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13일 (토)
(백) 티 없이 깨끗하신 성모 성심 기념일 마리아는 이 모든 일을 마음속에 간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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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1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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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04:16 ㅣ No.190088

숫자에는 상징이 있습니다. 동양에서는 3은 복이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복 삼자라고 말하곤 합니다. 셋째 딸은 따지지 않고 며느리 삼는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저도 셋째 아들입니다. 반면에 4는 죽음을 뜻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엘리베이터에 4층이 없는 곳도 있습니다. 숫자 4와 한문의 죽음을 뜻하는 사()와 음이 같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성경에도 상징적인 숫자가 있습니다. 오늘은 ‘40’이라는 숫자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성경에서 40은 단순한 시간이 아니라 정화와 준비, 회개와 변화의 시간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새로운 시작을 이루십니다. 노아 시대에 하느님께서는 40일 동안 비를 내리셨습니다. 타락한 세상을 씻어내는 심판의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여는 정화의 시간이었습니다. 노아는 하느님의 뜻을 따라서 구원의 방주를 만들었습니다. 비가 그친 후에 노아는 40일이 지난 후에 땅으로 내려왔습니다. 이제 물은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시는 물로 심판하지 않겠다는 약속의 표시로 무지개를 보여 주셨습니다.

 

모세는 40과 관련이 많습니다. 40년은 이집트에서 왕자로 살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잘 몰랐습니다. 40년은 양을 치는 목자로 살았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삶이었습니다.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아 40년 동안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이끌었습니다. 모세는 40일 동안 시나이산에서 기도하였고, 십계명을 받았습니다. 이번에도 물은 심판과 구원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이집트의 군사들은 물로 심판받았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에게 물은 약속의 땅으로 들어가는 길이 되었습니다. 엘리야도 40일 동안 걸어가면서 하느님을 만났습니다. 요나는 “40일이 지나면 니느웨는 무너진다.”라고 선포했지만, 그 무너짐은 회개를 통한 변화의 기회였습니다. 예수님께서도 광야에서 40일 동안 단식하며 기도하신 후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습니다. 이처럼 40이라는 시간은 하느님과 함께하는 변화의 시간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우리에게 한 가지 더 중요한 사실을 보여 줍니다. 같은 40이라는 시간이라도 어떻게 사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세 왕, 사울과 다윗과 솔로몬은 모두 40년을 통치했습니다. 똑같은 40년이었지만 그 결말은 서로 달랐습니다. 사울은 하느님의 선택을 받은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점점 하느님보다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따르기 시작했습니다. 시기와 질투가 그의 마음을 지배하였고, 결국 하느님의 뜻에서 멀어졌습니다. 같은 40년이었지만, 사울의 삶은 점점 무너져 갔습니다. 다윗도 40년을 통치했습니다. 그는 큰 죄를 지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죄를 지었을 때 회개할 줄 알았습니다. 하느님 앞에서 눈물로 돌아섰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시편의 주인공이 되었고, 하느님의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기억됩니다. 같은 40년이었지만, 다윗의 삶은 회개를 통해 거룩함으로 나아갔습니다. 솔로몬 역시 40년을 통치했습니다. 그는 지혜를 받았고, 성전을 건축한 위대한 왕이었습니다. 그러나 점점 교만해졌고, 결국 이방의 신을 섬기게 되었습니다. 시작은 좋았지만, 끝이 아쉬운 삶이 되었습니다. 사울, 다윗, 솔로몬왕은 모두 같은 40년을 살았지만, 그 삶의 방향에 따라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어쩌면 이 ‘40’이라는 숫자는 우리의 인생과도 닮았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길고 짧음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가느냐의 문제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십니다.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여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바오로 사도는 우리가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화해하게 되었음을 전합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받은 은총을 어떻게 살아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하루를 살아도 불평하며 살 수 있고, 감사하며 살 수 있습니다. 같은 시간을 살아도 자신을 위한 삶을 살 수 있고, 하느님과 이웃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이 인생의 시간, 은총의 40’은 하느님께서 주신 기회입니다. 이 시간 안에서 우리는 정화되고, 회개하고, 새로워질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이 사울처럼 흔들리는 삶이 아니라, 다윗처럼 회개하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솔로몬처럼 시작만 좋은 삶이 아니라, 끝까지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우리의 인생 전체가 하나의 구원의 방주가 되어, 하느님께서 준비하신 영원한 생명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그리고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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