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하 선배님께
많이 늦었습니다만 병석에 있는 제게 위로의 말씀을 주시고 그 불편한 병원까지 찾아와 주시겠다며 걱정해 주신 선배님께 새삼스런 인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쌓인 노여움을 뛰어넘어 오히려 기도해 주신 선배님의 도량은 연륜으로만 넓힐 수 있는, 쉬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합니다.
그저께 선배님이 게시판에 올려주신 글을 읽었습니다. 글 안에서, 아직 불편하신 탓인지 직접 저를 거명하지는 않으셨지만 망설일 필요도 없이 제게 주신 말씀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뒷부분에 다른 형제님께 주신 질책의 말씀을 제게는 아끼셨지만 紙背를 읽으면서 선배님의 깊은 뜻을 헤아렸습니다. 걱정을 드린 일은 죄송하고 깊은 질책의 말씀을 주신 것은 감사합니다.
그 말씀 끝에 바로 인사를 드렸어야 도리이겠지만 훈육을 들은 입장에서 바로 얼굴색을 바꾸는 것도 민망할듯하여 그리하지 못했음을 헤아려 주십사는 말씀을 드립니다.
혹여 오해하시는 부분이 있을까 하여 군더더기를 붙여 드립니다.
선배님의 병문안 제안은 찾아오시는 번거로움과 협소한 병실에서 느끼셔야 할 불편을 감안하여 정중하게 사양했지만 퇴원을 앞두고 어쩔 수 없이 다른 두 분의 굿 뉴스 회원으로부터 방문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심약해진 탓인지 그분들이 집요해서인지는 쉬 가릴 수 없겠습니다만 달리 재거나 따진 결과물은 아니었음을 조심스럽게 변명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사족을 붙여 드립니다.
다른 글의 답 글에서 제가 특정의 주장을 비호하기 위해서 바쁜 것처럼 여기신 형제님이 있었고 사실 다른 많은 분들에게도 그리 비치고 있는 것이 사실인줄 알고 있습니다.
선배님이 꼭 들으셔야 할 일은 아니지만 무례하게 강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머무는 인터넷 공간은 그다지 넓지가 못하여 고작 굿 뉴스나 주교회의 게시판정도입니다. 여기와는 달리 주교회의 게시판은 주로 교리논쟁이 대부분입니다. 혹시라도 제 언행을 눈 여겨 살펴보실 기회가 있으시면 이데올로기나 교리 따위의 거창한 주제와는 상관없는 아주 작은 문제들, 주로 상대를 배려하고 인정하는 문제, 사용하는 언어나 방법, 예의 따위의 초보적인 것들임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어려서 한글을 깨치기 전에 먼저 공맹 읽기를 흉내 낸 탓인지, 워낙에 모자라는 믿음을 채우기 위해 오래 매달린 탓인지 쉽게 가릴 수도 없고 뛰어넘을 수도 없는 제 악습(!)임을 말씀드리고 싶고, 그에 관해 혹시라도 가지고 계신 오해가 있으시면 이 참에 좀 덜어 주십사는 청을 드리고 싶습니다.
부상에서 전혀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아 때로는 갑갑하기도 하지만, 걱정해 주시는 분들의 기도가 있고 거기에 제 열망이 더해져 저는 이 시간을 오히려 은혜로운 피정의 기간으로 보낼 수 있음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하느님께 더 가까이 가는 기회로 삼으라시는 선배님의 말씀은 큰 은총의 축원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게시판을 위해 노고해 주시고, 늘 평화로우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송 동헌 스테파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