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책은 아시아 최초의 농인 사제이자 서울대교구 에파타 본당 설립자이신 박민서 신부님이 시카고 가톨릭 연합 신학대학원에 제출한 실천신학 박사학위 논문의 한국어 번역본입니다. 이 논문으로 신부님은 2024년 5월, 세계 가톨릭 농인 사제 중 처음으로 실천신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함께 걷는 여정",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강조하신 시노드 정신에 따라 농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그들의 경험을 이해하며, 농인 공동체는 단순한 사목적 돌봄의 대상을 넘어 고유한 언어인 수어와 문화를 간직한 채 청인과 동등한 신앙을 가꾸어가는 주체적인 교회의 일원임을 보여 줍니다.
책은 농인 신학자들의 학술적 연구와, 박민서 신부님이 진행한 서울대교구 가톨릭 농인 신자들을 대상으로한 설문조사와 아시아 지역 농인 신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이 겪은 신앙 여정과 진정한 포용적 교회를 향한 바람을 구체적으로 담았습니다. 또한 서울대교구 농인 사목 역사와 1986년 서울가톨릭농아선교회의 시작부터 2019년 독립 본당인 ‘에파타본당’ 설립에 이르기까지, 농인들이 스스로 신앙 공동체를 일궈온 역사도 기록했습니다.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농인과 농문화의 만남
*우리 신학의 원천으로서의 농인의 이야기 나눔
*서울대교구 농인 가톨릭 신자들의 이야기
*서울대교구 농인 가톨릭 신자들의 목소리
*농인 신학과 대화하기
*포용과 농인 교회를 향하여
“에파타!(열려라)는 예수님께서 농인에게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단순히 물리적 청각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음과 생각을 열어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 들이고
선포하라는 초대입니다."-P.13
"에파타! 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
논문 원제: 에파타!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세계주교시노드에 응답하는 농인 교회
(Ephphatha! Deaf Church Responds to Synod on Synodality)
라는 제목으로 제출된 이 연구는 농인들이 함께 배우고 대화하며 포용적이고 참여적인 교회를 이루는 의미를 탐구한 획기적인 연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시카코 가톨릭연합신학대학원 (2023-2024 연간 리포트 중에서) -p.231
*First deaf priest in Asia earns doctorate in theology in US (Fr. Park, Min Seo)
전 세계에는 단일한 수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와 지역의 문화 속에서 독립적으로 발전한 수백 가지의 수어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에 따르면, 7,2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300가지가 넘는 수어를 주요 의사소통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수어는 음성 언어의 보조 수단이 아니라, 고유한 문법과 표현 체계를 지닌 독립된 언어입니다.
그러나 수어의 역사 속에 가톨릭교회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수어는 한 사람이 발명한 언어는 아니지만, 청각장애 교육의 초기 발전에는 소외된 이들을 외면하지 않았던 수도자들의 헌신적인 사랑이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16세기 스페인의 베네딕토회 수사 '페드로 폰세 데 레온'은 청각장애 아동을 교육한 최초의 인물 중 한 사람입니다. 그는 수도자들이 대침묵의 시간 동안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사용하던 손짓을 활용하여 소리를 듣지 못하는 아이들이 세상과 의사 소통을 가르치는 방법을 만들어, 신앙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독립된 수어를 창안했다기보다, 교육을 위해 기존의 손짓을 활용하여 발전시킨 선구자였습니다. 근대 초기 청각장애인 교육에 있어 중요한 인물로 남아 있습니다.
18세기 프랑스.
빈민 사목에 힘쓰던 '샤를 미셸 드 레페' 신부는 파리 빈민가에서 자신들만의 손짓으로 소통하는 청각장애 자매를 만난 것을 계기로 농인 교육에 헌신했습니다. 그는 농인들 사이에서 사용하던 개별적인 표현, 각기 다른 수어들을 문법적으로 연구하고 체계화함으로써, 수어를 비로소 교육이 가능한 언어로 발전시켰습니다. 이는 레페 신부가 수많은 업적을 남기는 계기가 되었으며 수어의 미래를 위한 기틀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1760년경 그는 파리에 청각장애인을 위한 최초의 청각장애인 공립 학교를 설립하여 프랑스어를 가르쳤습니다. 수어가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온전한 하나의 언어이어야 한다고 굳게 믿었던 레페 신부의 교육 업적과 더불어 총 21곳의 학교를 설립한 수많은 업적으로 레페 신부는 오늘날 ‘청각 장애인의 아버지’(Father of the Deaf)라 불리고 있습니다. 레페 신부의 체계에서 발전한 프랑스 수어는 오늘날 세계 수어 발전의 전신이 되었습니다. 레페신부는 수어의 역사 속에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수어의 역사안에 16세기 폰세 데 레온과 18세기 레페 신부 사이를 잇는
17세기 가톨릭, 스페인 출신의 언어학자이자 교육자인 후안 파블로 보네(Juan Pablo Bonet)는 수어 개발에 기여한 인물이지만 글에는 담지 않았습니다.
손끝에서 피어나는 문장, 눈빛으로 이어지는 대화, 그리고 몸짓 안에 담긴 존엄을 깊이 존중했던 수도자들의 헌신적인 사랑에는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이를 치유하신 예수님의 사랑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며, 모든 이가 복음의 메시지를 받아들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 또한 그 안에 깃들어 있을 것입니다.
Let the Children Have a World
'Let the Children Have a World'는 벨기에 가수 Dana Winner가 부른 평화와 희망의 노래입니다. 같이 화면에서 수어로 노래를 부르는 학생들은 농인 학교 (Trans Oranje school of the Deaf)의 학생들입니다. 수어로 부르는 이 노래는 세계적으로 감동을 주었던 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