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
그가 거기 있었다. |
|---|
|
그가 거기 있었다. 정장을 입는 것이 ‘부끄럽다’는 그답게 오늘도 콤비 차림으로, 그가 거기 있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아래 위 같은 옷감으로 된, 정장 양복을 입은 건 딱 한번 결혼 때뿐이었다고 언젠가 내게 말했던 그였다. 내 눈에 익은 책크 컬러 상의에 TV화면이어서 무슨 색깔인지 잘 구분이 안 되는 바지를 입은 그가 서울대교구 성체성사 장엄미사 장소인 거기에 있었다.
놀토, 집에 앉아서 무심코 TV를 보다가. 아참, 오늘 성체대회가 있다 그랬는데 하면서 추기경님께서 집전하는 장엄미사 중계를 보다가 추기경님께서 강론말씀을 통해 “사랑은 곧 나눔입니다. 사랑은 물질만 나눔이 아닙니다. 필요한 이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것, 비싼 것이 아니어도 꼭 필요한 것을 선물 받았을 때 우리가 기쁜 것처럼....”하시는데 그때 카메라가 PAN하며 회중들을 비추일 때. 아! 내 대자, 스테파노 그가 거기 있었다.
갑자기 가슴이 멍했다. 반가움보다 놀라움보다, 그 순간 부끄러움이 더 컸다. 아비는 돈 몇 푼 보낸 것으로 내 할 일 다 한 듯이 성체대회 날짜까지 잊어버리고 뻔뻔스레 앉아 있는데, 아들은 장기 기증, 안구, 각막기증까지 하고 대회장에 미사를 드리러 갔으니....더구나 월급쟁이도 아니고 일당을 받는 처지인 그가 거기 있다니! 내가 그를 안 것은 약7년 전, 그의 아들을 통해서였다. 검찰청 XX지청 선도위원이었던 그 당시 그의 아들의 후견인이 바로 나였다. 앳된 고등학생 둘을 내가 맡았었는데 그의 아들은 ‘불량’이라고 하기보다는 친구따라 어쩌다 그만, 선도가 필요한 것이었을 뿐 심성이 착한 아이였다. 그때 내가 두 아이를 데리고 ‘비디오 방'으로 데리고 가서 “마음의 행로”란 옛날 영화를 보여주었는데 두 아이 중에서 그 아이만 눈에 눈물이 가득한 것을 보고 내가 특별한 애정을 느꼈던 아이였다. 감상문도 그 아이가 훨씬 더 잘 써와서 나를 기쁘게 했었고... “야, 임마. 이 아저씨가 너만 할 때 나도 저 영화보고 많이 울었어. 그 후에도 영화관이며 텔레비에서 이 영화를 많이 봤는데 그때마다 감흥이 다르더라고. 같은 영화인데도..”
1년 동안 한 달에 두 번씩 면담을 해서 관찰보고서에 도장을 찍어 줘야만 했기에 자주 만나서 영화도 몇 편 같이 보고, 초대장이 있어서 대학로 강강술레 극장에 가서 연극도 보고 밥도 같이 먹고 그러다 보니 정이 들었는데. 그 아이가 결국은 학교에 복학하지 못하고 제빵학원에 갈 무렵 그의 아버지가 나를 문화원으로 찾아 왔었다. 남의 가정사 얘기는 컷트하고, 어쨌든 그 청년은 제빵 기술자로 빵집에 있다가 현재 군 취사병으로 가 있다.
을지로 인쇄골목에서 종이 도매상에 근무하던 그가 그런 인연으로 나를 만나 레지오 활동대상으로 찍혀서 영세를 하고 내 대자가 되었는데 이제는 아비의 뺨을 때리는 훌륭한 봉사자가 됐으니....하느님은 참으로 좋으신 분이시다. 수천만 번 찬미 받아 마땅하신 분이시다. 얼마 전에 만났을 때 그랬다. 헌혈 100회 돌파했다고...피를 쓰실 일이 있으면 말씀하라고, 거기다 장기기증, 각막 기증, 다했다면서...
그가 거기에 있었다. 나를 또 한 번 가르치면서.... “100원씩 어떻게 모아? 한꺼번에 3만6천500원, 그다 이자까지 합쳐서 4만원 보내면 되잖아.” 하고 마누라한테 툴툴거렸던 대부한테 감동을 먹이면서 그가 무표정한 얼굴로 거기 있었다. 돼지고기 보쌈을 특히 좋아하는 그를 만나서 못 먹는 술이지만 오늘 밤엔 그와 소주 한잔을 꼭 마시고 싶다.
추기경님께서 그러셨다. “메스미디어의 범람과 물질만능의 현실에서 우리가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 것 그것은 곧 나눔이 사랑이며 사랑이 곧 나눔이라는 정신이다”라고. 또한 “여러분은 그러한 정신을 지니고 살기 위해서 김대건 신부님과 최양업 신부님께서 쓰신 서간문을 꼭 읽어보시기를 부탁한다."고 말씀하셨다. "그 서간문에는 하느님을 향한 확실한 믿음과 실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자세히 기록돼 있다"고 덧붙이시면서............. |
| 번호 | 제목 | 등록일 | 작성자 |
|---|---|---|---|
| 104389 | 카이퍼 벨트, 오르트의 구름|2| | 2006-09-16 | 배봉균 |
| 104388 | <순교자 현양의 밤> 지금 1지구에는 무슨 일이? | 2006-09-16 | 박태남 |
| 104387 | 그가 거기 있었다.|2| | 2006-09-16 | 권태하 |
| 104397 | Re: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3| |
2006-09-17 | 이현철 |
| 104386 | [음악감상]클래식기타...<펌>|4| | 2006-09-16 | 신희상 |
| 104385 | [음악감상]트럼펫 연주곡<펌>|1| | 2006-09-16 | 신희상 |




게시판 운영원칙
Help Des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