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6월 20일 (토)
(녹) 연중 제11주간 토요일 내일을 걱정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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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제12 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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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형 [umbrella] 쪽지 캡슐

19:19 ㅣ No.190207

최근에 기분 좋은 일이 있었습니다. 미사참례 인원이 늘어난 것입니다. 제가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 온 지 2년이 되었는데, 처음에는 주일 미사 참례 인원이 700명이 넘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900명이 넘는 때가 많았고, 지난 부활 대축일에는 1,155명이 미사에 참례했습니다. 하느님의 축복과 교우들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성가대 모임에서도 반가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단원이 늘어서 연습실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새로운 성가를 배우고 싶은데 연습 시간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교포 사목의 현실은 점점 고령화되고, 봉사자는 줄어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우리 본당은 오히려 봉사자가 늘고 있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것 또한 하느님의 은총이고, 교우들의 따뜻한 마음 덕분입니다.

 

감사한 일은 또 있었습니다. 날씨가 무더워지면서 성당 경계를 이루던 나무 몇 그루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봉사자들이 나와서 퇴비를 뿌리고, 죽은 나무를 뽑아내고, 다시 새 나무를 심었습니다. 예전에 마징가 제트라는 만화영화가 있었습니다. 힘든 일이 생기면 언제나 나타나서 도와주던 정의의 로봇이었습니다. 우리 본당에도 그런 형제님들이 계십니다. 힘든 일이 있으면 묵묵히 나타나서 땀 흘리며 봉사하는 분들입니다. 지난 Mother’s Day를 앞두고 형제님들은 어머니들을 위해서 맛있는 고기를 준비했습니다. 형제님들이 모여서 고기를 썰었고, 정성껏 구웠습니다. 그리고 그런 형제님들을 위해 기쁜 마음으로 식사를 준비해 주시는 성모회가 있습니다. 저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은 참 아름답구나.’라고 생각합니다.

 

30년 전인 1996년입니다. 봉성체를 가면 만나던 친구가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 갔다 오다가 넘어졌는데, 그것이 큰 병의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점점 근육이 약해져서 걷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휠체어 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첫영성체를 하고 성체를 모시면서 늘 기뻐했습니다. 글쓰기를 좋아하던 친구는 어느 날 제게 짧은 시 한 편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 세상은 별들이 많은 은하수 같은 것입니다./ 별들이 많기에 밤하늘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그 뒤에는 우주라는 어두운 하늘이 있습니다./ 별들이 밤하늘이 있기에 아름다운 것처럼/ 이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기에/ 그것만으로도 이 세상은 아름다울 수 있는 겁니다.” 저는 그 시를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몸은 자유롭지 못했지만, 마음은 누구보다 맑고 따뜻했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를 보면서 저는 깨달았습니다. 세상은 능력 있는 사람 때문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성공한 사람 때문에만 아름다운 것도 아닙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이 있기 때문에 세상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우리 본당도 그렇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봉사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성당 청소를 하는 분들, 주방에서 식사를 준비하는 분들, 주차 안내를 하는 분들, 성가대로 봉사하는 분들, 힘든 교우를 위로하는 분들, 말없이 헌금하고 기도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아름다운 신앙인이 있기 때문에 교회는 아름다운 것입니다. 교회의 역사를 보아도 그렇습니다. 교회에는 수많은 시련과 박해가 있었습니다. 삼위일체를 부정하는 이단도 있었고, 예수님의 신성을 부정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초대 교회 신자들은 신앙 때문에, 감옥에 갇히고, 목숨을 잃기도 했습니다. 한국교회 역시 박해를 받았습니다. 많은 신앙인이 고향을 떠나 깊은 산속에 교우촌을 이루고 살았습니다. 사제를 만나기 어려웠고, 미사를 드리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교회가 아름다운 이유는 화려한 건물 때문이 아닙니다. 훌륭한 제도 때문만도 아닙니다. 끝까지 믿음을 지킨 아름다운 신앙인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순교자들은 별처럼 빛나는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103위 성인과 124위 복자는 지금도 우리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신앙은 사랑으로 살아내는 것이다.”

 

오늘 제1독서에서 예레미야 예언자는 모함과 박해를 받습니다. 그러나 그는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하느님께 자신의 억울함과 고통을 맡겼습니다. 시련은 예레미야를 무너뜨리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더 굳건한 믿음으로 이끌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십니다. “육신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마라.” “너희는 수많은 참새보다 더 귀하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두려운 일이 많습니다. 오해받을 때도 있고, 손해 보는 일도 있고, 외로운 순간도 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십자가를 피하지 말라고 하십니다. 오히려 사랑 때문에 지는 십자가라면 기꺼이 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사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거창한 힘이 아닙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입니다. 누군가를 위해 흘리는 땀방울입니다. 묵묵히 감당하는 희생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신앙을 지키는 아름다운 마음입니다.

 

오늘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전합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로운 선물은 많은 사람에게 충만히 내렸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죄 많은 인류를 위해 십자가를 지셨고,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셨습니다. 그 사랑 때문에 교회는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세상은 아름다운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교회는 아름다운 신앙인이 있는 것만으로도 아름답습니다. 우리들 또한 그런 아름다운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말없이 봉사하고, 기쁘게 나누고,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는 신앙인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달라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이 하느님의 사랑으로 더욱 빛나는 공동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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