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결혼씨즌이 다가옴을 실감한다. 우편함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청첩장들...
개중에는 무척 반가운 청첩장이 있는가 하면.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에서부터 무시해 버리는 것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보내온 사람 이름이 처음 듣는 이름 같아서 식구들한테 먼저 물어보고, 또 여기 저기 전화를 걸어서 확인까지 해야 하는 그런 사람한테서 올 때는 무시가 아니라 이건 기분까지 나쁠 때도 간혹 있다.
“자기가 언제 나하고 친했다고 이런 걸 보내? 올라면 오고 말라면 말어라 그거야, 뭐야?” 부아가 난다.
나도 아들 둘을 장가보내면서 청첩장을 보내긴 했지만 안면이 좀 있다고 해서 보낸 일은 한 번도 없다.
동창이라고 해서 아무 동창이나 다 보내면 우리내외의 동창 수가 얼마인가. 거기다 한 지역에서 30년을 발붙이고 살았으니 또 이웃사람들은 어쩌고. 성당 교우들이며 여러 직장 다니면서 정이 들 대로 든 사람들도 있고, 현직이다 보니 관공서며 관여단체 사람들도 있고. 향우회, 친목회.....
친가 처가 식구들만 해도 남들과 달리 집안이 커서 기본 200명은 채우고 들어가는 판이다 보니, 혼사 치를 때마다 자리 잡는 것도 곤혹스럽다. 청첩대상을 몇 번씩 거르고 걸러서 5백매를 보내고 600명분 음식을 주문했는데.....
그것도 큰 아이 개혼 때는 겁도 없이 호텔에서 했다가 남들한테 망신을 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막말로 시껍을 한 셈이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호텔사장한테 특별히 부탁까지 해서 600명에 20%는 더 얹어서 여유 있게 음식을 차리도록 했는데도 부조기에 적힌 번호만 해도 1천 번이 넘고, 사람이 1,200명이나 왔으니... 한마디로 아수라장이나 다름없었다.
하필이면 1시에, 그것도 정확한 점심시간대에 결혼식을 했으니 더더욱 그랬다.
친가 처가 친척들부터 설득을 해서 근처 식당으로 보내고, 그 다음에는 성당교우들 설득하여 또 식당으로 보내고. 멀리서 온 친구들이며 동창들은 그저 손에 집히는 대로 돈을 팍팍 찔러 줘서 아무데나 가서 먹어라 사정을 하고 보냈으니...아이구, 끔찍해라.
아들 혼주이니 폐백도 받아야 할 판인데 손님 치다꺼리 하느라고 정신이 빠져 있었으니 애들은 비행기 시간 다 되어간다고 독촉을 하고....지금 생각해도 진땀이 다 난다.
둘째 때는 '아예 호텔은 말도 마라'하고 인근에서 제일 큰 뷔페식당이 있는 데를 잡고 400명으로 숫자를 더 줄여서 청첩을 보내고 한결 홀가분하게 치르려 했었는데도 손님은 많았다. 하지만 일반 뷔페식당이어서 식사문제로 머리 아픈 일이 없었으니 그나마 큰 다행이었다.
얻은 결론이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것이었다. 호텔 예식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는 말이다. 나 같은 서민은 그저 서민답게 일반예식장이나 뷔페식당을 겸한 식장에서 해야 되는 것을 그, 당시만 해도 그렇게 넓은 뷔페식당을 겸한 예식장이 없기도 했고 또 아들 녀석이 노래삼아 호텔호텔 하기에 한번 했다가 큰 코 다친 얘기를 이제는 남한테 경험담으로 얘기할 수도 있으니 늙는다는 것은 얼굴 살갗이 두꺼워 진다는 것일까, 아니면 점점 솔직해진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좀 더 치사한 얘기까지 하면 내가 평소 친지나 친구 길사에 5만원 씩 부조를 하는데 호텔에서 하는 예식에 두 내외가 5만원을 봉투에 넣고 오면 벌써 내 돈이 몇 만원 날아가는 셈이니 더더욱 할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호텔에서 하니 봉투에 더 넣어 오시오” 그럴 수도 없는 일이고 말이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