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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한국의 총기(?) 난사사건 *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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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철 [hl1ye] 쪽지 캡슐

2006-09-14 ㅣ No.104314

 

                             한국의 총기(?) 난사 사건 ^^* (펌)


 

  한국의 식당 계산대에서는 먼저 쏘겠다고(돈을 먼저 내겠다)고 몸싸움을 벌이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흐뭇한 정경이다.


 예로부터 밥상 인심을 보면 그 집안을 안다는 말이 있는데 우리네 삶에서 아직도 술 인심과 밥 인심만은 넉넉하다. 그러나 넉넉지 않은 형편에 무리해서 체면치레를 하거나 윗사람에게 눈도장을 찍으려는 면도 있는 것 같다.


  식사가 끝나고 한 사람이 일어나 계산대로 가면 나머지 사람들도 구두를 제대로 꿰차지도 못한 채 뒤뚱거리며 달려나간다. 이때부터 밀치고 밀리는 몸싸움이 시작된다. 앞다퉈 지갑을 꺼내려는 상황이 서부영화의 결투 장면처럼 보인다. 마침내 몸싸움에서 이긴 사람이 밥값을 '쏘게' 된다.


  요즈음 '값을 치르다' 또는 '한턱내다'라는 뜻으로 '쏘다'라는 말이 유행한다. 이 말에는 삶이 곧 전쟁이라는 민초들의 강박관념이 자리하고 있는 것 같다. 돈 내는 것도 남보다 늦으면 도태될 거라는...


  비약된 얘기 같지만 '쏘다'란 말의 유래를 알면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뒷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는 행위가 허리에 찬 권총을 꺼내는 행위로, 지갑에서 돈을 꺼내는 모습이 총을 쏘는 모습으로 연상(聯想)을 거듭한다. 마침내 '돈을 치르는' 행위가 '쏘는' 행위로 발전하고 '돈을 치르다'가 '쏘다'로 정착하기에 이른다. 여기에다 정치권에서 선거자금을 '총알'로 비유하는 과정에서 '쏘다'는 돈에 대한 풀이말로 자리를 굳힌 것 같다. 


  신세대에게 '쏘다'는 좀 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돈을 쓰는 것도 홈런포를 쏘듯, 사이다가 혀를 톡 쏘듯 시원하게 한방 날리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세대인 것이다.


  "개처럼 벌어 정승처럼 쏜다!"


  요즘 유행하는 말인데 이른바 '베지밀족'의 특성을 잘 나타낸 것이다. 베지밀족이란 하루의 환락을 위해 한 달간 뼈빠지게 일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을 말한다. 일할 때는 '베지밀 아주머니'처럼 부지런히 일하지만 돈을 쏠 때는 확실하게 쏜다고 해서 붙은 말이다.


  정확성, 대량성, 양방향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시대의 또 다른 화두는 '속도성'이다. '쏘다'라는 말이 상징하듯, 21세기는 속도 전쟁 시대이다. 그러나 방향성을 잃고 세상이 미친 듯이 돌아가고 있다. 


  요즈음 일부 대학생들은 애인한테 문자 메시지를 하루에 400통씩 '날려' 사랑을 확인시켜야 안심이 된다. 400통을 채우려면 수업시간은 물론 잠자리에 들어서도 쉴 새 없이 날려야 겨우 채우게 된다. 그 바쁜 가운데 채팅으로 알게 된 이성 친구를 잽싸게 만나고 돌아온다. 이른바 '번개미팅'이다(줄여서 '번개팅' 혹은 그냥 '벙개'라고도 함). 간혹 친구의 애인을 만나 데이트하는 강심장도 있다.


  그리고 저녁에는 술집에 모여 무용담을 늘어놓으며 이렇게 호기를 부린다.

 

  "2차는 내가 쏜다!"  

  "3차는 내가..."

  "4차는 내가..." 


  가공할 원자력이 한 번의 폭발로 끝나면 피해가 엄청나지만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여 쓰면 인류의 복지에 기여한다. 디지털문화도 적절한 속도와 방향성을 가질 때 정확성과 대량성이 가치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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