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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클라우디아) 수녀님과 함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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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데서 손님이 오셨다. 하얀 베일에 하얀 수녀복을 입으신 그 분은 미소 짓는 천사 같았다. 동안(童顔)의 모습인 그 분이 옆으로 다가와 "안녕하세요" 하며 악수를 청한다. 부드러운 손이다. 아름다운 미소가 손을 타고 흐른다.
이해인(클라우디아)수녀님의 사촌인 이 마리아 자매와 함께 오셨다. 예정에 없는 갑작스러움의 만남이었다. 수 개월 전에 친척의 초상으로 상가(喪家)에 다녀가신 후 오늘의 만남이다. 소녀 시절 한용운의 시 "꽃싸움"을 읽고 더욱 꽃이 좋아졌다는 시인 수녀 이해인...
클라우디아 수녀님은 부산 광안리에 있는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녀원에 계신다. 어제 7지구 중계동 성당에서 피정지도를 하셨다. 환갑을 넘기신 수녀님은 곱기도 하다. 그 분의 목소리는 더욱 맑다. 목소리에 옥이 흐르듯 하다.
수녀님은 우리 성당에서 주임신부님의 허락하에 "오는 말 안 고와도 가는 말 곱게"라는 주제로 강론을 하셨다.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들려오는 강론 말씀은, 무심히 던진 말이 듣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상처를 준다는 내용이었으며, 미사 후 수녀님께서 내신 시집(詩集)"사인회"를 가졌는데 무려 세 시간이 지나서야 끝이 났다.
나는 다행스럽게도(?) 교중미사 전 수녀님께서 우리 성당에 들어오실 때 만남을 가졌고 잠시 사견을 나누었으며, 수녀님의 시집 "두레박" 과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두 권을 구입하여 수녀님의 친필 사인을 받았다. 정성을 들여 해 주신 사인은 보는이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수녀님의 조그만 손가방에는 여러가지 색갈의 펜과 스티커가 들어있다. 나에게 해 주신 사인은 네 가지의 색갈과 코스모스 꽃을 그려 넣어 주시고, 예쁜 스티커를 붙여주신 후 사인을 해 주셨다."꽃 마음의 기도"라는 시 적인 글씨와 함께... 수녀님은 소녀적부터 꽃같이 아름다운 마음을 지금까지 지니셨으니 분명 천사다.
소녀시절 타고르의 시 "꽃의 학교"와 한용운의 시 "꽃싸움"을 읽고 더욱 꽃이 좋아졌다는 수녀님은, 그래서 그의 시에는 꽃이 자주 나온다. 베네딕도 수녀원에서 꽃 향기 나는 글을 쓰시는 수녀님의 시집은 "민들레의 영토,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엄마와 분꽃,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작은 위로, 꽃은 흩어지고 그리움은 모이고" 등을 펴 냈다.
"두레박, 꽃삽, 사랑할 땐 별이 되고, 향기로 말을 거는 꽃처럼, 기쁨이 열리는 창" 등의 산문집과, 마더 테레사의 "아름다운 선물"외 몇 권의 번역집, "사계절의 기도" 외 여러 시선집, 소리 시집(CD) "해바리기 연가" 가 있다. 수녀님은 이렇게 모든이에게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며 늘 우리에게 향기나는 아름다운 마음의 꽃을 주고 있다.
제9회 새싹 문학상, 제2회 여성동아 대상, 제6회 부산 여성 문학상을 수상 했으며 수녀님의 시와 동시들은 초중고 교과서에도 수록되어 있고, 많은 이들에게 사랑과 기도의 향기를 날리며 하느님의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 분은 꽃이 시가 되고 시가 꽃이 되는 삶을 하느님을 향한 "그리움의 향기"라고 표현 한다.
수녀님께서 남기신 "시 한편"과 강론 주제 "오는 말 안 고와도 가는 말 곱게" 를 소개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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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원치 않아도
어느새 돋아나는 우울의 이끼
욕심의 곰팡이, 교만의 넝쿨들이
참으로 두렵습니다.
그러하오나 주님, 이러한 제 자신에 대해서도 너무 쉽게 절망하지 말고
자신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꾸어 가는
꿋꿋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게 하소서.
어제의 열매이며
내일의 씨앗인 오늘
하루 일과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 때는
어느 날 닥칠 저의 죽음을
미리 연습해 보는 겸허함으로
조용히 눈을 감게 하소서.
모든 것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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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9-10 | 박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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