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8월 23일 (일)
(녹) 연중 제21주일 너는 베드로이다.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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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순례기9처 (수원교구 죽산성지1차2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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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남 [agnes536] 쪽지 캡슐

2022-11-02 ㅣ No.10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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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8. 어느 여름날.....첫 번째 순례길


작년 여름 뜨거운 햇살이 작열하던 오후시간 주차장 마저도 온 땅이 절절 끓어

오르는 듯하던 곳에 차를 세워두고 큰 대감댁 안채같은 뜰을 들어서니

넓디넓은 잔디가 펼쳐진 아담스런 정원엔 군데군데 벤치들이 그늘아래 앉아

순례객들에게 목도축이고 잠시 쉬어라도 가라는 듯 근사한 작은 공원이 누워있고,

 

기왓장을 이고있는 담벼락 너머엔 덜 근사한 귀퉁이의 작은 성전과

그앞에 다소곳이 머리숙이고 양손 가슴에 살포시 안고있던 순명의 성모님과

촛불의 불꽃놀이 기도제단....

 

피에타의 성모님을 돌아돌아 고리고리 엮어가며 서있던 묵주알 돌멩이들...

한계단위 제단 너머로 순교자들의 무덤들이 평화로이 누워있고...

대형 십자고상 뒤 얕은 산을 둘러싼 십자가의 길.....은

그림같은 조용한 평화로움속 빛의 땅이었다.

 

죽산 순교성지는 천주교의 4대박해 중 하나인 병인박해 때, 수많은 순교자들이

주님을 증거하며 생명을 봉헌한 곳이다. 충청, 전라, 경상도로 갈라지는 주요 길목인 죽산에는

이러한 지리적 조건 때문에 조선 시대부터 일찍이 도호부가 설치되어 있었고

인근의 교우들이 붙잡혀 오면 이곳에서 참담한 고문 끝에 처형되곤 했다.

 

현재 『치명일기』와 『증언록』에그 이름이 밝혀진 순교자만 하여도 스물다섯 분이나 되는데,

이렇게 밝혀진 순교자 외에도 수많은 무명의 순교자들이 현 ‘죽산성지’인 사형장으로 끌려와

순교의 깃발을 올렸던 곳이다.

 

죽산 성지는 오랑캐가 진을 친곳이라 해서 ‘이진터’라 불렸다. 이러한 유래를 지닌 ‘이진터’가

병인박해 때 “거기로 끌려가면 죽은 사람이니 잊으라.” 하여 ‘잊은터’ 란 이름으로 바뀌어,

순교의 처절함이 서린 장소로 교우들 가슴에새겨진 곳이다.

 

또한 죽산 성지 주변에는 교우들의 애절한 사연을 지닌 ‘두둘기마을’이란 곳이 있다.

포졸들은 잡혀온 교우들에게 “돈을 내면 풀어주마.” 하며 두들겨 팼던 곳이다.

죽산 성지가 ‘잊은터’와 ‘두둘기’로 알려지면서 순교자들의 주님을 향한

‘아픈 사랑’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는 전설같은 이야기들이 있다.한다.

 

2022.10.9...두 번째 순례길


드디어 비가 내린다....이제나 저제나 조마조마하던 일기예보속 빗방울이..

감곡매괴성모 성지 순례를 마치고 죽산성지를 향하여 출발할 즈음부터 시작한 비가

1시 수원교구 안성땅 죽산성지에 도착하니 본격적으로 쏟아져 내린다.



"행님~ 작년에 왔을때 그림같이 이쁜 성당이 저 뒷편에 있었는데 빗속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안보이고 ...... 어라~! 저기 뭐꼬.? 가건물처럼 생긴 저 건물이

성전?.."

ㅎㅎㅎ~~


화성 요당리 성지의 성전과 죽산성지의 성전이 고새 일년이 지나는 동안 기억속에

헷갈려 버렸던 것이다.

두곳다 넓다란 잔디밭 입구가 예쁘고 평화로운 그림들이라 그랬나 보다.


이곳 또한 사람들도 다 돌아간 어두컴컴한 성전을 조심스러이 찾아들어가

쓸쓸히 혼자 매달려계신 우리 예수님께 퍼질고 앉아 묵주알 한단 올려드리고

돌아 나오며 "예수님~ 다시 이렇게라도 다녀가게 돼서 참 좋습니더~"



다섯개 초에 불붙여 기도드리는 이곳의 성모님 상은 좀 특이하다.

양손을 가슴에 엇갈리게 감싸안고 기도드리는 모습이 순명의 상징이라고

어디서 들은것 같은데.... 확실한지는 모르겠네.^^


쏟아지는 빗속을 피에타의 성모상을 시작으로 둥근 돌묵주알 기둥을

돌아가며 신비의 5단을 바쳐드리는 우리 셋을 가히 기도의 전사라 불러줘도

손색이 없으리라 장담해보며 웃어댄다.



비가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불어대나~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중에

복되시다. 천주의 성모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죄인을 위해

빌으소서!


 

평생에 한번 언제 또 이땅을 밟게 되겠나 싶은 우리는 또 계단을 올라가

순교 선조들의 무덤앞에 조배드리며 우리를 위해 빌으소서~ 합장 기도

또 보태어 간구를 청한다.



대형 십자가 뒤로 자그마한 산등성이를 원을 그리며 있는 십자가의 길 또한

정성들여 걸어간다. 오전에 감곡땅 십자가길 영혼없이 걸었던게 죄송스러워...

비가 쏟아지는 풀밭위도 불사하고....



성체조배. 묵주5단. 십자가길. 무덤재배?..를 마치고 커다란 예수성심상이 계신

광장을 지나 매실밭 옆으로 난 길 저편에 웅장하게 서있는 건물을 처음엔

성전인줄 알았는데 영성수련원이라 한다.


전삼용 신부님이 계시던 곳이라며 기어코 우리 율리아나 형님 꼭대기층까지 올라가

신부님이 아직도 계신가 확인하고서야 내려오는 걸 보며 지난 시간속 인연의

끈에 끈끈한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걸 느꼈다.


질척질척 빗줄기가 제법 강하게 내려 대는데도 십년이 훨씬 넘은 시절에

이곳 성지 성전(지금은 소성전으로 문패달고있음)이 어찌 변해있나 궁금해

그곳도 찾아 가서 문이 잠겼다며 아쉬운 발길을 돌려 나온다.


일년전 그때의 성지도 오늘 어떻게 변해있나 궁금한 판인데

십년도 넘은 시간을 살아오며 참 많이도 궁금했고.... 아련한 향수

속 가난한 성전에서의 참행복의 사람들도 그리웠으리라....!!



4시가 조금 못되어 죽산성지를 빠져나와 집으로 돌아오는 차속에 앉아

우리는 참행복 한가득 안고 돌아감을 뿌듯해 한다.

빗속을 헤쳐가며 쏟아지는 거룩한 빛의 땅을 마음껏 밟고 돌아가는

목숨바친 선조들의 불타는 믿음한자락 가슴에 싸안고 유혹의 세상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오소서~ 성령님! 당신사랑의 불로 저희마음을 태워주소서~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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