져보고 가리라...!!

 

아서라~ 할배도 엉금엉금 기어오른다.

 

"반석 아부지... 절대로 올라오지 말고 그 아래서 사진 찍어소.. 큰일 난다카이"

할매가 오르는데 내가 못오를소냐 싶은지 기어이 올라오고야 마는 할배는

8순이 낼 모레인 노인네가 이 꼭대기까지 올라온 처음의 사람일거라며

뿌듯해 한다. 맞어 ~ 맞어~!

 

 

"어? 근데 십자가가 좀 틀린모양이네... 동글동글 은색의 동그라미들로

연결된 십자가모양의 틀이 좀 색달라 보여... 가만히 생각해 본다.

 

눈물..... 눈물.... 진주... 방울... 동그란 방울 모양의 .... 엄마의 눈물을

연상케해 하는 눈물의 십자가! 이름 그대로이다..~!!

 

십자가 아래 바로 곁 조그만 바위위에 강보에 싸인 아기가 아무런 걱정없이

누워있다. 손에는 묵주 한개 쥐어져 있고...

 

엄마의 눈물과 걱정없이 누워있는 아기의 모습이 내안에 살아움직이며

가엾고 또 가여운 생각으로 아기의 볼을 쓰다듬어 본다.

 

"세상에~ 불쌍해라... 우찌 살아 남았을꼬~~"

 

  

이 풍진 세상에 어쩌다 태어나와 죽을지도 살아남을지도 모르는 천해의

바위끝에 매달려 있는 자식을 오로지 천주의 자비속에 맡기고 떠나가야 하는

어머니의 절절한 한을 이곳을 순례한 세상의 어머니들이라면 공감하리라.....

 

오씨 집안의 아낙네 한분이 염소풀을 뜯기러 왔다가 아기울음소리를 듣곤

데려다 양자로 키워 가정을 꾸리게 하고 자자손손 6대후손이 아직도 그곳에

살고있다는 전설의 고향 이야기다.

 

아기의 옷섶 동정에 출생내력이 상세하게 적혀있어 훗날 황사영알렉시오.

와 어머니 정난주 마리아의 아들임이 밝혀져 순례지로 지정되었다 한다.

위험천만 곡예의 바윗길을 타고 오르내렸어도

"그래~ 이걸 보고 느끼려고 이 먼길을 기어이 오고야 말았구나!"

 

개운하고 가벼운 걸음으로 돌아 내려오니 아직 시간은 2시경 밖에 안되어

나머지 버스길을 찾아 한참을 걷다가 시골버스를 타고 달려오다 내려

 

  

추자도성당에 들러 성전에 꿇어앉아 예수님께 인사드리고 또 십사처를 따라 돌며

성모님과 함께 추자도의 모정의 바위. 눈물의 십자가를 기리며 마음속으로

아직도 아리아리한 그날의 눈물을 함께 흘렸었다.

 

 

다음번에 또 언제 오게될 기회가 생기면 그때는 민박으로 하룻밤 묵으면서

순례지 올랫길을 처음서부터 끝까지 걸어가며 참 순례의 길을 묵상하고 싶다는

할배의 말을 끄덕인다.

 

하늘은 예전의 하늘도 아니고, 바다색도 예전의 바다색이 아니다.

내가 본 어떤 날에도 이런 원색 빛깔의 하늘과 땅 숲 바다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는 감동의 추자도 순례길을 끝내고

4시30분 퀸즈2호를 타고 돌아오는 길은 파도가 제법 넘실거린다.

 

 

"그래~! 이 기분,. 이 감성으로 대정성지에 잠들어있는 정난주

마리아 어머니를 찾아 보았으면 더 진한 애잔함이 끓어 올랐을 테다~~!"

 

십자가의 어머니와 추자도의 어머니와 함께 믿음으로 인내로

남은 생을 걸어가게 해주십시오. 

 

십자가위의 예수님! 이시여!.....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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